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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업본부장 한상봉 Dec 13. 2023

조공이라고 쓰고 실속이라고 읽는다 - 조공무역

영업사원의 눈으로 본 역사를 뒤바꾼 거래들

요즘 잘 나가는 아이돌에게는 팬덤이 있다. 그 팬덤들이 아이돌 스타에게 보내는 선물을 한때 조공이라고 비하하여 표현했었다. 지금은 팬덤들의 의식도 많이 성숙해져서 사회적으로 귀감이 되는 경우도 종종 보곤 한다.


이렇듯 조공은 단어의 뉘앙스 때문에 무언가 비굴하고 조아리는 관계의 한 상징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단어의 뜻 그대로라면 힘이 약한 나라가 큰 나라에 바치는 뇌물 같지만 이게 무역의 개념과 합쳐지는 순간 일종의 나라 간 관무역의 형태를 띠게 된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보니 조공무역도 오랜 역사동안 이루어졌다. 고려시대에는 거란과 여진, 조선시대에는 명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조공무역도 꽤 발전했는 데 오늘은 조공무역 속에서 볼 수 있는 영업의 형태와 방법을 현대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조공무역은 일방적인 바침의 거래가 아니었다.


많이 알다시피 우리가 명나라에 조공품을 올리면 명나라도 우리에게 보답품 내지는 하사품을 답례로 주었다. 마치 요즘에 결혼식에 참석하여 부조를 하면 들깨니, 소금이니 와인이니 답례품을 주듯이 한쪽만의 액션이 아니라 상호 작용이었다는 뜻이다. 무역이라는 개념에 충실했던 것이다.


문제는 요즘처럼 경제이론이 발전되어 비교우위니 관세니 하는 개념이 없다 보니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조차 제대로 인식되지 않을 시기였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금전적인 이익면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큰 나라가 가지는 일종의 허세와 베풂이 가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물품의 주고받음을 넘어서 정치, 군사, 문화등의 교류 창구로서의 역할도 있었기에 조공무역이 이루어지는 그 당시의 국제정세 역시 중요한 변수였다.


중국은 본인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약소국 또는 변방국에 큰 나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고 권위를 세우는 효과로 기꺼이 감수했을 것이다. 눈앞의 금전적 이익보다도 더 큰 미래가치를 생각하는 거래는 생각보다 많은 이득을 줄 수도 있다. 고객과 거래를 진행하고 협상할 때에도 이 문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된다.


협상전문가 김병국 씨는 협상할 때 항상 상대방과의 공통분모를 찾아 파이를 키우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공무역은 주고받는 물품을 결속을 다지는 매개체로 삼고, 그 당시의 양국의 공통관심사와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았을 것이다. 현대에 있어서의 영업과 거래에서도 단순한 계량적 이득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공통이익과 미래가치를 항상 의식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가치를 발하는 영업행위의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2. 조공무역은 거래의 기본도 무시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모든 일은 순방향으로 흐르는 프로세스가 있다. 특히 영업은 그 과정이 생략되거나 뒤바뀌는 경우가 흔치 않다.  


물건을 제안하고 물건을 수령한 뒤 혹은 실시간으로 물건과 대금을 교환한다. 대개의 경우는 대금이 물건보다 먼저 입금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재밌는 건 조공무역의 경우 조공품이 진상되기 전에 하사품을 먼저 내리는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아마도 강대국과 약소국의 관계에서 일종의 믿음이었을 수도 있는 데 무역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일견 상식적이지 않은 면이 있었던 것이다.


조공이라는 것이 사실 중국의 중화사상 이데올로기를 확산하고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던 터라 중국의 입장에서는 손익보다는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유지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먼저 하사품을 내림으로써 그것을 입증하려고 했을 것이다. 행위자체의 주목적과 의도를 먼저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어떤 거래를 트기 위해서, 혹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 시대에도 상대방에게 성의를 보여야 할 때가 있다.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물건을 받지 않고도 선입금을 통해 의지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지역별 거래처별 익스클루시브한 우선 판매 권한을 받기 위해 당장 팔 곳이 없어도 미리 물건을 요청하여 사두기도 한다. 가끔은 더 큰 이익을 위해 거래의 일반적인 프로세스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이런 선 하사품 제공의 문제로 중국에서는 반발도 심했다고 한다. 중국왕조는 명분을 얻었겠지만 하사품을 제공해야 하는 중국의 농민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고 그걸 본 중국의 유명한 시인인 소동파도 강하게 반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우리가 겉으로 아는 조공무역의 재밌는 실체 중 하나다.



3. 조공무역은 실무자들의 개인 사리사욕의 장이었다.


영화에서나 사극 드라마에서 많이 보는 행태다. 중국의 사신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우리 임금을 무시하며, 다양한 루트로 뇌물을 받고 가져온 공적 진상품도 빼돌린다. 아주 제 세상을 만난 듯한 개인비리의 환장파티다. 


그런데 과연 중국의 사신들만 그랬을 까? 중국에 바치는 진상품을 운반하고 전달했던 조선의 사신들은 다 충신이어서 그런 일이 없었을까? 기록에 따르면 중국 조공품에 손을 대고 실제 하사품과의 교환 비율을 조절하여 폭리를 취하는 조선의 관리에 대한 처벌도 있었다고 한다. 결국 양쪽모두 실무자들의 비리가 잦았다는 뜻이다.


영업사원들에게는 유혹이 많다. 특히 일정정도의 기간을 통해 업계가 돌아가는 모양을 다 파악하고, 이해관계자들의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까지를 다 알게 되는 시점이 오면 절대로 들키지 않으면서 개인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알게 된다.


만약 그게 가벼운 금액과 횟수의 법인카드 개인 사용이나 고객선물의 개인적 편취정도라면 모르겠지만 회사가 가져가야 할 이익을 회사 모르게 빼돌리는 것까지 가게 되면 당연히 곤란하다. 드라마 미생에서의 박 과장처럼 슈킹을 위한 유령법인까지도 만들 정도로 대담해지는 것이다.


많은 영업사원들이 그러한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시스템적으로 관리적으로 커버할 수 없는 정도의 유혹이 넘친다. 결국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인간의 욕심에서 생기는 문제이리라.


하지만 이 글에서는 도덕적으로 양심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얘기를 할 정도로 깨끗하게만 영업을 해 왔던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성인군자 코스프레 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으니까. 다만 말도 안 되는 결론을 하나 내자면 역시 자기 사업을 하는 게 최고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조공무역을 알게 되며 느낀 엉뚱한 상상이다.



조공무역에 대해서 알아봤다. 시리즈를 구성하고 진행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그럴 거 같은데 아니구나' 이거나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 데 맞네'라는 정도의 소재가 가장 흥미로운 듯하다. 자세히는 알지 못했지만 그런 거 아냐?라는 소재에서 그런 거임을 확인하거나 조금 다르게 알고 있던걸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기에 더하여 요즘의 영업과 비교하고 평행이론을 찾아보는 건 그 나름의 의미도 있다는 걸 느낀다.


미래를 알 수 없어 과거를 돌아본다고 하지만 이제 AI시대에서는 현재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출현할 것이다. 그때까지 시리즈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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