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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 Dec 24. 2023

그리움에 대한 단상

자주 꿈을 꾸면 좋겠습니다

아빠는 여전히 마음이 바쁜채로 여유가 없어보였다. 집에 들어온 아빠가 너무 반가웠고 보고싶었던 아빠와 함께 지낼수 있을거란 기대로 부풀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빠는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입관전 아빠를 만질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떠오른다. 차갑게 식어버린 아빠의 팔을 부여잡고 울먹인다.

아빠가 떠날 것 같아 슬픔이 밀려온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은 바쁘게 무언가를 이루어 내고 싶어하고 이루지 못한 미안함과 가장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아파오는 몸과 마음을 기대려 통화했던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돌아온것만 같았다. 보고싶었고 다시는 떠나 보내고 싶지 않다. 아빠는 어딘가로 자꾸 가려고 한다. 일을 하기 위해 따로 지낼곳을 마련해 두었다고 얘기한다. 슬픔이 또 한번 밀려온다. 아빠가 눈앞에서 사라져 버릴것같아 하염없이 찾아 헤메는데 보이지 않는다.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아빠가 마지막으로 인사하러 왔을때가 떠오르곤 한다. 주차장에서 오빠차의 뒷자석에서 내리지 못하시는 모습으로 옅은 웃음을 짓고 계셨다. 몇일 사이 너무 빨리 늙어버렸다. 마지막일줄 상상도 못한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꿈을 꾸곤 하는데 꽤 긴시간 아빠와 함께 있었다. 아빠의 모습을 많이 담아두려고 했다. 해피엔딩은 아니였지만 이렇게 종종 찾아와주는 아빠의 모습은 조금의 위안을 준다. 보고싶은 아빠 이제 편안하신가요.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주고 조금 더 신경쓰고 조금 더 많이 찾아 뵐걸 하는 후회만 남았다. 많이 아프고 힘들었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한 것 같은 미안함때문에 내 자신이 용서가 안될 정도로 미울때가 있다. 시간을 그토록 되돌리고 싶어했던 날들이 이젠 점점 더 멀어져만 간다.

절대 희미해지지 않는 아빠의 기억은 종종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장면을 선물해 주곤 하는데 장례식이 끝나고 그날 깃털이 빠진 새가 분홍색 살을 드러내고 아기처럼 울고있다. 추울 것 같아서 따뜻하게 이불을 덮어주고 잘 만들어진 둥지로 옮겨주었던 날. 아빠가 편히 눈감았다고 미안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고맙다고 말해주는것 같았다.

몇달 뒤 팬던트가 크고 반짝임의 빛이 밝았던 금목걸이를 뒤에서 걸어주시는 아빠의 모습은 자꾸 무언가를 주시려 하는 것 같아 보였다. 키워주고 길러주고 사랑을 주신것도 모자랐던 아빠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날 꿈에 대한 해몽을 찾아 보았는데 길몽이라 잘 사지않는 복권을 구입했다. 4등,5등에 나란히 당첨이 되어보는 경험을 했는데 아빠가 용돈을 주신거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리움의 깊이는 점점 더 깊어지고 옛 기억은 또렷해지며 자꾸만 아빠와의 추억을 소환하곤 한다. 우리 꼬맹이들 커가는거 지켜보며 함께 이야기나누는 시간들이 좀 더 길었다면 좋았을텐데 언제나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함께 밀려든다.



눈이 제법 쌓인 크리스마스 이브를 아빠도 그곳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하시길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씁니다. 사랑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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