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밋밋 Feb 19. 2024

40대 솔로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

봄처럼 빛나고 싶다.

  아직도 빛나고 싶다.


  2월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도 드문드문 온기가 느껴진다. 바람의 향기와 산의 빛깔이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쌀쌀하지만 이유는 달라졌다. 몇 주 전 두꺼운 오리털 패딩을 입고도 덜덜 떨면서 다녔지만 지금은 가벼운 코트를 입고 찬바람과 싸우고 있다.


  추위와 싸우느라 신경이 바짝 곤두선채 한동안(한겨울)을 보냈다. 사실 후회스럽다. 난방비를 아끼지 않았으면 조금 더 마음이 여유로울 수 있었을까. 미련하게 겨울을 온몸으로 맞았다. 홀가분해야 할 집에서 잔뜩 움츠려 이불속을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16도에서 멈춰진 보일러의 온도만큼 내 감정도 식어있었다. 


  봄이 오고 있음을 풍경에서 느낀다. 반쯤은 거짓말이다. 실은 매일 보는 날씨 어플과 달력에서 정확히 알 수 있다. 2월 달력이 한 장 더 넘어가길 바라고 있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추운 방에서 나와 움직였다. 어깨를 누르는 옷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몸이 편해진 만큼 마음도 가벼워진다.’ 따뜻한 햇살에 어느새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봄을 기다리는 동안 겨우내 모났던 감정도 무뎌진다. 


  얼었던 바닥이 촉촉해지고 나의 움츠렸던 마음도 풀어졌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쯤 처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을까? 이번 봄에는 무엇을 하게 될까?


  낡은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사고 싶다. 눈에 띄는 패셔니스타가 될 수 없겠지만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내 가방에서 몇 달간 구겨져가는 '배움의 발견'이라는 책도 읽을 때가 된 것 같다. 내 모습의 겉과 속을 모두 채우고 싶다.




 그래 나는 빛나고 싶다. 


  예전만큼 눈부실 수 없을지라도. 따뜻하고 밝은 봄이 나에게도 가로등이 되었으면 좋겠다. 조명을 따라 걸어가는 나의 모습을 그린다. 어떤 색이면 좋을까?


  다른 사람의 시선을 거부한 채로, 이쁘게 꾸민 자신을 보며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달라진 나의 모습을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 멋지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의지라고는 한 줌 밖에 되지 않는다. 겨울보다는 낫긴 하지만 잠시 머뭇거리면 어느새 숨 쉬기 어려운 여름이 온다. 더위가 오기 전에 많은 것을 해둬야 한다. 마침 잘 됐다. 구정이 방금 막 지났다. 누군가의 새해는 한참 지났지만, 나는 나의 새해를 어제 맞이했고, 오늘은 새해 다짐을 하기에 좋은 날이다.


  나는 여기 있다. 하지만 아무도 내가 있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나의 자리를 말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 사이에서 멀어져야 한다. 내가 지금 누군가와 만나 먹는 술은 그 자리에서만 나를 환하게 만든다. 실상은 나를 어둡게 한다. 응원의 마음을 보낸 채, 멀리 있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잠시간 약속을 밀어내려고 한다.


  햇살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연례행사로 가던 미술관, 관심이 전혀 없었던 클래식 음악회, 가보지 못한 한라산 정상, 이래저래 말도 안 될 10쪽짜리 단편 소설 쓰기, 귀찮아하지 않던 요리 만들어 먹기. 나를 차곡차곡 채우려고 한다. 


  매년 세웠던 결심도 있고, 새로 마음먹은 일도 있다. 하나씩 해내어 반쯤 남은 나의 길이 빛나는 여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항상 봄처럼 지내려고 한다. 나갈 수 없는 여름이 와도 나가지 못하는 겨울이 다시 와도.

매거진의 이전글 직업에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았던 40대의 목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