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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기타 Jan 26. 2024

해프닝, 반전 그리고.. 엔딩

롤러코스터를 타다

■ 프롤로그    

  주택관리사 자격증 취득 후 처음 부임한 단지가 SH공사 성북구 300세대 임대아파트였다. sh공사의 위탁관리 단지는 매 1년마다 환경평가업무 지도점검이란 두 차례의 평가와 점검을 받는다. 민원 발생지시사항 이행기타 업무협력 등의 요소들을 점수 환산하여 85점을 이하면 위탁관리계약 종료이상이면 1, 90점 이상이면 2년 연장된다. 소장으로 부임한 그해 종합 평가에서 1년 연장되어, 다시 2년 연장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듬해 4월, 7월에 실시된 평가와 점검도 무난하게 치러냈다통상 계약만료 한 달 전 연장 및 만료 여부를 통보해 주기에 점검 실시 후 한 달이 가까워 올 무렵 평가 결과가 궁금하였다. 

  지난 일 년을 돌이켜 볼 때 나름대로 직원, 경비원미화원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 또 임차인 대표자들과도 우호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동안 휴관 중이던 경로당 재개관 등 크고 작은 많은 일을 처리했고, 이슈가 될 만한 문제나 민원이 없었기에 내심 연장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 해프닝       

  8월 하순, 회사 K본부장의 전화를 받았. 기다리던 평가 결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총무팀에서 보내는 계약만료 통보와 함께 퇴직원 제출 등의 서류를 보내는 바, 이는 사규 상 절차적 행위이니 그리 아시고 신경쓰지 말라 했다. 알겠다 답변하고 작년에도 이런 절차가 있었나 하며 넘어 갔다 

  며칠이 지난 후, 회사로 전화하여 sh공사(지역센터)로 부터 평가 결과에 대한 통보가 없었냐고 물었다가끔 업무상 통화하는 J는 아무렇지도 않게 통보가 있었기에 계약만료 서류를 보내드린 것 아니냐고 했다. 회사 대펴의 가족으로 성품이 싹싹치 못한 점은 알고 있었으나, 유난히 그 배려심 없는 말투가 거슬렸다. 전화한 사람의 입장을 헤아린다면 그런 결과에 대한 위로의 말은 커녕 어찌 저런 식으로 말을 할까 싶었다. 다소 맥이 풀린 목소리로 '그래요알았습니다' 하고 소리나게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기대와 다른 결과와 사려깊지 못한 답변에 썰렁해진 마음을 진정시키며 '이 단지와 인연이 여기까지인가 보다언젠가는 당면할 순간이 지금인 모양이구나' 했다. 얼마 전 본부장과의 통화한 내용이 기억났다. 내가 아는 본부장이 그런 임기응변식의 처신을 할 성품이 아닌데, 왜 사실대로 얘기해 주지 않았을까 하는 의아심과 차마 계약이 종료되었다는 말을 하기가 부담스러워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다음 금년 평가와 점검 부문에서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하며 되짚어 보았다.   

  

  지난해 sh지역센타의 지원을 가장 많이 받았고, 단지 내 숙원사업도 많이 해결하였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절감액이 2,300만 원이었고, 임차인대표회의가 해산되었음에도 직원들과 함께 열심히 일했다고 자신했던 한해였다그랬기에 직원들의 복지향상을 책임지는 소장으로 연초에 그간 업무추진 실적과 금년도 시급 인상률을 바탕으로 인근 단지에 비해 다소 낮은 임금 수준을 중상위권으로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급여 인상안을 준비했었다. 임시 대표자(통, 반장)들로 구성된 임차인대표회의를 소집하여 임금 인상안의 배경과 당위성을 설명하는 회의를 개최하고 임금 인상을 주장하였으나 결과는 KO패였다. 단 1%의 급여 인상도 이뤄내지 못하고 언제 구성될지 모르는 차기 임차인대표회의 구성 시 재논의하는 것으로 결론 나버린 것이다. 허탈한 마음으로무엇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였는지 돌이켜 보았다.

  지난해 업체 선정과 관련한 일 때문인가 했다. 청소경비소독용역 업체의 계약기간 종료에 따라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입찰 처리한 결과 일부 주민(대표회의 구성 전의 임시 대표)들과 유착관계에 있던 기존 업체들이 전부 탈락하였다. 개찰이 있었던 날, 퇴근시간이 가까을 무렵 임시 대표자 두 사람이 불콰한 얼굴로 술 냄새를 풍기며 다시 찾아왔다. 낙찰된 금액으로 하되 기존업체를 재선정해 달라고 했다. 절차에 하자가 없어 번복할 수 없다는 답변에 소리치며 삿대질과 함께 이러면 재미없다소장 언제까지 하려고 그러냐며 소란을 떨었다. 법규와 방침에 어긋나는 일이기에 수용할 수 없다하고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그일로 소장에 대한 앙심을 품고 금년 평가 시 주민들을 회유하여 입주민 관리 만족도 평가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주도록 유도한 때문인지 아니면 소장이 권위적이니 우리 주민들은 바꿔주길 원한다며 회사로 공사로 전화질(?)한 때문인가 싶었다. 

  대부분의 입주민은 아파트 일에 대해서는 대표자들과 소장이 알아서 잘하겠거니 하고 믿거나 또 생업에 바쁜 탓에 무관심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 대다수 선량한 주민들과는 달리 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하고싶어 하는 유형의 일부 주민은 어느 단지에나 다. 이를 고려하여 구실을 주지않기 위해 주요 업무내용과 민감한 잡수입 수입과 지출 내용은 관리규약 개정 전부터 게시판승강기, K-apt 등에 꼬박꼬박 게시공고하고 있었다. 업체 선정업무 또한 협의 상대가 없기에 관련 법규절차에 따르고 동료 소장들의 조언을 참고하며 처리하였다이런 점에 대해 관리소장이 입찰업무를 혼자서 제 맘대로 처리하는 것 같다며 공사 민원부서에 전화했기에 놀란 지역센터에서 사실 확인 전화가 온 적도 있었다. 일의 본질과 진위야 어떠했든 관리 감독기관의 관점에선 시끄럽지 않은 것이 좋은 거라고 그런 음해성 민원 조차 없는 것보다는 못하기에 이런 일이 발생한 관리업체를 바꾸려 하는 것인가 하는 온갖 생각이 다 떠올랐다.    

  그런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직원들과 잠시 마주 앉아 평가 결과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나름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이러하니 아쉽지만 이 단지와 인연이 여기까지인 것 같다' 하며 회사로부터 연락받은 내용을 전달하고, 아직 한 달여의 잔여기간이 남았으니 인수인계 때까지 평상시와 같이 하고 깔끔히 마무리를 짓자 하였다. 직원들도 예상 밖의 결과에 대해 놀라움과 아쉬움 그리고 결과에 대한 탄식이 잠시 있었으나 이내 퇴직금연차수당 등을 거론하며 받아들이려 애쓰는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 반전     

  그날 오후, 평소 업무수행에 많은 조언을 해준 동료소장에게도 알려야지 하던 중에 전화를 받았다. ‘연장 어떻게 되었습니까잘 되셨지요?’ 일주일 전쯤  몇 소장과 함께 식사하며 평가와 관련한 얘기를 주고 받았기에 결과 확인차 전화한 것이었다. ‘아니요그 반대입니다회사로부터 종료되었다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설마 하는 기색이 눈에 선한 그에게  내일  점심이나 하자 했다성원해주신 분들께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없음에 씁쓸함과 미안한 마음이었다마음을 추스르며 일을 정리하고 그간 많은 도움을 준 회사 본부장실습 시 신세 진 선배 소장께 배려에 보답하지 못한 마음을 카톡으로 전하고 황망한 마음으로 일과를 마무리하던 중 임대실장이 '소장님, 인트라 넷(사내 연락망)으로 문서 하나 보냈어요' 하며 퇴근했다.

     

  sh 공사 소유인 임대아파트에는 전입전출 관리 및 임대차 계약업무를 담당하는 별정직 직원을 일정 세대수 규모별로 두고 있기에 300세대인 우리 단지에 한 명이 배치되어 인근 규모가 작은 두 개 단지의 업무와 병행하고 있었다통상 공사의 행정지시 사항요구자료 및 공문수발은 그 직원을 통해 전달받고 있다잔무를 정리하던 중이라 하던 일을 계속하며 단말기 하단에 깜박이는 문서의 제목을 흘낏 보았다. “재계약단지.” 앞의 몇 글자만 보였지만 이번 재계약과 관련한 통보임을 감지하고 연장되지 못한 단지까지 굳이 통보할 것까지야하는 마음으로 일을 마무리한 다음 관련 문서를 출력하여 살펴보았다.    

 

  위로부터 연장된 단지명을 살펴보던 중 눈에 익은 단지 이름이 끝부분에 보였다. '아니이게 뭐야계약이 연장된 단지명과 재계약 업무 일정을 통보하는 공문에 왜 우리 단지가 들어가 있지' 하는 마음으로 거듭 확인하였다분명 근무지 아파트명과 소속사가 틀림없었당일 근무자인 반장에게 말했다. 아니이게 어떻게 된 거지잠깐 이리 와서 이 공문 좀 봅시다연장된 단지의 계약 일정 통보 공문에 우리 단지가 들어가 있네요.' S반장과 함께 확인한 것은 분명 연장 통보 및 재계약 일정 안내 공문이었고, 그 명단에 근무지 아파트와 회사 이름이 있었다도대체 어찌 된 영문이야회사에서는 분명 만료되었다고 했는데순간 안도감과 함께 엊그제 통화한 J의 얼굴이 떠오르며 '아니 그럼 그제 통화한 건 뭐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B 사감과 러브레터"를 영화화하려는 감독님이 있다면 강추한다. B 사감의 캐릭터에 이만큼 딱 들어맞는 사람이 또 있을까. J의 체중과 신장을 한 10킬로, 10센티 정도 줄이고 뺀다면 딱 들어맞으리라. 같은 뿔테 안경 인 건 분명한데 가슴이 빈약(?)한지는 잘 모른다그래도 분이 안 풀렸다그날 마음 썰렁했음을 기억하면.  

   

  S반장과 계약이 연장되었음을 재차 확인하고 본부장에게 팩스를 보냈다송신 후 자리로 앉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축하합니다소장님연장되셨네요수고하셨습니다‘ K 본부장이었다때마침 팩스 보낼 일이 있어 복사기 앞에 있다 팩스를 보고 전화한 것이라 했다.

  좀얄미운 생각이 들었다연장 여부에 대해 J에게 전화하기 전 K본부장에게 확인하기 위해 전화하고 문자를 보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사감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후에도 기대에 부응치 못해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으나 지금껏 아무런 답전도 없던 K 본부장이었다. 이제서야 팩스를 보고 축하한다니.

  ‘아니전화며 카톡에 답전도 없더니만 어찌 그럴 수가 있어요지난번 절차상 서류 보낸다 해서 그리 알고 있다가 어제 연장 여부 확인차 전화했더니 J가 연락이 있어 계약 연장이 안되어 서류 보낸 것이라기에 위탁관리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알고 미안하다는 문자까지 보내지 않았느냐아직 못 봤냐' 하며 따지듯 말했더니 그런 일이 있었냐며 껄껄거렸다. 신규 단지 수주를 위한 입찰과 PT 준비로 문자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며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어쨌든 연장되었으니 주중에 자리 한번 하자 했더니 본부장 왈 아니래도 소장(실습단지의 소장)과 연락되어 금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했으니 그날 얼굴 한번 보자고 했다.    

  퇴근 전, 인근 동료소장에게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라며 연장 통보를 받았다는 문자를 보내고 축하 답전을 받았고 그 외 몇 사람에게도 소식을 전했다소통의 부재가 시대적 화두임을 실감한 며칠간이었다이 경우는 소통의 부재가 아니라 오통의 문제였다. 'B 사감조만간 나 좀 봅시다본사 옥상에서 단둘이서.’    

 

■ 엔딩 

  한여름 소낙비처럼 한 순간에 몰아쳐 마치 롤러코스터 탄 것처럼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치솟게도 한 숨 막힌 해프닝이 있었던 그 주 목요일연장 관리업체 대표자를 소집한 sh공사 지역센타 주관의 회의가 있었다한풀 꺾인 더위 속에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여 여름은 이제 다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서늘한 하루였다. 비가 오니 근무지와 가까운 센타까지 좀 태워줄 수 있겠느냐는 본부장의 전화에 쾌히 응낙하고 전철역에서 그를 픽업하였다비록 다시 1년 연장이나 담당과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동행했다. 회의 준비 중인 과장을 만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편한 시간에 점심 한번 하자 하고 회의를 마친 본부장과 사무실로 복귀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었으니 모처럼 고향 선배인 반장과 함께 식사라도 하고 가라 붙들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전철역으로 가던 중 잠깐 차 좀 세우라 하여 도로변에 정차했다.    

  ‘소장님대표자들 간에 의견대립이 심한 경우 소장님이면 어떻게 조율해 가실 겁니까?’라는 뜬금없는 물음에 어떡하긴요절차상 하자 없는 적법한 의사결정이면 입대의에서 결정이 난 대로 처리해야겠지요.’ ‘다른 게 아니라 관리 단지 중 한 군데가 그런 문제로 소장님이 하도 시달려 좀 쉬겠다는 단지가 있어 지금 후임 인선 중이다.' ‘그래서요?' '후임 후보자 두 명의 이력서를 보내야 하는데 소장님을 포함해 보낼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좀 어이가 없었다. ‘그 정도 단지면 현직 소장님이 저보다는 경력과 경험이 많을 것이고, 그런 분이 머리 아파 쉬겠다는 단지라면 본부장님 보기에 짧은 경력이 전부인 내가 그 깜냥이 된다고 하는 얘깁니까’ 했더니 한 분이 물색 되어 있으나, 그쪽에서 두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하여 부탁드리는 겁니다.’‘그런 의도라면 좋습니다저는 현직에 있고, 향후 1년은 확보하였으니 기꺼이 들러리 서겠다’ 하고 이력서를 보내마 했더니 본부장 왈 결정을 그쪽에서 하는 것이니 소장님이 선택될 수도 있습니다.’ 라고 했다.

    

  설마 그런 불상사가강남 한복판에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도합 700세대가 넘는 10년 된 주상복합단지다. 대표자 대부분이 매가가 2. 3억 이상인 오피스텔아파트를 최소 한 채 또는 세 채씩이나 소유하며 노후대책용으로 적지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입장을 바꿔 자신들의 알토란같은 재산관리를 맡길 적임자로 관리소장 경력이 일천한 나와 오랜 경력자인 또 한 분의 후보자 중에서의 선택이란 불 보듯 뻔한 일이기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협조하겠다고 했다. 헤어질 무렵 다른 후보자는 관리소장 발령 전 실습 단지의 소장님이라 하길래 그때 신세 진 일을 이런 식으로나마 일부 갚게 되는구나 했다. 다음 날 새벽에 입사 당시 제출했던 이력서에 현재 경력을 추가하여 K 본부장에게 보냈다.    

  이력서 수정을 위한 메일을 두 차례 주고 받은 후 이력서가 제출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날 저녁 약속과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회의자료 준비로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중 K본부장의 전화를 받았다. '어찌 되었습니까마무리 잘되었나요?' 하는 물음에 잠시 침묵의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는 순간, 일루 오셔야겠다고 했다.  오늘 저녁 약속 장소로 오라는 것인지, 혹시 강남으로 가야 한다는 말인지 하여 '어디로요' 했더니 대표회장이 소장님을 선택했다는 것이다어라이게 뭔 일이며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나!   

  

  누구의 잘못인지 확인하진 않았으나 J와 오통이 있은 후, 이달 말 초임 소장 생활을 마감하면 한 열흘 정도 독일 매형의 1주기에 맞춰 독일 누님에게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났기에 한숨 내쉰 게 바로 엊그제였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단지로 그것도 소위 많은 소장님이 희망한다는 강남으로 이동이라니, 이게 무슨 반전을 거듭하는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소설 같은 일이 실제로 내게 일어나는 것인가. 그것도 경력이라곤 내세울 게 하나 없는 초임 소장인 나에게. 그것도 강남 한복판 지상 17층 주상복합건물의 관리소장으로 말이다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그런 곳은 임대아파트 경력이 전부인 내가 아니라 최소 서너 군데 이상의 경력자가 가야하는 곳이 아닌가. 내가 신데렐라도 아니고 보내 달라 떼 쓴 적도 없는데 말이다.   

  

  해프닝과 반전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이동 발령 등 이 모든 일이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벌어진 일임에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 사주에 절대 요행이나 일확천금과는 인연이 없음에 로또나 사업과는 거리를 두라 했고 (그 말 우습게 알고 퇴직 후 자영업을 시작했다가 다 털어먹은 아픈 경험이 있었다또 어디서 귀인이 나타나 큰 도움을 주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다. 본부장이 내 팔자에도 없는 귀인인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겠으나 지난 며칠 동안 겪은 일들로 아직도 어질하다누가 봐도 이건 사건이며 또 사건의 진행도 박진감있고 드라마틱하지 않는가?    

 

■ 에필로그     

  군대 말로 까라면 까야하고 또 운명이라면 굳이 피할 생각도 없다하지만 걱정 또한 크다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강남스타일의 주 무대인 강남의 소장이다. 강북 300세대 임대아파트 관리소장이 한순간에 강남 한복판 주상복합 건물의 관리소장으로 탈바꿈하는지라 죽자 살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영화 '명량'의 장군님처럼 필사즉생의 심정으로 말이다그래도 힘에 부치면 까짓거 장렬히 전사하리라그래도 강남 한복판에서 맞이하는 장렬한 최후이니 현 근무지보다 모양도 괜찮고 강남에서 한번 해봤으니 아쉬움도 덜할 것이다

    

  며칠 후, 부임 예정지에 가서 전임 소장님, 대표회장과 상견례를 하고 왔다다음 월요일, 인수인계가 끝나면 그때부터 소위 강남소장이다. 부러움시샘의 눈길로만 보지 말고 걱정이 태산임을 혜량하여 격려와 성원을 소망해 본다수년 전 나와 같은 절실함으로 지금도 취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많은 사람이 있음을 알기에 나 또한 초임 소장의 각오로 새로운 출발을 맞이하려 한다. 지금이 있기까지 또 그날 저녁 진심 어린 축하와 격려를 해 주신 본부장, Y 소장전임 소장님을 비롯하여 늘 성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동료 소장님들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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