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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Jun 02. 2024

언젠가는 지나갈 것들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

새벽녘 무거운 눈커풀을 이겨내려 끙끙거리다가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다. 나의 어제는 지나갔다. 지나간 날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지만 아쉬워하지 않기로 한다. 맞이할 날들을 더 의미있고 행복하게 살아내면 되는 일 아니던가.


블라인드를 잘 내리지 않는 탓에 낮이 길어진 아침은 일찍 눈을 뜨게 해준다. 그제서야 생각한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잘걸. 그럼 지금 눈이 떠지지 않았을텐데'


몇일간 지속되었던 두통이 사라진걸 보니 감기 기운 심해지기 전에 달아난 듯 싶다. 꽤 컨디션이 좋은 아침이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잤어도 남편의 출근길 배웅을 했을 시간인걸 잠시 잊고 있었다. 클어진 머리를 대충 정돈하고 눈치없이 나오는 하품을 막아내며 문앞에서 남편을 바라본다.


"갔다 올께"


"응 잘 갔다와"


늘 하는 아침인사로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오늘은 덜 무거운 어깨로 활기찬 하루를 보내길 바란다. 아이들과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생각은 늘 숙제로 남는다. 미리미리 스캐쥴을 생각해 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한 날이 많아 아침시간엔 생각해 내야 할 것들이 많아지곤 한다.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분명히 우리에겐 힘든 주말이 될 것을 알기에 늘 나갈 궁리를 하는 우리들은 한껏 신이 나있다. 아이들과 나를 위해 둘째가 뱃속에 있을때 운전연수를 시작한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계속 칭찬한다.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기억하며 종종 아이들에게도 자랑해대는 철없는 인간.


오늘의 주말이 내일의 시작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원동력이 되기를...


생각이 많아지고 당최 정리가 되지 않을땐 몸을 조금 혹사시키는 습관이 도움이 되곤 한다. 냉장고에 있는 걸 다 끄집어 내어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한다던가 욕실청소를 하곤 했는데 젠 좀 더 강도 높은 필살기가 필요다.


시간이 되는대로 운동을 하다가 시간을 내어서 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고쳐먹고는 센터에 가는 횟수를 늘렸다. 이젠 생존운동이라 칭해야 할 정도로 않하면 안되는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회원권의 기간이 거의 끝나는 동안 덤벨무게도 조금 늘었고 레드밀의 인클라인과 속도가 높아졌다.


뿌듯해진 마음으로 필라테스 회원권까지 결제하느라 남편에게 이쁘게 말하는 신공까지 가세했다. 병원비가 더 나오기 전에 내가 살아야 하지 않은가.. 나름 논리적인 이유와 열의를 더해가며 말이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 한 인간의 절규를 들어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바이다.


몇일 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객관적인 자신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생각보다 좋지 않았지만 문득 어디선가 본 게 생각났다. 사주에서는 대운이 들어오기 전에 그렇게 일이 잘 안풀린다던데 그렇다면 일어나서 이젠 꽃길만 걸으면 될 일 아닌가. 가끔 타인의 눈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예상했던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좀 더 객관적인 관점으로 나를 바라보는 일이 그간의 해결되지 않았던 답답함들이 조금은 풀리니 말이다.


조금 더 냉철해지기 위해 사주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보았다. 명리학에 대해서는 잘 아는바가 없지만 분명히 지금의 상태에 놓인 자신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상했던 사실외에 흥미로운 것들을 더 알아냈는데 나를 그냥 나로써 이해하게 되었고 앞으로 살아나가야 할 인생의 계획을 좀 더 단단히 세워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언가 어렵다고 느껴질땐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 보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줄 수 있을 것이다. 행인건 내 자신이 에너지가 있고 탄성이 좋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새 아침이 밝았으니 좋은 컨디션으로 좀 더 힘을 내어보는 일이 내일의 자신을 더 밝혀 것이다.


한동안 사람을 찾지 않았고 정리되지 않는 상념들에 지배되었지만 이제는 사람을 찾고 싶어졌다. 걱정거리 한가득 풀어내는 이야기가 아닌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이야기거리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은 날들이 찾아왔다.


스스로가 일어서려는 의지가 있을때 좋은 일들이 생겨난다. 태몽만큼 선명한 좋은 꿈을 꾸었고, 예전의 인연으로 나를 기억해 주시는 분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았고, 드디어 플랭크를 4분이나 버텼다.


이로써 또 일을 벌리려는 계략이 꿈틀대기 시작하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달려보기로 한다.


아무래도 나에게 대운이 오려는게 분명해 보이니 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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