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세 번째 관문, 결정 3
세 번째 관문: 결정 3
송도정보화신도시 사업은 1,500여 만평의 드넓은 송도 앞바다를 매립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대통령으로부터 프로젝트의 승인을 받았지만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만사가 헛일이었다.
이 중요한 사업성은 전적으로 바다를 매립할 토석의 확보에 달려 있었다.
매립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립토사의 확보이다.
우선 매립 토사를 구할 수 있는가이고 다음은 토사를 가져오는 운반거리가 얼마인가가 매립공사 비용과 공사기간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인 것으로 사업성은 물론 사업의 타당성(feasibility)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그러나 송도 주변은 도시지역으로써 환경문제와 민원문제 때문에 토사를 구할 곳이 없었다.
인근 경기도와 충남 일원에서 요행히 토석채취 허가를 받는다 해도 배를 이용하든 트럭을 이용하든 운반비용 때문에 매립비용은 천문학적이 되고 사업기간은 예측이 불가능해진다.
여의도 면적의 무려 17배에 달하는 1,500여 만평을 매립하는 공사다.
그래서는 사업성이 없다.
송도신도시 대상지는 당시에는 인천의 최변방으로 시화 방조제 부근에 위치한 곳이다.
거기에 아파트를 짓는다 해도 살 사람이 있을 리 없고, 더더욱 상권이 형성될 가능성은 없었다. 기껏해야 남동공단에 입주할 형편이 못 되는 중소공장이나 관심을 가질까. 그런데 그것도 남동공단보다 땅값이 싸야 한다는 가정이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매립토사의 안정적 확보와 함께 비용 낮추는 방안을 찾기에 혈안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사업은 아파트단지 조성사업이 아닌 국가발전 전략적 미래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조성 토지원가가 높아지면 원하는 수준의 신도시도, 사업으로서의 흥행도 달성할 수 없다.
“바다에서 조달하자.”
오랜 고민과 검토 끝에 산에서 토석을 구해야 한다는 발상을 전환하였다.
이 결정이 송도신도시를 가능하게 하고 ‘경영사업의 성공’을 결정짓게 되었다.
그것은 송도 앞바다의 바다모래를 준설하여 매립토로 쓰는 것이다.
이것은 송도정보화신도시 계획 중에 신항건설도 있기 때문에 신항만을 위한 수심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대안이었다.
이 결단은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박 국장이 인천직할시 도로과장 시절, 송도신도시 매립예정지와 인접해 있는 남동공단 진입도로 신설공사를 할 때 개펄 위에 도로를 건설하고 큰 교량을 가설해야 했기 때문에 인근 갯벌에 대한 분석과 공학적 시험(토질, 강도, 침하량 등) 등 연구를 하고 수년간에 걸친 실제 침하량 조사자료를 축적한 것을 바탕으로 하여 신속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고 타당성 검증이 가능했다.
만약에 개펄의 토질이 점토질로 되어 있다면 매립토로 활용이 어려워진다. 침하량이 크고 침하기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예측이 어렵다. 한마디로 꿀렁꿀렁한 지반 위에 도시를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현장에서 축적한 자료는 모래질로서 최상의 매립재료임을 확인해 주었다.
사업의 전망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천문학적인 공사비 절감으로 사업성 확보와 함께 공사기간 단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것은 송도신도시 매립사업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고 정보화신도시 건설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한 중요한 결정이었다.
마침 한진그룹 산하에 ‘대한준설공사’라는 바다 준설 전문기업이 인천에 본사를 두고 있어서 당시 구하기 어려웠던 초대형 준설선 등 준설 장비 동원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공사가 시작된 후 박 국장은 송도신도시 현장에 방문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었는데 그중 이 준설토 매립 현장을 가장 좋아했다.
대형트럭이 드나들 만큼 거대한 파이프를 통하여 수 백 미터 밖에서 모래 섞인 바닷물을 흡입하여 제방 안에 쏟아내면 모래는 남고 바닷물은 폭포수 같은 소용돌이가 되어 바다로 흘러나가는 광경은 가슴에 웅지를 솟게 하는 장관이었다.
이 발상의 전환이 사업의 좌초를 구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