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호진 Sep 29. 2023

고향 마을

그리움

"웅~~~웅~~~" 전화가 울렸다.


친구들이 고향 마을에 모여 있다고 했다. 옻닭을 푹 삶아 먹고 있다고 한다. 


명절이라고 고향에 올 수 있는 친구는 이제 서너 명 밖에 없다.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아니면 모두 이주하여 다른 곳에 살고 있다. 내가 사는 곳은 고향 마을에서 15분 거리에 있다. 외갓집은 더 가까이 있다. 어릴 때 추억을 찾는다면 언제든지 나설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집을 나서자.

둥그런 달이 동쪽 하늘에서 반겨주었다. 

친구들은 벌써 술과 고기에 듬뿍 취해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골목 입구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등학교1학년 때까지 주말마다 모여서 이웃마을까지 몰려다녔었다. 

추억들이 쌓여 갈 무렵 친구들은 모두 직장으로 대학으로 군대로 떠나갔다. 


명절날 모일 때마다 옛날이야기로 난리가 난다. 고등학교 때는 누구나 병적인 영웅심리가 작동한 것 같았다.


어떤 날은 애인을 잠깐 만나기 위해 5km나 떨어진 마을까지 단숨에 갔다 오기도 하는 친구도 있었다. 

우리가 냇가 둑에 놀고 있는데 금방 사라졌다가 나타났는데. 어디 갔다 왔냐고 물으면 애인 얼굴 잠깐 보고 왔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 친구는 지금 첫사랑과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 늘 이런 식으로 사고를 치거나 웃질 못할 일들을 벌이곤 했었다. 해가 지면 우리 세상이었다. 


나는 고향마을에 오면 늘 할머니 할아버지가 먼저 떠오른다. 수없이 오고 갔을 길과 밭과 논들이 그대로 있는 곳이고 내가 살던 집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고향마을은 언제와도 반겨주고 정답다. 

그곳에 친구들이 있고 더 깊은 심연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다.

그래서 더 자주 그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