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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진 Oct 01. 2023

불사조

치유의 숲

불사조




대지는 꽃과 같은 아름다움과 현란한 색깔과 매혹적인 향기를 과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지는 무한한 능력을 품고 있다. 대지는 자신의 능력을 꽃을 통해 잠시 드러내기도 한다. 한 송이 백합꽃을 이해한다면 누구라도 대지의 위대함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고매하고 위풍당당한 대지에 인간의 마음과 같은 욕심과 질투를 심을 수는 없다. 나무와 꽃과 새들은 시샘하여 미워하거나 무절제한 탐욕이나 식탐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자연은 무엇을 바라거나 값어치를 따지거나 '더 많이'라는 욕망을 갖지 않는다. 자연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누어 준다. 이때 우리는 구분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그저 받으면 그만이다.


 


최초로 자동차의 대량 생산을 이끈 자동차왕 헨리포드가 외국에 업무차 갔을 때의 일이다. 포드는 해외 출장길에도 늘 낡고 오래된 코트를 입었다. 그리고 값싼 호텔에 머물렀다. 그런데 포드의 아들은 달랐다. 그는 부자임을 과시했다. 그는 늘 에고가 부풀어 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포드에게 물었다. 

"당신은 부자이면서 왜 낡은 코트를 고집하고 값싼 호텔에 머무시는지요?" 많은 사람들은 궁금했다. 

포드는 말했다.

"내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곳에 머물러도 나는 포드다."

"내 아들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있다." 


포드는 내면세계가 귀족이었다. 

진짜 부자는 굳이 그것을 과시하지 않는다. 내면이 귀족이 된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어도 빛이 난다.


아들은 외부 치장을 통하여 귀족임을 과시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었다. 남이 알아주기를 기대했다. 진정으로 내면세계가 풍요롭다면 과시할 필요가 없다. 에고는 과시하고자 안달이 나 있다. 늘 보여주고 전시하려고 한다. 



나의 지난 삶 속에는 늘 두려움이 함께했다.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웠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했다. 중요한 사람이 되어 관심받으려 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 두려워 늘 조바심으로 전전긍긍했다. 나를 숨기려고 가면을 썼다. 가면을 쓴 다른 사람들도 서로 나를 봐 달라고 하면서 자신의 뛰어남을 알리고 싶어 했다. 나의 에고는 우월해지고 싶어 했다. 나의 에고는 열등감으로 상처 입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마음의 기능 장애를 가져온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다.




여기 장자와 혜자의 이야기가 있다. 


혜자는 양나라 왕의 신임을 얻은 재상으로 큰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장자 일행이 양나라에 왔다는 소식에 몹시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두려움에 편히 잠을 자지도 못했다. 


혜자는 장자가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왔다는 항간의 소문을 그대로 믿고 있었다. 혜자는 날랜 부하들을 시켜 장자를 체포하려 했지만 장자를 찾을 수 없었다. 마침내 장자는 스스로 혜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말했다.


"그대는 저 남쪽 나라에 사는 영원히 늙지 않는 신비로운 새, 불사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불멸의 불사조는 남쪽 바다에서 날아올라 저 북쪽 바다로 날아가는데 신성한 나무 위가 아니면 내려앉지 않고, 가장 고결하고 희귀한 열매가 아니면 입에 대지 않으며, 오로지 가장 정결한 샘에서만 물을 마신다.

한 번은 부엉이 한 마리가 이미 썩어가는 죽은 쥐를 뜯어먹고 있다가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비상하는 불사조를 보았다. 부엉이는 너무나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는 두려움에 당황하여 죽은 쥐를 꽉 움켜잡았다.

재상이여! 그대는 왜 그토록 광적으로 그대의 재상직에 매달리며 나를 보고는 놀라 비명을 지르는가."



내면이 귀족이 된 사람은 욕망이 없다.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사람은 아름다운 내면을 가질 수 없다.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곧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욕망은 열등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은 열등의식을 느낄 때마다 남보다 우월해지려고 한다.


스스로 추하다고 느끼는 순간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한다. 아름답다면 굳이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데 왜 아름다워지려고 하겠는가. '아름답다', ' 추하다'를 의식하는 순간 에고는 비교를 통하여 우월과 열등을 느낀다. 상대가 나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고, 아는 것이 더 많다는 것만으로도 에고는 상처를 입는다. 


모든 사람은 각각 고유하고 저마다 탁월한 우월성을 가지고 있다.  이 우월함은 비교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만의 고유한 본성을 가진 특별한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붓다는 말한다. 

'욕망을 갖지 말라. 왜냐하면 욕망을 통해서는 언제나 열등한 채로 남아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는 이미 우월하다.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고유한 존재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그대가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그토록 많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는가.' 


초기 불교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말 중에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은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이 있다.


욕망이나 에고의 감옥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살라는 의미이다. 

그때 비로소 마음은 고요해지고 평화가 찾아온다.


*참고도서: 오쇼 저, 류시화 옮김, <오쇼의 장자강의 1, 삶의 길 흰구름의 길>, 청아, 2015, pp110~111.

<제목 이미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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