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넘게 애인의 연락이 없다. 보통 이를 ‘잠수 탄다’라고 말하거나 ‘잠수이별’이라고 한다.
지나고 나서 보니 추석 명절 때부터 이상한 낌새가 있긴 했었다. 원래 연락도 하루 1~2회 하거나 하루 평균 20여분의 통화를 하던 우리가 통화를 짧게 끝낸다거나 ‘연락을 조금 있다 다시 할게’라고 하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마치 나의 화를 돋우게 해서 이별의 원인을 나로 만들려는 시도 같은 게 보였다. 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는 연락을 자주 못해서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그날은 답장이 더 이상 없었다.
다음날 나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기 힘들고 업무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라 애써 생각하여 화가 남을 꾹 참고 눌렀다. 그리곤 그의 일을 도와주겠다고 했고 다음 주쯤 연락 주겠다는 메시지를 끝으로 잠수를 탔다.
그 일주일간 많은 감정 변화를 겪었다. 무덤덤하다가 화가 났다가도 내가 잘못한 것이 있나 곱씹어보고 자책을 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외로웠다.
나는 어디를 가나 혼자 있는 것이 일상이고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하다. 그러나 애인과 대화를 하면 세상과 소통하는 기분이 들었고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의를 해도 될 만하다고 느낄 만큼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수려한 말투의 애인이 인정할 만큼 드립력도 향상되어 갔다.
그때는 몰랐지만 애인과 하루에 한두 번 연락만으로도 옆에 누군가 있다는 느낌에 외롭지 않았다. 그때는 외롭지 않았다면 그와 연락이 끊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외로움의 감정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남자가 없어서 인가? 그럼 여자는 이 외로움을 대체할 수 없나? 나는 남자를 좋아하나? 소위 남자가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인가? 가족이 있음에도 느끼는 이 외로움은 뭘까?
무언가에 몰입한 상태에서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일이든, 책이든, 강의를 듣던지 말이다. 그리고 내가 외로운 것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애인과 매일 밤 주로 그날 있었던 일이나 읽었던 책에 관한 이야기, 요즘하고 있는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좋아했다.
나는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친하지 않은 사람이나 낯선 환경에서는 조용할 뿐 가까운 이에게는 수다쟁이였고 가까운 사람이란 편하면서 허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애인이었던 것이다. 가족과는 오히려 어려운 사이여서 이야기하기 어려웠고 친구가 없어 그나마 제일 편한 게 애인이었다. 아이는 어리니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그 빈 공간을 채워주던 사람이 애인이었다. 결국 소통의 목마름이 나의 외로움의 원인이었다. 이런 결론에 이르자 어떠면 나는 그를 사랑한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락이 없어도 마음이 아프거나 그립지 않은 게 아닐까?
지금 나는 외롭다. 소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