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From 혜리 to 헤비
저는 지금 기차 안이에요. 이번 달만 ktx를 총 6번을 탄 것 같아요. 그래서 기차 탈 때 컨셉(?)을 잡고 탄답니다. 오늘은 여유로운 독서와 글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어요. 사실 컨셉이라고 해봤자 독서와 잠, 아니면 꿀잠. 이렇게 밖에 없네요.
며칠 째 붙들고 있던 알베르 카뮈의 ‘반항하는 인간’을 읽다가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 져 펜과 노트를 꺼냈답니다. 제가 요즘 쓰는 노트는 예전에 헤비님께서 책과 함께 보내주셨던 노트예요. 감사히 잘 쓰고 있어요.
아무튼 제목부터 무시무시하고 내용도 그 못지않게 어렵고 팍팍한 ‘반항하는 인간’을 읽다 헤비님의 글을 읽으니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사실 대비체가 없더라도 아름다움은 느꼈을 거예요. 그러면서 ‘아, 나 헤비님한테 글같이 써보자고 하길 정말 잘했다.’ 다시 한번 생각을 했어요. 몇 번 메시지로 말씀드린 적 있는 것 같은데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우니까요. 이렇게 계속 감탄만 하다가 교환일기가 아닌 헤비님 글 ‘감탄의 장‘이 될 것 같아 감탄은 일단 멈추겠어요.
아, 근데 어제 쓰셨던 글은 어젯밤에 올라오자마자 읽었어요. 꿈에서 아파트게임은 하지 않았지만 달콤한 잠을 잔 것 같기는 해요. 감사해요. 헤비님의 글은 ‘나를 위해 달려와줬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봐요. 그리고 달아주신 신해철 님 노래도 들었어요. 저한테 신해철 님은 ‘안녕, 프란체스카’에 앙드레로 더 익숙해서 진지한 모습에 낯설기도 했어요.
12월 3일 계엄 사태(?) 터지고 헤비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오는 글들을 봤어요. 간간히 정치얘기도 했던 터라 (생각해 보니 신기하네요. 어쩌다 정치얘기를 텄는지 모르겠어요.) 같이 분노할 거란 생각은 했는데 올리셨던 글 중에 정말 와닿는 글이 있었는데.. 죄송해요. 까먹었어요.. 하하.
어쨌든 헤비님의 글을 보고 거리낌 없이 북스타그램에 시위 나간 것도 올리고~ 뉴스도 공유하고 했어요. 이런 걸 인스타그램에 해도 될까? 싶었지만 제가 책을 읽어온 이유 중에 제 소신을 당당히 밝히고 싶었던 것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럴 때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행동하지 않으면 부끄럽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다행히도 ‘일단은!’ 해당 안건이 가결되었으니까 안심도 하고요.
책을 읽다 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 생길 때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헤비님이 12월 3일에 받으셨다는, 글을 쓰게 만들어 준 그 시기절묘(?)한 책을 받아 들게 되는 것 같이요. 우연찮게 잡은 책에 제 상황이 그려져있기도 하고 또, 듣고 싶었던 말이 적혀있기도 하고.
뭐 여러 번 놀라서 ‘책연’이란 말을 그냥 갖다 붙이고 쓰고 있답니다.
우연과 필연. 요즘 들어 생각하고 있는 거리 중에 하나라 조금 놀라웠어요. 선택이 어려운 저는 제가 만들어낸 결과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필연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헤비님의 말씀처럼 놀랍고 아름다운 결과가 나오게끔 해준, 나올 수밖에 없도록 해준 필연도 아름답기도 하고요. ‘반항하는 인간’으로 뇌를 혹사시켜서 그런지 제가 쓰고 있는 말이 말이 되는 소린가 싶긴 한데요. 네, 이건 핑계입니다. 아무튼 ‘우연’이란 단어랑 ‘필연’이랑 단어를 가지고 한 시간 넘게 생각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웃기기도 하고 또 제 상태가 많이 좋아졌구나 싶기도 해요. 올해 초부터 우연찮은 계기로 시작된 메시지로 거의 제 하소연을 읽어(?) 주셨으니까.. 요. ‘우연찮은’이면 뭘까요? 검색을 해봐도 이제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어제 빠마를 했어요. 제 머리카락은 빠마가 잘 먹어서 4시간을 미용실에 앉아있었던 적도 있어요. 그래서 어제도 큰 맘을 먹고 갔는데 놀랍게도 한 시간 반 만에 빠마가 너무 잘 먹었어요. 신이 났죠. 아, 펌이나 파마라고 안 하는 이유는 제 머리가 많이 볶아져서 ‘빠마’가 딱 어울리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집 가는 길에 헌혈의 집이 보여서 올해 마지막 헌혈까지 했어요. 매우 ‘갑작스럽게’ 한 일이랍니다. 신은 났지만 오늘 몸살이 좀 난 거 같긴 해요. ‘갑작스럽게’가 신나고 재밌긴 하지만 내년에는 저도 나이를 생각하며 너무 ‘갑작스럽게’는 하지 않아보려 해요. 하하. 하지만 이 갑작스러운 연재는 다시 생각해 봐도 잘한 일 같아요.
난로 앞에 앉아서 편지를 읽는 기분이 든답니다.
٩(ˊᗜˋ*)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