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기 하루 전
준비물을 챙겼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주섬주섬 비상약을 꺼내든다.
내 옷가지를 챙기는 것도 버거운데 아이들의 짐까지 챙겨야 한다.
날씨는 오락가락하여 맑은 날과 비 오는 날의 콜라보란다.
날씨마저 커닝으로 정보를 받아 옷가지, 모자, 선글라스등을 최대한 챙겨본다.
아이들 중 아들의 옷은 신랑에게 토스했다.
" 맑은 날 이틀 비 오는 날 이틀, 감안해서
적당히 챙겨"
이미 알고 있는 날씨를 정보랍시고 알려준다.
나야말로 딸의 옷을 챙기는데 혼란스럽다.
예쁘게 입히고 싶은데 추울 것 같고, 더울 것 같고
마음속으로 난리가 났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의연하게 다음단계로 넘어간다.
배 아플 때 자주 먹는 백초, 해열제, 밴드, 타이레놀등 비상약을 챙겼다.
이는 비교적 수월하다.
평소에 나의 장건강은 괜찮았기에 지사제를 놓쳤으나 평소 장에 민감한 아버님이시기에 아버님이 아닌 어머님이 챙기셨을것이다.
어머님을 믿어보기로 했다.
속옷과 양말 마스크까지 챙기고 보니 반은 한 것 같아 뿌듯하다.
하나도 빠짐없이 야무지게 챙기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챙겨 온 걸 함께 쓰는 공용생활이 더
익숙하다.
나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이해(?) 속에 오늘도 나는 되는대로 간단히 짐을 꾸렸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사야 되면 사고
빌려야 되면 빌리고
순발력이 뛰어나지도 않으면서 준비는 꽝이다.
늘 한결같다.
아무래도 샴푸와 린스는 물론이고 샤워볼까지 챙기는 사람들과 짝꿍이 되어야겠다.
아니 이미 짝꿍이다.
남편은 콘센트, 충전기, 패스트 트랙까지 야무지게 챙겼다.
가장 중요한 4명의 여권까지 완벽하다.
아마도 여행 내내 여권을 나에게 맡기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준비물을 넣고 당일 아침에 사용하고 넣을 화장품 몇 가지만 빠졌을 뿐인데 완전히 가방을 닫아버리기에는 뭔가 아쉽다.
아무래도 뭔가 빠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