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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가 왜 스타벅스 코리아의 최대 주주가 되려 했을까

전략기획

by 김준성

4,742억 원의 인수, 그 뒤에 숨어 있는 전략

2021년, 신세계가 미국 스타벅스가 보유한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분 50% 중 절반인 17.5%를 4,742억 원에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신세계는 지분 67.5%를 보유하면서 보통적인 '최대 주주' 목표를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이 경영권 가상의 가치는 짙어졌는지 드디어 말이 되고 있다. 신세계가 최대 주주가 되려 한 이유가 무엇이었고, 이 가지기 효과가 만족스러웠는지는 어떻게 그림을 그려가고 있을까?

사진: 시사저널e



스타벅스 코리아-공간 가치와 '브랜드 파워'가 결합된 자산

스타벅스 코리아는 단순한 커피 판매 기업이 아니다. 소비자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은 프리미엄 브랜드이자, 고정 수요를 창출하는 고효율 오프라인 접점으로 작동하는 리테일 플랫폼이다.

스타벅스 매장이 입점한 공간은 다음과 같은 부가 가치를 만들어낸다:

고정 트래픽 유입: 스타벅스는 강력한 고객 충성도를 기반으로 일상적 방문을 유도하며, 주변 상권의 유동 인구를 견인한다.

공간의 프리미엄화: 입점 건물의 이미지와 가치를 끌어올려, 다른 브랜드 유치나 임대료 상승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 수익 안정성: 계절성과 외부 변수에 덜 민감한 리테일 구조로,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한다.

신세계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수익배분 이상의 ‘보유 가치(asset value)’였다. 스타벅스는 다음과 같은 비즈니스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매장 도입, 입지 선정, 가격 정책, MD 구성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 확보

그룹 전반의 리테일, 부동산, 이커머스 자산과의 통합 가능성

ESG, 지역 커뮤니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강화 등 간접적 브랜드 상승 효과

결과적으로, 스타벅스 지분 확보는 신세계가 가진 유통·공간 자산과 스타벅스의 브랜드·운영 자산을 통합하여 더 큰 가치의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적 소유’의 일환이었다.




지배권 확보 – 본사 의존에서 전략 주도권으로

스타벅스 코리아는 오랜 기간 동안 신세계와 스타벅스 본사가 50:50으로 지분을 나눠 가진 합작법인(JV)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이 구조는 단순한 투자와 수익 배분 차원을 넘어, 전략 결정 구조상 양측이 반드시 합의해야만 주요 의사결정을 실행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는 다음과 같은 제약을 가져왔다:

매장 확장, 신규 입지 선정, 가격 정책 변경 등 모든 핵심 전략은 양측 공동 승인 필요

마케팅, 로컬 파트너십, ESG 전략 등에서 신세계의 그룹 방향성과 일관된 실행이 어려움

미국 본사의 승인 체계를 기다려야 하므로 의사결정 속도와 시장 대응력 저하

이러한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신세계는 지분을 67.5%로 확대하면서 사실상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최대주주가 아니라, 경영 전반에 걸친 실질적 통제권을 갖기 위한 선택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인수를 통해 신세계가 얻은 것은 단지 수익이 아닌 ‘의사결정권한’의 확장이라는 점이다. 브랜드는 여전히 스타벅스 본사의 가이드를 따르지만, 매장 운영, 현지 전략, 파트너십 기획 등은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신세계는 이번 인수를 통해 단순히 소유비율을 높인 것이 아니라, 이전에는 가질 수 없었던 전략 자율성과 시장 대응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권력’을 얻은 셈이다.




신세계와 기대한 시너지 구조

신세계는 단순히 스타벅스를 더 많이 확장하기 위한 카페 브랜드로 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스타벅스를 자사 리테일 사업 전반에 걸쳐 전략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프리미엄 고객 접점 플랫폼’으로 본 것이다.

주요 시너지 포인트:

이마트·트레이더스: 스타벅스 매장을 공유 매장으로 운영, 대형마트 유휴 공간 활용 극대화

신세계프라퍼티: 스타필드, 복합 리테일 공간 내 스타벅스 입점 → 부동산 가치 상승

SSG닷컴: 고객 멤버십·적립·이커머스 푸드 딜리버리 연계 가능성

신세계인터내셔날: 유사 소비층 대상 공동 마케팅, 프리미엄 경험 연계

스타벅스는 고객 리텐션과 브랜드 충성도 측면에서 다른 리테일 자산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스타벅스 본사는 왜 지분을 매각했는가?

아시아 시장에서의 구조 재편 흐름

스타벅스는 2020~2021년 사이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JV 구조를 대거 정리하고 지분을 현지 파트너에게 매각하는 결정을 잇따라 내렸다. 대표적으로:

태국: Maxim Group에 지분 전량 매각 (2020)

대만: Uni-President에 지분 매각 (2021)

말레이시아: Berjaya Group에 운영권 이양

한국: 신세계에 일부 지분 매각 (2021)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단순한 지역별 대응이 아닌, 글로벌 전략 전환의 일환이었다.


왜 이 시기에 구조 조정을 단행했는가?

팬데믹 이후 스타벅스는 전 세계적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오프라인 소비 침체 → 매장 구조조정 필요

디지털 전환 가속화 → POS, 앱, 배송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

고정 비용 부담을 줄이고 민첩한 경영 구조 필요

이러한 맥락에서 스타벅스 본사는 직접 운영 부담은 줄이고, 브랜드 통제권과 로열티 수익은 유지하는 'Asset-Light'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목적이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일관된 경영 전략을 적용하기 위한 전환점이었다.




글로벌 본사의 전략 변화

스타벅스 본사는 팬데믹 이후 ‘직접 운영 또는 완전 라이선스화’ 중심의 글로벌 전략을 펼치고 있다. JV(합작 법인) 구조는 관리 효율이 떨어지고, 글로벌 전략 일관성을 해치는 구조로 판단되었다.

한국 시장은 성공적이었지만, 본사 입장에서는 직접 운영보다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에게 운영을 맡기고 브랜드 관리와 로열티 수익만 유지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현금 유동성 확보와 리스크 축소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매장 구조조정과 디지털 인프라 투자 확대

한국 지분 매각으로 약 4,700억 원 현금 확보

여전히 로열티는 지속 수령 → 수익성 유지 + 운영 리스크 감소


브랜드 통제권은 유지

스타벅스 브랜드는 여전히 본사의 지침 하에 운영

매장 디자인, 글로벌 메뉴, 서비스 가이드라인 등은 여전히 본사에서 관리

→ 지분은 줄이고, 수익은 유지하고, 책임은 낮춘 전략적 구조 조정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결론 – 소유 전략의 정점, 신세계와 스타벅스의 전략적 분기점

신세계는 스타벅스 지분 인수를 통해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고객 접점, 공간, 브랜드를 모두 '내 것'으로 가져오는 전략을 선택했다. 반면 스타벅스 본사는 수익성과 브랜드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자산 경량화를 이뤄냈다. 양사의 거래는 단순한 지분 이동이 아닌, 전략적 의도와 비즈니스 기조가 만난 정밀한 구조 설계의 결과물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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