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간 저녁 11시 44분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시간.
다들 잠자리에 들었을 시간이다.
나도 원래대로라면 10시부터 빨리 자야겠다고
이미 누웠을 텐데
지금은 휴직의 꿈같은 시간에 꿈나라로 떠나지 않고 글 쓰는 시간에 묶어 두게 됐다.
사실 한 달 하고도 3일 정도 남은 기간을 더할 것 없이 누리고 싶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나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면
20년 직장생활 끝의 1년 남짓 휴직상태이지만 최근 1년의 삶에 익숙해져 20년 삶이 도둑맞아버린 느낌이다.
이 시간에 일어나 출근을 했다고?
매일 씻고 머리 감고 화장을 하고?
사람이 이렇게 기억이 없어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생각이 안 난다.
또 출근하면 쉬었던 게 기억나지 않겠지?
출근에 금방 적응할 것이고..?
모든 건 마음가짐이라는 말이 딱 맞다.
출근하는 것에 좀 더 무게를 두고 하고 싶은 일이라고 되뇌며 세뇌시켜 보기로 했다.
길게 이야기했지만 출근하기 싫다는 거다.
갑자기 출근했을 때의 장점을 꺼내본다.
단연 경제적 여유를 빼먹고는 말이 안 된다.
이 이유가 아니고서는 출근할 일이 없다.
가끔 오전 11시 정도 되면 이 시간에 내가 집에 있어도 되나? 많이 이상하고 기분이 묘하다.
그냥 그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묘하다는 느낌
기분이 좋고 싫고 가 아니라 그냥 묘하다.
출근하지 않고 내 월급을 보장해 준다면 절대 일하지 않겠지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생계형인 것이다.
내 월급 없이 살아본다면 안될 것도 없지 않겠나 싶다가도
고정지출에 식비 교육비 핸드폰 각종 세금을 떠올려보면 장기간은 빠듯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년 동안은 그래도 여기저기 부수입이 있었다.
일단 내 비상금이 투척됐고 보험료도 많이 받았고
(생각보다 15배 이상 받음)
그러나 반면에 정확히 11개월간 믿었던 상가 임대 수입이 없었다.
대출이자까지 생활비에서 충당해야 하는 엎친데 덮친 격 상황이었으나 잘 버텼다.
버텼다는 표현이 딱이다.
아니 아직 버티는 중이다.
쌓여가는 테트리스 속 짝대기 하나를 원하고 있다.
그 짝대기는 출근이다.
출근을 하면 모든 모형이 단숨이 사라지는 마법을 볼 수 있다.
출근하지 않아도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일을 우선으로 하는 보통의 삶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나 자신에게 여유롭고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