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에 짐을 하나둘씩 챙기면서부터 예민함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버스에 아이를 태워야 하고 빠뜨리는 것 없이 모든 준비물을 챙겨야 하고 바뀐 환경에 힘들어 할 아이가 걱정되기도 했다.
캠프생활의 서막이 어느정도는 예측이 되었다. 완벽주의성향이 있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 아이의 시나리오는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둘째날 처음 영어캠프의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고 어리둥절했을 수업내용과 분위기들에 분명히 많은 생각들이 들었을 아이의 마음이 그려졌다.
아이는 예상대로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전화기 너머로 지금 당장 데릴러 오길 간청했다. 캠프를 가기 전부터 수많은 시나리오를 예상하며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면서 절대 중간에 퇴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수차례 이야기하기도 했다. 예상했던 일이였지만 대비책을 세워둔건 아니였으므로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아이의 울음으로 인한 일들을 다 들어주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스스로 생각을 해보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고 규칙에 대한 기준도 지켜야 하며 인생이 원하는 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기에 부모로써의 맨탈이 흔들리지 않도록 나부터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담당 선생님에게 할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감선생님과 통화를 하면서 아이의 울음으로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아이가 수업에 적응하고 끝까지 잘 지낼 수 있도록 지도부탁드린다는 의중을 전했다. 선생님 역시 같은 생각이셨고 일주일동안 잘 지내도록 우리 모두가 애써보기로 했다.
수차례 걸려오는 아이의 울음섞인 목소리는 엄마가 꼭 들어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있는 듯 했지만 아이의 내면이 단단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명을 해주고 설득에 애를 썼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세상에 대해 경험하며 많은 것을 느끼길 바랐고 외향적이고 사교성이 좋아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큰 아이는 늘 그래왔다. 환경이 바뀌면 시작이 힘든 아이였다. 그렇게 힘들게 적응했던 것들이 여러번이였고 힘든 과정들을 겪고 나서야 완벽하게 적응을 했고 너무 잘 생활해 주었던 아이였으므로 시작은 예상 시나리오대로 아이에게 가장 힘든 시기인 것이다.
이 고비를 잘 넘기고 분명히 넌 일주일뒤에 웃으면서 버스에서 내릴 걸 알기에 아무리 눈물로 나에게 호소한들 먹히지 않는다는걸 되도록 빠른 시일안에 깨닫길 바랐다. 오늘 하루만 여러번의 통화로 씨름하던 아이는 휴대폰 반납시간이 가까워오자 설득되지 않는 엄마의 생각들에 자신의 의지를 한풀 꺾으며 울먹였다.
"엄마 사랑해"
잘 참아왔던 맨탈이였는데 아이에게 '엄마도 우리딸 많이 사랑해'라고 말해주는데 목소리가 떨려왔다. 감정컨트롤이 잘 되지 않는다. 눈물이 떨어졌지만 아이에게 티를 낼 수 없었다.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진정시켰다. 아이는 지금 당장 전화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라 사랑한다는 말을 계속 반복하며 울었다. 나역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마음이 약해지려 하는걸 아이에게 들키면 안되기에 목소리에 더더욱 힘을 주었다.
아이가 잘 해낼걸 알고 있다. 아이가 마음 약해지지 않도록 내 마음 역시 잘 붙잡고 있었던 것에 대한 복잡한 생각들이 밀려온다. 내가 이렇게 독한 인간이였단 말인가. 아이가 지금의 나를 어떤식으로 이해할지 서운함이 크진 않을지 사랑한다는걸 알고 있는지 마음이 단단해 지고 있을지... 잠은 잘 이룰지.. 독기를 품었던 인간은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생각들의 부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이렇게 또 한번의 시련을 겪으며 조금 더 성장하고 있다. 내면이 강한 아이로 키워보려는 양육자의 몸부림이 현명한 방법이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