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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반 Sep 17. 2023

월간 디깅 #11 - 7월

모든 게 잠겨버리길 바라면서

23. 07

부슬부슬 끝없이 내리는 비에

모든 게 잠겨버리길 바라면서




1. Radio (the volunteers)

그런지 록의 느낌이 물씬 난다.

샤우팅이 없더라도 이런 멜랑콜리한 느낌을 내는 건 백예린만의 장점 중 하나이기에,

밴드의 연주와 어울린다. 오아시스에 감명받아 결성된 그룹이지만 이 곡은 (좋은 의미로) 오아시스보다 라디오 헤드의 분위기도 조금 느껴진다. 이 곡만으로 밴드의 실력을 논하기엔 부족함이 있지만 백예린이나 고형석 등 기존 그룹과 행보에서 보기 어려웠던 이면을 보는 것은 새롭다.






2. Sparkling Sunshine (윤한)


오늘날 달빛을 묘사한 대표곡이 드뷔시의 달빛이라면, 윤슬을 표현한 곡이라면 이 곡을 꼽고 싶다.

윤슬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와 시각적으로 알고 있는 것을 청각으로 잘 구현했다고 보는바.

잔잔히 바다 물결에 부서지고 흩어지는 빛을, 그리고 몇 번이고 몰아치는 파도의 느낌을 과하지 않게 피아노 하나만으로 표현했다.






3. Tamayura (zmi)


zmi는 일본 작곡가로서 잔잔하고 평온한 음악을 하는 작곡가이다.

아직 많은 정보가 없지만 역시나 일본풍이 느껴진다. 개인이 살아온 환경은 그만큼 영향을 많이 끼쳐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곡의 전개나 주로 사용하는 멜로디 라인에서 각 나라의 문화나 정서가 담겨있다. 그런 의미에서 zmi는 훌륭한 작곡가로, 자극적인 음악이 많은 이 세상에서 안식을 선사한다.






4. Ohio (혁오)

오하이오와 오 안녕(oh, hi) 등 이중 의미를 담은 가사가 매력적이다.

혁오의 전반적인 앨범이 20대 청년들을 대변하는 느낌이 든다.

이는 결코 새로운 접근법은 아니지만 혁오만의 보컬과 밴드실력으로 담담하게 건네는 듯한 말이 혁오밴드만의 강점.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마냥 우울하지도 않은, 어쩌면 청년들이 갖는 오묘한 감정과 닮아있는 것 같다.






5. Room With A View (Yiruma)

이루마의 초반에 발매했던 곡들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현재까지도 그는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루마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하게 해주는 것에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가 피아노를 다뤄서, 클래식 음악의 특징이라서가 아니라 애초에 곡을 제작할 때 그리는 마음들이 이러한 정확한 목표를 향하고 제작되었다는 감상이 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곡이 담긴 앨범이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방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감정을 풀어냈으며 본인이 가진 편안한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듯한 감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이라는 단어는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뮤지션만의 고유한 색상을 더불어 듣는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이루마의 음악들은 좋은 음악이 맞을 것이다.






6. Appassionato (Yuhki Kuramoto)

주로 피아노곡만 발매하는 작곡가들은 오케스트라 협연에서 다른 악기 간의 조화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엿보이곤 한다.

그런 의미에선 유키 구라모토는 아주 노련한 작곡가임이 분명하다. 물론 그가 밟아온 지난 세월의 시간이 그의 실력마저 뒷받침해주는 것이지만 이런 웅장한 곡에서 그동안 보여줬던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 스타일과 유사하면서도 아주 색다른 부분들이 보인다.

처절하면서도 환상적으로 듯한 상반된 감정들이 느껴져서 박자와 상관없이 왈츠곡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7. No light (Niia)

재즈는 특유의 흐름과 늘어지는 분위기 때문에 벽의 높이가 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상당히 까다롭고 실력을 요하는 장르이다.

특히 보컬에 있어서는 가수의 박자와 리듬감, 스켓 등의 많은 조건이 뒷따른다고 하지만 니아의 경우 이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니아만의 사포로 간 듯한 표면이 거친 목소리가 콘트라베이스의 낮음 음과 잘 어울린다.






8. Unmade (Thom Yorke)

톰 요크의 첫 번째 영화 사운드트랙, OST 작업인 서스페리아의 삽입곡 Unmade.

1977년 작 서스페리아의 삽입곡이 워낙 유명했던지라 톰 요크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고 하지만

이미 2018년에 개봉한 서스페리아는 구작과 다른 노선을 걷는 만큼 사운드트랙도 그에 맞춰 잘 제작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정치와 역사의 암울한 부분을 특유의 해석을 통해 색다르게 풀어냈음은 물론이고, 톰 요크만의 개성이라 볼 수 있는 우울하고 몽환적인 것이 서스페리아라는 영화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서스페리아가 공포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렇게 서정적인 곡을 선택할 생각을 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도전적인 시도 때문인지 이 곡이 흘렀던 시퀀스와 장면이 지금도 기억에 남을 정도이다. 앞으로도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음악 분야에서 활동하길 바라는, 아직까지 기대되는 뮤지션이다.

 





9. Mechanitis (Mechanitis)

Mechanitis.

직역하자면 기계염이라는 나비의 종류이다.

관련 정보를 찾아봤지만 이 곡에 쓰인 정확한 까닭을 알진 못했다.

Tanya Batt라는 여성보컬이 상당히 돋보인다. 물론 그녀의 목소리가 전체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여러 음 사이에서 그녀의 보컬 역시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도 동시에 상당히 독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잔잔하게 흘러가다 싶었지만, 보컬이 터지면서 곡의 깊이가 생긴다.






10. Motion Picture Soundtrack (Nat Bartsch Trio)

라디오헤드의 Kid A 앨범의 Motion Picture Soundtrack이라는 똑같은 제목을 가진 곡이 있지만

Nat Bartsch Trio이 풀어낸 Motion Picture Soundtrack은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호주 피아니스트인 Nat Bartsch은 대단히 고전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 곡 역시, 부분 부분에서 재즈스러운 코드 진행이 돋보인다.

특히 이 트리오는 현대 음악 편곡을 위주로 하는 컨템퍼러리 재즈 트리오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그들만의 해석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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