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주문도엔 저어새도 주민이다

5월엔 노랑 목도리를 두른 저어새를 만날 수 있다

by 놀다잠든 나무

5월 주문도에는 저어새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민가 근처로 날아든다. 갓 태어난 새끼들을 위해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민물인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 멀리 무인도에 알을 낳아 놓고 짠 바닷물을 피해서 담수가 옅은 민물인 민가 근처의 논까지 날아와서 먹이 활동을 한다. 그 먹이는 갓 부화한 아기 저어새를 위한 먹이다. 바닷물은 짜서 아기 저어새들이 먹기에 불충분하므로 짜지 않은 논물에서 잡은 먹이를 아기에게 주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민가가 가까이 있는 논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저어새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민물 논까지 가까이 온다는 것은 위험과 경계를 무릅써야 하는 일이다. 주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에서 생활하며 알을 낳고 부화하는 저어새가 민가가 있는 논으로 다가오는 일은 좀처럼 없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 저어새를 위해서는 민가의 논에 나타난다.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저어새의 자식을 향한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저어새의 이러한 숭고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계절이 5월이다. 더욱이 주문도는 저어새의 군락지다. 이런 저어새들의 숭고한 활동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니 행운이었다. 5월 19일 주문도행 배를 타고 45분 지나니 주문도에 도착했다. 선착장에서 마을이 있는 숙소까지 가는 동안 너른 들판의 논에는 모내기를 위해 물을 가득 담아져 있었다. 그 논에서 쉴 새 없이 고개를 흔들면서 고개를 저어가면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저어새 어미 무리를 보았다. 민가에 가까운 논에서 쉴 새 없이 고개를 저어가며 먹이활동을 하는 저어새의 모습을 주문도의 5월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이즈음 그들은 막 산한한 어미 저어새만이 가질 수 있는 노란 털 목도리를 두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어새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노란 목도리 저어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가슴 뛰는 일이다. 숭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저어새의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모습을 볼 수 있는 5월 주문도가 아름다운 이유이기도 하다.


쉴 새 없이 고개를 저어가며 저 멀리 무인도에 있는 새끼들을 위한 활동들을 보고 있자니 그저 가슴이 먹먹하고 모습이 그냥 아름다웠다. 이제 이런 사실을 알아버린 이상 5월 주문도에 가야 할 이유가 또하나 생겼다.


저어새는 5월에 그 아름답고 숭고한 모습으로 주문도 민가가 있는 논에 나타난다. 저 멀리 무인도 섬에 알을 낳고 그 알이 부화할 수 있도록 온몸으로 감싸 안았고 부화한 아기 새들에게 짠물이 아닌 민물에서 먹이를 가져다주는 위험을 무릅쓴 어미 저어새의 숭고함이 자꾸 숙연해진다.


주문도에 들어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고민했던 순간이 너무나 하찮다. 자칯 이런 아름답고 숭고한 모습을 보지 않고 그냥 갔더라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한컷 놓치고 살뻔했다. 얼마나 아쉬웠을까. 이제부터 저어새는 5월에 주문도에서 볼 일이다.
더 많은 저어새들이 5월 주문도 논에서 떼를 지어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내년에는 더 많은 저어새들의 무리가 있는 주문도의 논을 그려보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반갑다 매화마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