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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업본부장 한상봉 Dec 14. 2023

숲은 나무보다 크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 노무현탄핵

영업사원의 눈으로 본 역사를 뒤바꾼 거래들

민감한 주제이다. 하지만 시리즈의 특성상 정치적인 의견이나 가치판단은 철저히 배제하고자 한다. 사건에 대한 팩트와 영업사원의 눈으로 보았을 때 생각해 볼 내용만 집중하자.


비교적 가까운 과거이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건이다. 탄핵 자체도 큰 사건이지만 이후의 역풍으로 인해 바뀌어진 역사가 또한 만만치가 않다. 탄핵이 기각되는 직접적인 결과 외에 그 이후에 있었던 총선에서 탄핵을 주도했던 정파의 지도자들은 모두 정계를 은퇴해야만 했고 수십 석을 가지고 있던 정당은 채 10석도 얻지 못하고 정계개편의 대상이 됐다. 반면 수비를 해야 했던 정당은 152석이라는 엄청난 의석수로 전화위복 내지는 새옹지마의 주인공이 되었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정치적인 스탠스는 배제하고자 한다. 그저 탄핵을 발의했던 세력의 실패이유를 살펴보고 그것이 영업현장에서 어떤 형태로 리메이크될 수 있는지에만 관심하여 얘기해 보려고 한다.



1. 그들은 진짜 의사결정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사람의 진짜 속마음을 알지 못했다.


주지하다시피 노무현 탄핵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특정 정치집단에 대한 편파 발언과 측근비리에 대한 사과요청으로 시작되었다. 사과를 요구하였으나 거절하자 탄핵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던 것이다. 시작은 사과요구였으나 아마도 처음부터 궁극적인 목적은 대통령의 하야 또는 탄핵이었을 것이다.


비록 실제로 탄핵안을 발의하고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신청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지만 민주사회에서 국민들의 여론은 중요한 요소다. 국민여론과 동의가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정치행위였고 정확히 말하자면 당시 대통령 탄핵의 진짜 의사결정자는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국민이었다는 의미이다.


B2B 세일즈 전문가 박주민 대표는 영업사원이 고려해야 할 고객사의 내부그룹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고 말했다. 사용자그룹, 최고 의사결정그룹, 비토그룹, 우호그룹이 그것이다. https://www.gainge.com/contents/videos/1966. 즉, 눈앞에 앉아있는 거래 당사자 뒤에 있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까지도 고려하고 파악하고 설득해야 수주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많은 영업사원들이 대화당사자의 반응만으로 수실주의 전망을 판단하고 실패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이를 그대로 도치하여 대입하면 그 당시 헌법재판소는 사용자그룹 정도이겠지만 사실 제품도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의사결정그룹은 국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최고 의사결정그룹과 비토그룹, 우호그룹이 같은 사람들이었고 각각의 의견차이가 있었으나 탄핵주도 세력은 그러한 다양한 생각을 가진 그룹이 존재한 것을 고려하지 않았거나 몰랐었던 것이다. 그러한 오류로 인해 결국은 이제 말할 두 번째 실수를 범하게 된다.



2. 그들은 본인들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들었다. 


당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이 일련의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여론은 약 60%가 넘었다. 이 수치는 탄핵주도 세력에게는 너무나 큰 힘을 주었을 게 자명하다. 하지만 거기까지 여야만 했다. 내가 정치인은 아니지만 욕심을 더 부려 승부를 보아야 할 상황이 있고, 현재의 유리한 국면을 이어가면서 이후의 행동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 그들은 후자를 택했어야 했다. 왜냐면 탄핵을 반대하는 여론은 70%가 넘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듣고 싶어 하는 것만을 보고 들은 뒤 행동에 옮기는 근거로 삼았다. 승리하고 싶다는 열망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눈과 귀를 닫은 것이다. 사실 아예 모든 외부의 상황에 눈과 귀를 닫는다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나쁜 것은 잘못된 판단을 일으키는 것에만 눈과 귀가 열린다는 데에 있다.


수주에 대한 갈망으로, 상대에게 내 물건을 팔고 싶다는 갈망으로 영업사원은 많은 부분 너무 긍정적인 신호에만 안테나가 가동될 때가 있다. 내 글 '영업본부장이 제일 싫어하는 영업사원'에 언급했듯이 그렇게 모든 걸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는 영업사원은 여러모로 폐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일부러 그러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모든 상황을 유리하게만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태도와 각오는 긍정적으로 갖되 현실은 냉정하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영업사원의 필수 덕목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조심해야 할 태도가 있다. 마지막으로 얘기할 실수이다.


3. 그들은 그들이 받은 자존심의 상처로 인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탄핵을 제기하고 행동했던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처음부터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동의하던 하지 않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기존의 대통령 문법을 따르지 않은 파격적인 사건이었던 건 사실이다.


특히 탄핵주도세력에게는 처음부터 인정할 수 없는 대통령이었을 것이고 그 불인정을 입증할 기회가 생기자 아마도 냉정을 잃고 달려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상대에 대한 경계와 상대의 실력에 대한 인정이 결여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호표는 토선생을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 않던가?


영업을 하다 보면 가끔 우리 회사와 비교도 되지 않을 규모와 능력을 가진 업체와 경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레퍼런스도 우리에 한참 못 미치고, 인력구성과 자본금, 심지어는 영업라인조차도 갖추지 못한 작은 회사와 경쟁해야 되는 상황 말이다.


어울리는 비유는 아니지만 권선징악 내지는 사필귀정의 관점에서 보면 고객은 우리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참신함이든, 열정이든 그들이 우리보다 더 고객에게 어필에 성공하고 수주에 성공하는 경우가 참 많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럴 때는 차분하게 그리고 심각하게 자신을 돌아보아야만 한다. 작은 회사라고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아예 처음부터 경쟁이라고 여기지 않은 건 아닌지, 그로 인해 당연히 고객은 우리를 선택할 것이라는 안일한 방심의 누를 범한 것은 아닌지를 반성해야 한다. 그래야 두 번 실수하지 않는다. 탄핵주도세력도 그런 누를 범했던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치적인 스탠스나 가치는 배제한 글이다. 탄핵이 성공했어야 했다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돼서 서운하다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결과에 따라 마치 나비효과처럼 그 이후에 많은 현대사가 격변했고 그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어느 한편을 떠나서 패배한 쪽은 무엇을 잘못했고 실수했는 지를 살펴보는 것, 그 자체만을 관심한 글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무보다도 숲이 몇십 배, 몇백 배 더 넓고 큰데 왜 못 보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나무에 달려있는 꽃과 열매가 너무나 예쁘고 탐스러워서 몇 발자국 뒤에서 보지 않고 더 가까운 데서 보기 위해 다가서기 때문일 것이다. 


영업도 마찬가지다. 한건의 수주에 너무 몰입하지 말고 금액적으로나 미래가치의 차원에서 넓게 크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길게 오래 살아남는다. 그래서 가끔 난 과유불급과 다다익선의 의미가 겹쳐져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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