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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다잠든 나무 Aug 03. 2024

'따오기'를 직접 만났다구요.

동요 '따오기'를 아시나요?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잡힐 듯이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아버지 가신 나라 달 돋는 나라.

-한정동 작사, 윤극영 작곡-


아니 무슨 동요가 눈물을 핑돌게 하냐구요? 그 가사며 곡조가 이리도 처연했었던가. 오랜만에 음악 플랫폼을 통해 찾아서 다시 들어보니 엥? 눈물이 핑 돈다.


 어린 시절 아주 익숙하게 불렀던 이 동요가 이토록  구슬픈 노래라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1925년 일제강점기 시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나타낸 가사가 다시 들려왔다. 그뿐이랴 그 시절 동요 작곡의 대부 윤극영 선생님이 가사에 절묘하게 맞는 곡을 붙여주어 쉽게 편안하게 부르고 다녔던 노래가 따오기가 아니었던가. 일제 강점기 아이들의 입에서 흔히 불려졌을 이 노래에도 애환이 깃들어 있다 한다. 어린이들 입에서 흔히 재롱 대던 이 노래는 슬픈 가사와 그리움을 담고 있어 조선 민족의 애환을 읊은 노래라 하여 금지시키기도 하였다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 입에서 입으로 불려지던 동요 따오기를 도대체 얼마 만에 들어보는 것인가. 아마도 잊고 있었지 싶다.


언제부터 이 동요가 우리들에게서 멀어졌던가.

그건 아마도 우리네 농촌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따오기가 우리  땅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린  시간과 비례할지도 모를 일이다.

흔했던 따오기가 자연 농법의 농사에서 변해버린 화학 농법의 농사를 견디지 못하고 아무도 모르게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1979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다.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난 지 42년 만에 경남 창녕군에서는 2008년부터 따오기 복원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창녕의 깃대종으로 지정하여 따오기 복원에 다각적 노력을 해왔고 이런 노력으로 자연에서  야생번식에 성공하는 등  따오기가 우리 땅에서 다시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따오기는 세계적으로는 위기종(IUCN, EN)으로 분류되었고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천연기념물로도 보호되고 있다.


이런 귀한 몸 따오기를 아침 일찍 람사르 습지로 지정 보존되고 있는 창녕 우포 늪 산책길에 만났던 것이다. 따오기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 깃드는 일이라고 여기저기 창녕군에서 홍보하고 있지만 쉬이 만나지 못하는 귀한 몸이라서 직접 만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물안개가 올라오는 우포늪의  아름다움에 빠져 걷고 있는데 따오기 복원센터 근처에 다다르자 순간 가볍게 걷던 산책 발걸음이 무겁게 멈춰졌다. 저 앞 하얀 자태로 서있는 새 한 마리가 분명 따오기였다. 붉은 모자를 쓰고 긴 부리를 가진 모습이 틀림없는 따오기였다.  따오기가 우포 늪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짐짓 '아무런 해를 주지 않을 거야', '정말 착한 사람들이야'를 여러 번 읊조리며 한껏 따오기 눈치를 보면서 살금살금 한발 한발 내디뎠다. 약 50m 앞까지 다다 가자 따오기는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천천히 걸어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따오기에게 다가가는 한발 한발은 아주 천천히 그저 함께 살아가는 자연인 양 조심스럽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된다. 그렇게 모습을 보여주었고 두려워하며 화다닥 달아나지 않은 것에 무척 감사했다. 한참을 서로 바라보며 맘씨 좋은 미소를 건낼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어찌나 반갑고 귀한지 그저 잘 살아있음에 감사할 뿐이었다.


따오기가 우포 늪을 응시하는 모습이 마치 가족을 기다리는 것일까, 아니 벗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홀로 서 있는 모습이 그리움을 가득 머금은 듯 외로워 보이기까지 다.

좋은 꿈을 꾸었던 것일까. 아침 산책에서 따오기를 만나다니. 흥분된 마음과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돌아오는 길엔 따오기 동요가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한여름 낮 시간의 온도가 35도를 달리는 이즈음 해 뜨면 바깥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때, 이른 아침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따오기와의 조우는 하루종일 흥얼흥얼 기분 좋게 한다. 자연으로 방생한 따오기들이 우리 국토 여기저기에서 잘 적응하고 살아내 몇 년 후엔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돌아와 따오기 동요를 다시 찾아 곱씹으며 듣게 된다. 동요를 종일 듣다 보니  아침에 만난 따오기의 그리움에 생각이 잠긴듯한 다소 처연한 홀로 서 있던 모습과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따오기 가사가 묘하게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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