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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hbluee Nov 18. 2024

어떤 이유.

. 글을 쓰는 나만의 이유.

슬초 브런치 3기 동기님들과 대화하면서 계속 생각했던 괴리감이 있다. 나는 왜 글쓰기를 선택했을까. 


학창 시절,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국민학교 시절이다.(이놈의 솔직함) 무려 운문으로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운동장 교단에 불려 나아가, 교장선생님이 건네주시는 상을 받아온 적이 있다. 또한, 도내 대회에도 나가서 상을 하나 타왔었다. 어린 나이에 '윤회'에 관련된 시를 썼었는데, 것은 아니었고 과학 시간에 배웠던 물의 순환을 시로 풀어내면서 윤회를 적용시켰던 같다. 무언가 엄청난 내용일 거라 상상하실 까봐, 당시 시를 공개하지는 않겠다...(어차피 기억도 나질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산문으로 받은 상은 무엇이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그다지 특별한 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이 일이 소박하다면 소박한, 나의 작은 수상 기록일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최근에는 독서모임 덕분에, 한 달에 두 권씩은 꾸준히 읽은 것 같다. 사실,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을 더 좋아하는 듯싶다. 


 그렇다고 작가가 되고 싶다거나, 언젠가는 내 이름을 건 책을 내고 싶다거나 그런 거창한 꿈이 있었던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러면 대체 왜 글을 쓰고 싶은 걸까?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주제로 글을 쓰는 훈련을 했는데, 첫 번째 주제는 언제나 '내가 글을 쓰는 이유'였다. 그 당시에는 사실 쓸 말이 많지 않았다. 재미있으니까 쓰긴 했지만, 딱히 어떤 이유를 고민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기님들이랑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빠질 수 없는 주제가 책 쓰기, 작가 되기였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부담스러워요.', '그렇게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였었다.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그 말만 되풀이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눈빛을 반짝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의 꿈을 나누는 동기님들 옆에서 조금 소외되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글쓰기에 커다란 야망이 있지는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작가의 서랍을 열고, 중단된 채 남겨진 글들을 다시 보았다. 생각보다 여러 개의 서랍이 열었다 닫았다, 채워지지 않은 글들로 어지러웠다.  그중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다시 열어보지 않은 글도 있었고, 퇴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힘든 글도 있었다. 왜 나는 내 영혼을 할퀴는 글들을 이렇게도 쓰다, 말다 했던 거였을까. 가만히 앉아서 왜 내가 이런 행동들을 하는 것인지, 왜 무언가를 내 속에서 자꾸 토해내고 싶어 하는 것인지 깊이 생각을 해 보았다. 

 

지저분한 서랍. 내 머릿속 같다. 

사진: UnsplashMatt Briney


첫 번째. 나는 표현하는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형태로 바꾸고 싶었다. 내 머릿속에 희끄무리한 그 형상을 끄집어내어서 종이에 던져내고 싶었다. 그 불확실한 무언가를 휘적휘적 잡아내는 과정이 그림이었다. 뭐든 끄적거리면서 몰두했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가 생각하고 느낀 것을 글로 써 내려가는 것을 좋아했다. 내 안의 생각을 그렇게 밖으로 끄집어내는 그 과정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나는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고 싶다.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주절주절 내 생각을 말로 정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동기 작가님의 글에서 보았던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생각들을 그런 식으로 붙잡아 줄을 세워 놓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글쓰기와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글을 쓰면, 내가 왜 화를 냈는지, 왜 울었는지, 그 이유를 좀 더 알아낼 수가 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알고 싶다.


 이 두 가지가 나를 글 쓰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원동력은 바로 '재미'다. 글을 쓰면서 내가 느끼는 즐거움,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 글쓰기는 나를 몰입하게 만들고, 그래서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또, 글쓰기에 너무 커다란 목표를 두지 않다 보니, 부담이 없다. 그래서 편안하게 마음껏 쓸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도 없으니, 내 글의 'One person'은 바로 '나'다. 더 정확하게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다. 사실, 타깃을 정하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정의하자면 그러하다. 


글쓰기의 목표가 이러한 사람도 있다. 나는 편하게 쓰고 싶고, 그래서 오래 쓰고 싶다. 많은 생각을 하면 손가락이 멈춘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계속 움직이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도전을 하지만, 그 목표는 모두 다르다.


 거창하게 이유를 써놓았지만, 결국 내 결론은 이렇다. 매일매일 뭐라도 쓰자. 어떤 글은 나를 치유하고, 어떤 글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자아내며, 어떤 글은 정보를 전달하고, 어떤 글은 사람들은 피식 웃게 할지도 모른다. 그중 단 하나라도 독자에게 영향을 미쳤다면, 그걸로 내게는 의미가 있다. 그렇게 하나씩 쌓아두면, 어느 순간 그것이 나만의 고유한 매력을 가진 덩어리가 되어 있겠지. 그때까지 쌓고, 쌓은 뒤에 다음 단계를 밟아도 늦지 않는다.



결론, 나의 목표는 매일매일 하염없이 그저 '써 내려가기'이다. 


그냥 쓰자.
매일. 매일.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습 근데 이 정도로 오면 그만 쓰고 집에 가야 할지도...

사진: UnsplashFilip Bunk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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