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4년 4월 OO일
육아휴직을 정확히 두날 남긴 시점에 대가족 10명이 일본을 가게 되었다.
가족여행은 막상 가기로 결정하고도 여러 사정에 의해 취소되거나 미뤄지거나 하는 게 보통인데
처음부터 신중했던 탓인지 계획한 대로 진행되었다.
제목은 OOO가족 칠순여행
장소는 일본
시간은 2024.4.OO~4.OO
참여인원 시부모님 우리 가족 4명 시누이가족 4명
4월 중순은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였고 아이들도 3월 신학기의 힘든 적응을 끝낸 시점이라 편안했다.
그때까지는 우리의 여행이 좋을 줄만 알았다.
평소엔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잘 몰랐던
조카의 찜통이 있기 전까지는....
늘 컨트롤이 안 되는 조카는 부모의 손을 놓았고
우리 딸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함께 다니리라
울부짖었다.
물론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촌끼리 같이 다니고 싶어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출국과 입국의 까다로운 절차 앞에서 여권과 비행티켓을 관리하기란 부모의 역할이 너무 컸다.
잘 먹지도 않는 여자아이들은 식사 때도 붙어 앉았는데 뚜껑도 열지 않은 반찬이 많았다.
그렇게 식사 때 충분히 먹지 않고 뒤돌아서면
배고프다고 아우성 댔다.
급기야 사진을 찍기 싫다고 찜통 울음이 터진 조카
때문에 앞으로의 사진촬영에도 조금은 문제가 생겨 보였다.
하지만 어린 조카보다도 더 센 가이드님 때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단체사진 셔터를 눌렀고 현재 단체사진이 많이 남게 되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데 너무 다행이다.
사진이 하나같이 인물과 배경이 완벽하다.
20년 내공의 가이드 사진은 작품이다.
잘나지 않은 평범한 우리의 인물들을 화려한 조명과 건물들, 때로는 싱그러운 자연경관과 잘 어울리게 뽑아내셨다.
예전에는
당장 여행 사진을 남기느라 고군분투하는 것보다
현재 눈앞의 펼쳐진 상황을 내 눈에 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가족여행만큼은 찍을때는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남겨진 사진을 훓터보며 그땐 그랬지 하는 추억을 되새기는 편도 좋을 듯싶다.
바람이 불어서 춥다고 겉옷을 입으래도 안 입고 고집부리고, 사진도 안 찍겠다고 소리 지르며 울던 조카는 급기야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그 넓은 하우스텐보스에서 핸드폰을 찾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확률보다 낮아 보였다.
오던 길을 거꾸로 올라가며 온가족이 핸드폰을 찾았다.
화장실에도 없고 길거리에 떨어진 것도 없다.
기프트샵에도 갔었는데 떨어뜨리거나 놓고가거나 접수된 핸드폰은 없었다.
어른 핸드폰은 결제며 사진이며 잃어버리면 복잡하겠지만 아이것은 그나마 좋은 핸드폰은 아닐테니 끝까지 찾아야 하는지도 결정해야 하는 애매한 시점이 왔다.
또 막상 잃어버린 조카는 의외로 담담하더라.
여행은 즐겁다.
새롭고 신선하다.
어디를 가든 누구와 가든 놀러 가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다.
늘 그런 것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