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각이 예민하다. 좋아하는 소리도 많고 싫어하는 소리도 많다. 특히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다 싫다. 핥는 소리, 빠는 소리, 삼키고 씹는 소리 모두 다 내게는 소음이다. 그래서 나는 가족과의 식사가 때로는 괴롭다. 단순히 소리 때문이므로 그것 때문에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소중한 시간, 즐거운 순간을 방해받고 싶지는 않다. 이 때문에 남편과 싸운 날도 많았다. 하지만 내 남편은 쩝쩝 소리를 내며 먹는 사람이고 그렇게 먹어야 먹은 것처럼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먹을 때 즐겁자고 남편의 먹는 순간 즐거움을 떨어뜨리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고 따로 먹긴 싫다. 그래서 나는 밥을 먹을 때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우선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 먹어야 한다. 식당에서는 남편의 씹는 소리쯤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소리를 들을 여유 없이 고기가 ‘치이익’ 타고 술 따르는 소리가 ‘꼴꼴꼴꼴’ 한다. 문제는 집이다. 특히 둘이서 밥을 먹을 때 언제나 넷플릭스가 함께 한다.
그리고 남편의 맞은편에서 먹기를 피한다. 먹는 입모양을 보면 더욱 소리가 증폭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때로는 바로 옆에서 먹는 것이 더 괴로운 순간도 있다. 귀 옆에서 들리는 소리는 참기 힘들다. 그럴 때는 바로 두둥! *
하지만 참기 힘든 순간들도 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데 들려오는 식탁에서의 식사 소리. 쪽갈비를 훑어 빨아들이는 소리. 양념 묻은 손가락을 빠는 소리. 정말 미칠 때도 있지만 참는다. 그 소음은 의도치 않은 것이고, 타협할 수 없는 소리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남편과의 식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의도가 담긴 예쁜 소리를 함께 들려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낮은 목소리에는 따스함이 묻어있다. 닭다리를 들고 양념 묻은 손가락을 빨면서 “야! 이 집 맛있네. 잘 시켰다.” 하는 말은 나를 으쓱하게 한다. 의도가 있는 예쁘고 듣기 좋은 소리들을 내게 들려주는 사람인데, 악의 없는 소음쯤이야. 충분히 참을 수 있다. 도리어 마음껏 소리 내어 먹으며 맛있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이 소리를 기껍게 반길 수 있기를 바란다.
*넷플릭스 효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