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
남은 오늘 안에 글을 다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늘 있었던 신기한 일을 남기지 않고는 넘어갈 수가 없겠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기술교육원에서 모종의 이유로 강사님이 중도 교체되고 그 이후로 여러 불편과 스트레스를 겪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오늘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1,2초 정도 조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꿈을 꿨다. 아니, 꿈이라기보다는 눈꺼풀의 안쪽 면에 프로젝트되는 영상이라고 하면 조금 더 느낌이 정확할 것 같다. 아무튼 그 꿈은 자꾸 도배실의 장면을 보여줬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종이 위의 텍스트로 초점을 옮겨 독서 좀 해보려는데 이번엔 어느 모임 공간에서 청년들에게 레몬청 만들기를 알려주는 내가 보였다. 그 순간 알았다. 교체된 선생님이 하는 짓과 똑같은 짓을 내가 했던 적이 있었다는 걸.
'아, 내가 그래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구나.'
가르치는 사람이 가져서는 안 될 아주 좋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 나한테 있었던 것이다. 투사라는 방어기제가 작동 중이었다는 걸 알게 된 게 기뻐서 나는 까먹기 전에 다이어리를 꺼내서 감사한 일을 적는 란에다가 이 일을 적어두었다.
신기한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정신분석적으로 갈무리 한 다음 핸드폰 알림을 지우려고 브런치에 들어갔다. 그러자 메인 화면에 "오늘만 무료"라며 양복 사진이 커버 이미지로 걸려 있는 글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뭔가 포멀하니 비즈니스 관련된 글일 거라는 인상을 받고 글의 제목에도 눈길을 주지 않고 볼 일을 본 후 창을 닫았다.
그러고나서 뭐 때문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얼마 안 돼서 다시 브런치 메인 화면에 들어가게 됐는데 이때는 이상하게 대문에 떡하니 떠있는 그 글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클릭했다.
제목을 읽고 도입부 소개글을 읽었다. 그리고 스크롤을 한 번 살짝 내렸다. 그러자 글은 25번째 법칙이라며 '마이크로 매니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육성으로 "맙소사"라고 말해버렸다. 바뀐 선생님에 대한 내 불만과 스트레스를 이보다 정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렇게 적절한 순간에 필요한 글이? 심지어 나는 도서관 책상 앞에 앉아 졸면서 그 문제로 꿈을 꾸고 있을 정도로 그것들을 곱씹고 있는 중이 아니었던가.
틴 케이스에 든 고급 쿠키를 선물로 받은 것처럼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나는 쿠키를 정말 좋아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글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준다는 점이었다. 이 부분이 특히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첫째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선생님의 행동의 근본 의도와 그런 방식의 장점에 초점을 두려고 하는 내 방향이 아주 정확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자신감이 생겼다. 둘째로, 글의 마지막 문단이 굉장히 힘이 있었는데 한줄한줄 강력한 인사이트가 담겨 있어서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될 정도였다.
그 글의 내용을 계속 떠올린 덕에 오늘 수업은 좀 덜 괴로울 수 있었다. 앞으로의 수업들은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
이게 오늘의 아주 신기한 일이었다. 글을 써주신 작가님에게, 그 글을 내게로 보내준 여러 존재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