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9일 화요일
사람들은 친구 의식을 치러본 적이 있을까? 난 비교적 최근에 있었다.
'친구 의식'이라는 것은 내 여동생이 초등학생일 때 교회 동갑내기들 넷 정도와 늘 붙어 다니던 모습에서 떠올린 말이다. 서로가 친구라는 것을 증명하는 어떤 행위를 하거나, 친구라는 것을 상징하는 물건을 공유하는 순간 정도의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놓고 "너랑 친구하고 싶다."는 말을 들어본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그 말을 했던 동급생은 내게 그 어디도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가 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친구'라는 개념에 있어서 그런 식의 접근도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일이었고, 그게 굉장히 충격스럽게 느껴졌던 기억만큼은 내게 남았다.
그 후로 시간이 거의 20년이 다 돼 갈 만큼 흘렀을 때 '친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만났다. 고등학교 때의 경험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상황이 여러 가지로 달라졌기 때문인지 나는 그 사람에게 내가 듣고서 당황했던 말과 비슷한 노골적으로 솔직한 말을 했다. 상대도 고등학생 때의 나 같은 기분을 느꼈을지 어땠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한 이후로 그 사람과 정말 친구가 된다면, 나와 그 사람 사이에도 일어났으면 하고 바라는 친구스러운 일, 재밌어 보이던 일이 한 가지가 있었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 그 일을 하는 건 억지스러웠고, 친구가 된 후에도 그 일이 자연스레 일어나려면 꽤 확률 낮은 기회가 필요했다. 나는 당연히 그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길 바랐지만 그러려면 내가 졸업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상당히 요원해 보이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내 인생이 전에 없이 좋은 운의 영향을 받고 있는 시기가 맞는 것인지 약간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그 문제가 해결이 됐다. 그래서 우연히 같이 저녁을 먹게 된 날 나는 그 친구스러워 보였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얀 후리스를 입고 걸어오던, 나한테는 생각보다 뒤늦게 정말 친구가 된 것처럼 느껴지던 순간의 그 친구 모습이 떠오른다.
전 같았으면 이런 일에 대해서 약간은 인위적이라고 느꼈을 것 같지만 어떤 '의식'을 치르는 것은 생각보다 생각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게 재밌다고 느꼈다. 그런 종류의 행위들을 인위적인 일로 볼 것이 아니라 관계를 가속시키거나 공고히 하는데 도움 되는 일일 수도 있겠다고, 이런 것들도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