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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Dec 20. 2023

끝까지 해내는 일이 무엇일까

또 다시 다짐하는 순간

가로등 밑으로 아지는 눈이 빛이 나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쌓인 거리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밤이다. 모든게 예뻐 보인다는 주황빛 가로등 불빛이 아파트 단지를 비추고 있고 많은 눈속에 파묻혀 아무생각없이 우연히 입속으로 들어간 눈을 맛보고 싶은 날이다. 이렇게 예쁘게 눈이 쌓이다니..


잠깐의 눈 감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방금전의 눈내리는 밤풍경의 여운을 느끼며 어느새 잠들었다. 조금만 더 여운을 느끼고 싶었는데 눈을 뜨니 어제 아무도 밟지 않았던 눈길은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남긴 아침이다. 


10여년전 계획대로 지방발령을 받은 남편을 따라가지 않고 주말부부를 했더라면. 꿈을 쫓는다며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지 말걸. 좀 진득하니 꾸준히 무언가를 배우거나 이루어 놓을걸 하는 후회들이 밀려온다. 미혼인 지인은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것이 이미 많은 것을 이루어 놓은 것이다라고 얘기한다. 


틀린 말이 아니지만 가끔은 나만을 위한 무언가를 이루고 싶을 때가 있다. 몇주전에 호기롭게 봤던 면접에서 급여문제로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날들이 생각나면서 결국은 내가 바라는게 경제적인 것임을 알아차렸다. 솔직해 지기로 했다. "money"만이 행복의 척도는 될 수 없지만 자본주의 국가에서 경제적인 부는 행복을 위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건 사실이므로..


아직도 10년전 지방으로 따라간걸 후회하는 나의 모습에 한숨이 백만번 쉬어지고 있지만 이 생각을 이젠 떨쳐버리려고 한다. 경단녀의 기간이 길어진것도 원하는 경제활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도 누구의 탓도 아닌 내 운명이려니 생각해 보기로 했다. 한정된 조건에서의 길을 찾으면 될 일이다. 우선순위는 늘 가족이라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전 직장에서 50대 여자 차장님이 하신 말씀이 불현듯 스친다.


 "40초반이면 애기네"


40대에 애기라는 말을 듣는 어른은 기분이 이상했지만 50대의 관점에서 보면 40대는 아직은 젊은 나이는 맞는 것 같다. 100세 시대이지 않은가. 아직 반백년도 살지 않은 애기같은 어른은 반성한다.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후회는 넣어두고 지금을 충실히 살아내고 있는 자신을 칭찬하며 종종 눈내리는 밤풍경에 마음이 예뻐지듯이 마음의 여유를 좀 두기로 해보자.


끝까지 해내는 일이 없었던 것 같지만 앞으로 끝까지 달려가 보면 어떨까. 저 길 어딘가의 끝엔 분명히 나를 보고 박수쳐줄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브런치에서 선물을 받았다. 계속 브런치를 들락날락했지만 아무것도 쓸 수 없었던 날들.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써보자라고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던 날들이였는데 이런 나에게 과분한 선물이라니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채찍이라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달려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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