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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eun Sep 13. 2023

미국생활, 기억하고 싶은 작은 성의 1

 내 삶에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사람들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임에도 친한 친구나 늘 함께 하는 가족에게는 오히려 특별한 날이 아닌 바에야 작은 성의라도 주고받는 일들은 잘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살면서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겪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도 특별하게 기억하게 되는 사람은 외모가 출중하거나 특별한 장기가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작의 성의를 베풀었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그 사람들이 나와 함께 하는 시간적었던데 비해 내가 그 사람들을 따뜻한 사람으로 오래 기억하는 것은 공평한 것일까 공평하지 않은 것일까.


 6년 전 이곳에 이사를 와 학교 커리큘럼 설명회에서 Mr.N 아이의 담임선생님으로 처음 만났다. 초등학교 선생님 중에서는 남자 선생님을 거의 보지 못했기도 했고 기왕이면 아이 담임선생님이 여자 선생님이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학교가 시작되자 Mr.N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주일에 몇 번씩 다 읽지도 못할 장문의 이메일을 지치지 않고 보내셨고, 긴 메일의 끝에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집에서 아이들에게 질문해 보라며 질문거리도 함께 보내셨다. 아이들과의 성장과 자람이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부모와 선생님과 아이들 간의 관계 가운데 함께 자라가야 함을 강조하시면서 가정에 변화(좋은 소식이나, 혹은 이혼이나 가족의 사고, 질병, 등)에 대해 자기에게도 알려달라고 하시거나 방학 때는 반 전체 아이들과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는 이벤트를 하시기도 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많은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의 담임선생님이 되시기를 희망하는 0순위 선생님 이셨다. 나는 수업 중 발런티어나 학교 이벤트들을 참석해서 선생님에게 눈도장을 찍지도 못했고, 연락을 할만한 특별한 일도 없었기 때문에 이 분을 만났던 유일한 시간은 학교의 콘퍼런스 시간 때 밖에 없었으니 고작 두, 세 차례 정도였을 것 같다.


이분을 마음속에 기억하는 이유는 아이의 담임선생님으로서 계셨던 그 해에 있었던 일들 때문이 아니라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몇 년 후에 아직 초등학생인 막내 때문에 학교에 갔다가 이분을 마주쳤을 때의 일 때문이다. 그 사이 코로나로 학교문도 오랫동안 닫혀 있기도 했고, 실제로는 아이의 담임선생님을 하신 지 한 3년 정도는 지났을 때였는데 선생님이 지나가시길래 간단하게 Hi 했는데, 이분도 간단히 Hi 하시고 지나가실 줄 알았더니 바로 주저함 없이 나에게 다가와 자연스럽게 하시는 말씀이 YY이 어떻게 지내냐는 것이다. 와우, 우리 아이가 선생님한테 이렇게까지 기억될만한 대단한 학생이었을까 아니면 이분의 기억력이 대단하셨던 걸까, 여하튼 나는 그날 오후 내내 이분과의 잠깐의 인사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선생님 입장에서 자기 반의 학생을 몇 년이 지난 후 기억을 할 수는 있어도 내가 아이의 학부모로서 선생님에게 기억되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기도 했고, 새삼 졸업식 때 눈이 빨개지시던 그분의 모습이 생각이 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참 관심이 많으셨던 그분, 선생님으로서의 본업에 최선을 다하셨던 그분과의 잠깐의 인사는 편리함과 캐주얼함을 좋아하는 나라는 사람이 앞으로는 사람들에게 더 성의 있게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날 오후, 나는 우리 집에 하루 일하러 오신 분께 일 시작하시기 전에 예쁜 찻잔에 맛있는 차를 내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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