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가 먼저 도착한다

by 릴리안

힘겹게 문이 열리며 안 할머니가 들어선다.

의자 위에 펄썩 주저앉는다.


코를 찌르는 지린내가 약국 안에 번지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처방전을 내밀며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은행 경비원을 욕한다.


“내 저 은행에 다시 안 가. 돈 찾으러 갔더니 씻고 오라네. 냄새난다고… 지는 깨끗한가?”


잠시 침묵.


“약사님, 나한테… 정말 냄새 나?”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솔직히 말한다.

“네. 조금요.”


“종이 기저귀 차고 다녀도 나나 봐. 나는 못 맡아… 교회 동생이 한 박스나 갖다 줬는데… 그걸 다 쓰도록 냄새가 나다니….”


치매가 온 것도 아니고, 옷차림도 늘 단정한 분이다.

아무리 약을 써도 요실금은 잡히지 않는다.

의사도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다 했다.

정작 본인은 냄새를 맡지 못하니, 주변 사람들의 표정만 짐작할 뿐이다.


나는 유난히 후각이 예민하다.

약국 문이 열리는 순간, 사람들의 하루가 냄새로 먼저 들어온다.


싸구려 향수 냄새,

바퀴벌레 약이 밴 쪽방촌의 냄새,

세탁하지 못한 옷의 묵은 땀 냄새,

막 식사를 마친 사람의 음식 냄새,

건조기에서 막 꺼낸 옷의 포근한 섬유유연제 향.


냄새는 그 사람의 생활이고, 시간이고, 사정이다.


냄새란 무엇일까.

눈보다 먼저 도착해 존재를 알리는 신호.

후각이 먼저 열리고, 그다음 눈과 귀가 따라온다.

마지막에야 우리는 서로를 만진다.


사랑도 그렇다.

연인의 체취를 먼저 알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그리고 손을 잡는다.

사람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감각, 어쩌면 후각일지 모른다.


영화 〈기생충〉에서 냄새는 계급이 된다.

지하철 냄새, 반지하 냄새.

보이지 않는 선이 사람을 가른다.

모멸감은 결국 비극이 된다.


향수〉에서는 한 남자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향을 만든다.

사람의 체취를 모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냄새를 가지려 한다.

그에게 후각은 곧 삶이었고, 존재의 전부였다.


강아지 로린은 내 냄새를 좋아한다.

작은 코를 바쁘게 움직이며 내 얼굴을 맡고,

벗어 둔 옷 위에 올라가 제 침대처럼 웅크린다.

로린에게 내 체취는 곧 나다.

말보다 정확하고, 얼굴보다 분명한 나.


그래서 문득 생각한다.

냄새는 사람의 가장 솔직한 이름일지도 모른다고.


냄새 때문에 여러 곳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할머니를 떠올린다.

본인은 맡지 못하는 냄새로 세상과 멀어지는 사람.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탈취제를 하나 더 챙겨 드리고,

기저귀를 자주 갈 수 있게 수량을 늘려 드리고,

상처받지 않도록,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음 방문 날짜를 적어 드린다.


그리고 문을 나서는 등을 오래 바라본다.


문이 닫히고 나서도

한동안 그 사람의 냄새가 약국 안에 남아 있다.


그 냄새는

불쾌함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