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족 여행 중 가장 곤란했던 것은 식사였다.
10명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인원수다.
일일이 세어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남는 손가락 하나 없이 꼬박 걸리는 숫자이고 두 자릿수라는 무게감이 있다.
가족으로 분류하면 두 가족에 부모님이 포함 됐을 뿐인데 다 같이 이동하기가 버겁다.
게다가 일본이란 동네는 걸음걸이조차 조용하고,
큰소리로 말하는 사람도 없다.
최대한 조심조심 피해가 없도록 살피며 지냈다.
그럭저럭 음식 맛은 나쁘지 않고 원래도 음식을 가리거나 예민하지 않다.
나를 위해 준비해 주신 음식은 모두 감사한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남기지 않고 다 먹고 감사히 먹어야 된다고 아이들에게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입이 짧은 우리 딸은 신선 상큼한 그 좋은 호텔 조식에도 오렌지 하나로 식사를 끝마쳤다.
이 날은 일본 신사에 방문하는 날이다.
일본은 곳곳에 신사가 많다. 지역뿐만 아니라 집에도 신사를 모시는 문화이다 보니 관광객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이다.
로마에 갔으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거부감 없이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손도 씻고 부적도 구경하고 재미로 운세도 뽑아봤다.
그러나 어머님을 포함한 시누이네 가족은 교회를 다닌다는 철저한 신념 아래 사진 찍는 것조차도 불편해했다.
이상하리만큼 독특한 행동이었으나 나는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다.
신실한 기독교 인들은 다른 문화조차 즐기지 못하는 독불장군이 되라고 하느님이 가르치진 않았을 터인데 왜 저러지?
살짝 뒤로 가시며 발걸음 치시는 어머님이 가이드에게 교회 이야기를 꺼내셨다.
"가이드님, 저희는 교회 다니는 집안이라...."
"어머님 저도 기독교 믿어요. 여기 오시는 목사님, 신부님 다 오시면 찬찬히 읽어보시고 즐기다 가세요.
저기 서 보세요. 단체사진 찍습니다.
하나 둘 찰칵"
역시 찜통조카도 잠재운 센 캐릭터 가이드님이
이겼다.
보통의 시댁이라 하면 불만만 가득하고 왠지 말하기조차 싫어하고 스트레스의 근원이라 여기는 대상이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우리 부부가 일을 할 때는 우리 아이들을 전적으로 맡아 주시고 항상 저녁 먹을거리를 많이 챙겨 주셨다.
또 워낙 깨끗한 성격이셔서 집청소는 물론 정리정돈까지 완벽하게 해 주셨다.
그렇기 때문에 생신이든 어버이날이든 잘 챙겨드리고자 계획을 세우면 그놈의 교회가 늘 발목을 잡았다.
아버님께서 토요일 늦게까지 일을 하셨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이셨기 때문에 식당 시간 예약이 안 됐었다.
그러면 모두가 쉬는 일요일로 잡았어야 하는데 일요일은 교회 가야 돼서 할 수가 없었다.
가족보다 교회가 우선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던 감정은 한편으로는 서운했던 게 맞는 것 같다.
가족보다 우선인 교회!
나중에 후회하실 거예요. 지켜보겠습니다......
그 이후
나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남편과 시누이에게
모든 행사를 넘겼다.
두 남매는 친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열심히 부모님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고 나는 만족했다.
부모님의 성향을 잘 아는 자식들이 진행하는 게 처음부터 맞는 거라 굳게 믿으며 적어도 시누이가 짠 계획에는 동참하는 편이다.
나도 주최 측이 되어 진행했을 때 교회 때문에 안 오고 빠지고 늦고 하는 일을 똑같이 해 주고 싶은 유치함도 발동했으나 이내 곧 잠잠해졌다.
대단할 건 없는 소소한 가족모임이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장소를 섭외하고 예약하고 하는 일을
신경 써야 하는 일이기에 잘 따라주는 게 예의다.
우쭈쭈쭈 하며 계속 시킬 거다.
이 쯤되니 볼멘소리가 나온다.
"나한테 다 시키는 거 같은데......"
"어... 다 시키는 거 맞아."
소심한 복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