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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

이따금 불편함의 순간

by 꽃돼지

몇 년 전 가족들과 낙산사에 방문했을 때 예쁜 절경을 보았고,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고 한 번쯤 체험해 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다. 혼자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고 계획하고 싶지 않았고 바다를 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다가 템플스테이가 생각이 나서 예약사이트를 지켜보다 하루 전날 취소 자리가 나서 겨우 예약했다. 다행히 휴식형이라 전에 템플스테이를 경험했던 주변인들의 힘듦만큼 어려운 일은 없었고, 절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고, 주변 경치를 보고 또 가만히 앉아서 멍 때리거나 책을 읽었다. 사실 내가 어린 시절 어머니는 불교 신자였고, 부처님 오신 날 가족끼리 봉은사에도 갔던지라 절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낙산사에 가는 것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니, 어머니께서 홍연암이 기도발이 강하니 가서 꼭 기도하고 오라고 하셨다. 절에서 안내해 준 저녁예불 시간에 홍연암이 없어 예불 전에 들리겠노라고 천천히 걸어갔다. 가서 기도할 것이 생각나지 않아 어머니께 전화했고 어떤 기도를 하셨는지 여쭤봤는데,


"우선 지금 이 자리에 서서 기도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일체중생을 행복하게 해 주십시오. 일체 모든 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십시오"


라고 하신다는 것을 듣고 나는 나와 내가 아는 이들 모두의 건강을 기도하겠다고 다짐했다.

절에 가면 늘 어르신들이 드실 수 있게 쌀을 올리라는 어머니의 말씀대로 홍연암에 쌀과 찹쌀을 올리고 방석을 펴고 한가운데 앉았다. 유명한 곳이 맞는지 옆에 계셨던 분께서 보살님이 들어오셨을 때 서울에서 왔으며, 최대한 오래 기도하고 가길 원한다며 언제까지 있을 수 있는지 물어보셨고, 부처님께 올린 공양에 사업번창에 대한 내용이 있어 얼마나 절실한지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우연히 7시에 이곳에도 저녁예불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1시간 동안 기다리기로 했다. 열린 창문 사이로 세차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와, 절의 향냄새, 불상과 형형색색의 그림들이 마음의 평온함을 주었고, 드디어 저녁 예불이 시간이 되자 스님이 들어오셨다. 시간이 흐르자, 나 외에도 템플스테이에 참석했던 4분과 주변에 거주하시는 여러 보살님으로 법당이 채워졌다. 새로운 뉴페이스가 많아 절 문화를 소개해 주고 싶었던 스님은 참여자들에게 이것도 인연이고 좋은 기회이니, 질문을 하라고 하셨다.


어느 한 분이 하는 일이 모두 풀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셨고, 스님께서는 전생이나 현생의 업보이며, 만약 지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전생의 덕이고, 다음 생에 갚아야 할 빚이니, 현재부터 덕을 쌓고 주변을 돌보고 살라 말씀하셨다. 그러면 주변에서 도와주는 것을 경험할 것이라 하시며, 또 질문할 것이 있거든 다음날 오전 4시 예불을 참석하라고 말씀하셨다. 스님이 책을 직접 가져다주시며, 틀려도 되니 함께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라 하시어 거의 1시간을 넘게 참여했다. 그 시간 동안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힘든 것도 많았고 물론 지금도 쉽지 않은 일들이 있지만 큰일 없이 지내온 것과 즉흥적으로 오게 된 낙산사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또, 부모님과 가족, 나와 시간을 함께한 모든 분, 도와주신 분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와 밤을 보냈고, 다음날 일어나 아침 공양을 갔는데 앉는 식탁 앞에는 오관게 가 쓰여있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오관게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식사하며 계속 문구를 보는데, 책의 내용과 스님의 말씀이 생각이 나며, 내가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것들을 먹어왔구나. 감사함과 불편함을 느끼며, 우주 안에 있는 모든 생명을 위해 기도하시는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그날 이후, 되도록 음식을 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또 먹을 것을 찾게 되기도 하고 또다시 다짐하며, 남기지 않겠다고 한다. 최근 나에게는 먹고 즐기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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