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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Dec 22. 2023

한숨 한번, 아니 두번 쉬세요

급한 성격 가라앉히기

피부에 와닿는 차가운 공기가 컨디션을 더 떨어뜨리진 않을까해서 꽁꽁 싸매고 나왔는데 운전대를 잡고 나서야 시려운 손을 비비며 장갑을 놓고 온 것이 생각났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나부터 열까지 잊고 나가는건 없는지 체크할 여유를 아침시간은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히터의 따뜻한 공기로 데워지고 나면 조금 괜찮아 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입김을 내뿜으며 아이들에게 장갑은 꼈는지 재차 확인한다. 차에서 내려 학교까지 걸어가는 걸음이 꽤 멀게 느껴질텐데 차가운 날씨에 고사리손이 시렵진 않을까 늘 신경이 쓰인다. 장갑낀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진다.


성격이 급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들자면 얼마든지 댈 수 있지만 급한 성격은 예민함을 부르고 종종 실수와 후회가 남기도 한다.


새 보금자리에서의 생활이 벌써 한달이 지나고 정을 붙이려고 노력중인데 건조기가 돌아가고 있는 세탁실에서 좋지 않은 기운이 감지된다. 어제는 배수관트랩을 뚫고 냄새가 올라오더니 오늘은 건조기가 멈췄다. 세탁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음이 분명했다. 관리실에 전화를 해볼까 했는데 점심시간쯤이라 전화를 거는 일 대신 비슷한 사례를 검색해보고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싶었다.


일단 사태파악이 필요하다. 관찰을 해보니 벽이 얼어있고 세탁기 안쪽엔 하얀 서리까지 껴있는걸로 보아 배수관 호수가 언게 틀림없었다. 뜨거운 물을 끓이고 배수관쪽으로 흘려보냈는데 역하게 코를 찔렀던 냄새가 더이상 나지 않는다. 배수관도 얼었던 것이다. 호수, 벽 차례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주고 드라이기로 한참 말려주니 얼었던 것이 조금씩 녹기 시작한다.

 

호수쪽에 드라이열을 계속 가해주고 한시간가량 지나고 건조기를 다시 작동시켰는데 다행히 배수가 잘 되고 있었다. 창가에 찬바람을 막아줄 커튼도 달아주니 꽤 아늑한 세탁실이 되었다. 일은 얼지 않길 바라며..


사실은 마음이 급해져 AS를 부를까 관리실에 전화를 해볼까 했는데 웬일인지 의식의 흐름은 급한 성격에 제동을 걸어주었다.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관리실분들도 식사를 하실거야. 지금 전화를 하는건 예의가 아닌것 같아. AS를 부르면 어떻게 처리를 해주려나.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걸로 하자'


예민해질 일도. 후회할 일도 만들지 않기로 말이다. 급한 성격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한숨을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쉬어주는게 필요했다. 명상이라도 하면 좋을 일이다. 요즘은 수양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기에 뭐든 마음을 가라앉히는 일이 필요하다.


AS기사님은 추위를 뚫고 출동하지 않아도 되고 나역시 출장비를 지급할 일이 없어졌다. 관리실분들은 점심시간에 식사를 여유있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모든 일들을 한템포 늦춰 여유를 두고 천천히 생각해보면 멀지 않은 곳에 길이 있고 의외로 쉬운 답안지일 수 있다.


아침시간에도 이런 여유가 있다면 늘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할텐데 애석하게도 아직 아침시간에 여유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한숨을 딱 한번만 쉬어보기로 한다. 아침시간이야말로 급한 성격을 가라앉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한템포 늦춰보는 일로 조금 더 여유로운 하루가 되길 바라며.


이 집에 정을 붙이는 일은 아직 진행중인 것 같다. 우리 인생의 몇년을 머무르게 될진 모르겠지만 그 몇년의 추억을 쌓아나갈 공간의 소중함을 기억하려고 한다. 점점 나의 손길이 닿아 나를 닮아가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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