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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an 02. 2024

재즈 클럽 모임

23년 11월 첫 연주회를 가졌다.


어른 학예회 같은 연주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언했었건만 그 다짐은 10년을 채우고 무너졌다.

취미로 재즈를 배우는 이들에게 연주회가 어떤 의미 일지 끊임없이 곱씹어 보기도 했고,

직장이 있는 사람들을 붙들고서 전공생 비스무리한 연습을 하게끔 만드는 것은 무리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계속되었다. 거의 일 년 가까이. 연주회가 가지는 의미가 단순히 지인 잔치에 불과하다면 하고 싶지 않았고, 여기저기 남발되는 릴스 같은 연주회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요즘 시대에 맞는 건 릴스 겠지만서도.


그런 걱정들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기쁨으로 준비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싶을 만큼 최선을 다하면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자처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가끔 들었지만 그것은 곧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경험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기도 했다. 


직장인이 재즈를 해봤자 얼마나 하겠나 싶겠지만 상상 그 이상으로 잘 해냈다. 그냥 음악을 잘 모르고 들으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어떤 의미였나 물어보면

2023년에 가장 잘한 일이 연주회를 한 것이라 대답할 만큼 그들은 이 연주회에 진심이었다.

어른이 되어 얻는 성취감은 흔하지 않다며 새로운 자극과 성취감을 얻었다고 했다.


자랑스러운 나의 수강생들. 내가 이들을 통해 삶을 배우고 있다.


연주회를 기점으로 생겨난 모임이 있다.

바로 '재즈 클럽 모임'이다.


연주회를 하면서 친해진 몇몇 젊은이(?)들이 모여 재즈 클럽을 가게 된 것이다. 어떤 재즈 클럽을 가는 게 좋은지, 예약은 어떻게 하는지 등 그들 끼리 똘똘 뭉쳐 가게 된 것.

요즘 재즈 클럽은 핫 플레이스 같이 여겨지는 곳도 많다. 예약이 어려운 곳도 많았나 보다. 추천을 해달라고 했지만 연주하러 몇 번, 스승님 연주 보러 몇 번 가본 게 다라서 추천이 어려웠다. 대신 라인업을 보고 가는 게 제일 좋다는 얘기 정도 해줄 수 있었다.


재즈 클럽을 정했다며 알려주어 찾아보니 그날은 박재홍 보컬리스트의 연주가 있었다. 피아노는 성기문 재즈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하길래 미리 예습을 시켜드렸다.

성기문 재즈 피아니스트는 우리나라에서 하몬드 오르간을 가장 맛있게 연주하는 분이다. 그러면 오르간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으니 Larry Goldings, Jimmy Smith, Cory Henry  등  '근본'이라고 칭해지는 몇몇 아티스트에 대해 알려드렸다. 박재홍 보컬리스트의 공연을 몇 개 찾아보니 블루지 한 음악을 다루셔서 블루스도 몇 곡 추려서 들려드렸다.


이렇게 알고 연주를 보러 갔으니 얼마나 재밌었을까. 연주자들에게 가서 인사하고 오르간 연주하시는 거 다 찾아보고 왔다고 하니 연주자들이 너무나도 좋아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재즈 클럽은 연인이 오거나 어쩌다가 오거나 하는 케이스들이 대다수이고 여전히 취객도 많고 연주보다는 목소리 크게 수다를 떨기도 하는... 진정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은 드물기 때문에 연주자들 입장에서는 반가웠을 것이다. 인스타 맞팔했다며 자랑했던 귀여운 나의 수강생들. 


예전에 읽었던 피아니스트의 인터뷰 내용이 여전히 머릿속을 맴돈다.

미국에서 연주를 할 땐 들을 준비가 된 사람들에게 연주를 했는데 한국으로 오니 연주로 관객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는 내용의 인터뷰다.


나는 우리 재즈 클럽 모임이 나비효과처럼 우리나라의 재즈 클럽 문화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비주류라는 재즈가, 재즈 연주자들이 무대에 서는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게, 스스로가 음악으로 날개를 펼 수 있게 조금이라도 즐거이 음악을 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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