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직녀의 거리는 애닮음이다
소백산천문대의 은하수
♬~~♪~~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너희 집 앞으로 잠깐 나올래
가볍게 겉옷 하나 걸치고서 나오면 돼
너무 멀리 가지 않을게
그렇지만 네 손을 꼭 잡을래
멋진 별자리 이름은 모르지만
나와 같이 가줄래 ♬♪
캬~~! 이보다 더 달콤할 수는 없다. 가수 적재씨의 서정적인 음색에 너무 잘 어울리는 멋진 노래다. 여름철이라서 인가. 야간 야외 활동이 많은 계절,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횟수가 많은 요즘에 주로 불려지는 이 노래를 흥얼거리기만 했었다. 실제로 리얼 별 보러 갈 줄은 몰랐다. 여름 밤하늘의 수많은 진짜 별을 보게 된 것이다.
국립 소백산 천문대에서 말이다.
죽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소백산 천문대에서 일행을 실어 나를 자동차가 대기 중이었다.
셔틀을 타고 소백산 중턱 고도 1600m에 소백산 천문대가 위치해 있다. 천문대를 올라가니 산아래 30도를 훨씬 넘던 찜통더위는 없고 어느새 시원함이 느껴진다. 해가 지니 서늘함까지.. 이 한증막 삼복더위에 긴팔 겉옷까지 하나씩 걸치고 별 보러 밖으로 나갔다.
칠월칠석 그믐 밤. 여름 밤하늘은 구름의 질투와 사투다. 구름사이로 별들이 보였다 가렸다를 연거푸 하면서도 사이사이 견우별과 직녀별을 보여주었고 그 사이 은하수를 수놓고 있었다.
그뿐이랴 설치해 둔 광학 망원경을 통해 선명한 초승달을 볼 수 있었다. 엷은 주황색의 달은 온화했고 달 표면의 많은 분화구 같은 거침은 오히려 연민이었다. 일행 중 몇 명은 구름과의 밀당 끝에 새벽녘에 찬란한 목성의 띠를 보았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내 눈으로는 직접 관찰하지 못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 하니 아마도 우리 조상은 떡만 쌓았나 보다. 달 표면을 직접 본 것만으로도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감동이었는데 목성까지 보았다면 아마 제정신이 아니었지 싶다.
여름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과 구름과 밀당을 하면서 그렇게 밤늦게 까지 감탄으로 올려다보았는데도 아침엔, 아니 해가 오르지 않아 밖은 아직 희미한 새벽인데 저절로 눈이 떠졌다. 맑고 깨끗한 공기의 단내가 희미한 창가의 여명만으로도 놀라듯 눈이 떠졌다. 하늘이 하얗게 밝아오고 있었다.
천문대에서 약 100m만 올라가면 속리산 연화봉이 있어 뛰다시피 올라갔다. 그 어느 님이 이토록 반가우리, 그가 올라와 나타나기 전에 먼저 마중 나가고자 온 힘을 다했다. 거친 숨소리에도, 여름날 풀 잎마다 맺힌 하얀 이슬도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달렸다. 다행히 아직 문 열고 들어서지 않은 문 밖의 일출을 기다릴 수 있었다. 잠시 숨고르고 옷매무새 정리하듯 봉우리 사이를 응시하자 어여쁜 붉은 해가 수줍은 듯 아주 천천히, 그러나 아주 밝은 빛으로 당당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속리산의 봉우리와 봉우리를 의지한 채 그 사이에서 편안한 얼굴로 붉게 올라오는 해를 속리산 연화봉에서 맞이할 수 있었다. 속리산 천문대에서 설치해 놓은 태양 구조물 옆으로 진짜 태양이 속리산 중턱 연화봉에 떠오르고 있었다. 멋지다 일출. 더 멋지다 속리산.
해가 올라오는 동안은 그 누구도 아무 말 없이 무조건 해멍이다.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해는 좀 더 오래 응시하게 한다거나 좀 더 자세히 바라봄을 허락하지 않았다. 허락한 만큼만 해멍으로 잠시 마음을 비울 수 있었다.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서 바야흐로 보여준 속리산의 다양한 여름 야생화는 어느 정원보다 생동감 있고 아름다운 각양각색의 꽃밭이었다. 그 여운이 오래갈듯하다.
소백산 천문대에서의 1박 2일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