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05.OO
정확히 휴직이 한 달 남은 시점이다.
이 날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결국은 와 버렸다.
오고야 말았다.
내가 없는 동안 누군가는 열심히 일했을 거라 감사하며 조심히 복귀준비를 해본다.
우선 아이들은 등교와 하교에 따른 아침식사, 간식문제다.
발령받은 지점이 가까운 지점이라면 아침을 챙겨주고 비슷하게 출근하면 될 것이고,
먼 지점이라면 30분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차려놓고 먼저 출발하게 된다.
말은 쉽게 느껴지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휴직 전에는 엄마집에 아이들을 데려다주면 아침을 챙겨 먹여 학교를 보내 주었다.
엄마집이 학교 코앞이라 엎어지면 상반신이 닿는 거리라 가능했다.
나중에는 힘이 들어 못 하겠다 선언하신 적도 있었으나 별도리가 없어 꾸역꾸역 그랬다.
아침을 먹이고 데려다 놓는 노력이 있었구나.
하교 후에는 4시 30분쯤 가까이에 언니집에서
간식을 주기로 했다.
나는 빠르면 5시 30분 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직장인이다.
추가 약속 전혀 없이 두어 달에 한 번씩
전체회식 말고는 일찍 귀가할 자신 있다.
누구는 퇴근 후 맥주를 그렇게 마셔대고 자정 12시 전에 귀가하면 다행인 삶을 산다.
매일매일 안주를 바꿔가며 집안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음주가무를 즐긴다.
그렇게 사는 삶이 너무 재밌을 것 같아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그런 삶 자체가 먼가 남지 않는 허공에 삿대질을 하며 사는 것 같은 헛된 삶이라 생각된다.
곱씹어 보면 결혼하기 15년 전의 삶도 술 마시고 노는 즐거움은 없었던 것 같다.
퇴근하고 갑자기 잡히는 약속에 친구와의 약속을 핑계로 참석율이 상당히 저조했던 기억이다.
어쨌든 육아를 하면서 회사생활을 하는 루틴이 단순하면서도 만족스러웠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었고 우리가 부재중인 시간에만 돌봐 주시는 베이비시터 어머님도 훌륭하셨다.
예방접종을 하는 일, 머리를 자르는 일, 병원에 가는 일처럼 아이에게 필요한 일들은 우리가 퇴근 후에 해냈다.
비교적 한가한 낮시간에 어머님께서 하실 수도 있었으나 나는 우리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어머님은 우리가 일하는 부재중인 시간에만 보육만 해 주시는 게 좋다고 믿었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힘이 들어 체력소진으로 주말에는 뻗어지냈고
그나마 젊은 나이라 버텼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일하면서 두 아이 육아는 장난이 아니다.
이제 마흔이 넘은 시점에
다시 저 때로 돌아가라면 절대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반토막 나는 출생률은 당연한 결과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그 일을 다시 돌아가해야 한다.
다행히 지금은 갓난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한 치앞도 못 보고 잠시도 자리를 못 비우는 단계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식사를 챙겨야 한다.
그놈의 먹는 게 가장 문제다.
먹는 것이 내가 된다라는 말처럼 건강하게 잘 먹어야 하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모든 걸 다 해주는 삶도 좋고
독립적으로 키우는 삶도 너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그런 삶들의 경계를 두고 중간을 지키는 것이 너무 어렵다.
또다시 시작되는 일과 육아와의 전쟁이지만
그 어떤 승자도 패자도 없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동등하게 균형을 이뤄야만 하는 어려운 전쟁이다.
굳이 한쪽의 승자가 있어야 한다면 후자의 승리를
기대해 본다.
내 삶의 원동력인 뿌리가 되는 가족이 내 인생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나의 가족을 지키려면 나 자신부터 건강해야 한다.
난소 기형종 수술을 통한 휴직을 통해 단단히 배웠다.
40대가 되니 나도 그렇지만 남편의 건강검진에도 가족력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여러 수치에서 경계 메시지가 나타난다.
경계치에서 살짝 고개를 내민 수치들을 조심히 다뤄 더 이상 고개를 못 들도록 저지해야 한다.
늘 생각은 이러한데 행동으로 못 옮기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