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남덕우 총리님을 그리며
남덕우 총리님은 따뜻한 분이었다.
일흔이 넘어서야 시작한 골프를 돌아가시기 전 그해 가을까지 즐기셨다.
어쩌면 골프보다도 사람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하셨던 것 같다.
골프 후에 목욕탕에서 가끔 등을 밀어드리면 참 좋아하셨다.
그 거인의 등, 어떻게 따스하던지 나도 참 좋았다.
내가 남덕우 총리님을 만나게 된 것은 2001년 '동북아 경제포럼'에서 주최하는 국제회의에서였다.
동북아 경제포럼은 총리님이 국가를 경영하던 정부 인사들과 큰 기업인들 그리고 국내외 경제분야 석학들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열어나갈 방안을 모색하던 국제적 모임이다.
그해 하와이 East West Center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1986년 인천직할시 도시계획국장 시절부터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인천시의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중심도시’ 정책과 그 중심 프로젝트이던 송도정보화신도시 및 인천공항 추진사례를 발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하와이 동서문화센터를 방문하면서부터였다.
이 만남은 여러 국가적인 그리고 개인적인 인연으로 이어지는데 가장 의미가 있는 것으로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중요한 정책 어젠다로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중심 국가’ 정책과 ‘경제자유구역법’ 제정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로 이어진 일이다.
당시 인천은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중심도시’ 정책 실현을 위하여 송도신도시와 인천공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는 것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있었는데 당시 대통령은 “경제특구 제도는 국가에 중요한 결정인데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있는 내가 결정할 사안이 아닌 것 같으니 다음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중이었다. 이런 때 남덕우 전 총리, 이종찬 전 국정원장, 박병윤 전 의원, 조이제 박사 등 국가원로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찾아 ‘동북아 경제포럼’을 운영하여 도출한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방안으로 ‘동북아 물류 중심 정책’과 이것을 실현할 플랫폼으로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한 인천지역을 제시하면서 대통령의 고심을 정리하는데 중요한 계기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1986년 인천 도시계획국장 시절 기획하고 20여 년간 이의 실현에 젊음을 바쳤던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중심도시’ 정책과 송도정보화신도시 건설, 인천공항 입지계획 및 추진, 인천대교 건설, 경제자유구역 제도 실현 등 일련의 프로젝트 추진을 기록한 “대한민국의 지도를 바꾸어 놓은 남자(2008, 한국경제신문사)”라는 책에 손수 ‘추천의 글’을 써주시는 영광을 갖게 된다.
그리고 기라성 같은 동북아경제포럼의 주요 멤버들과 함께 IBC 포럼 (International Business Center Forum)을 구성하여 위의 사업을 적극 지원하여 주셨다.
송도국제도시는 지금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인정받고 있다.
송도정보화신도시는 IT, BT, NT, FT의 중심이 되어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 가는 목표가 있다. 그중 BT분야가 가장 어려운 과제였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세계적인 바이오기업의 유치를 추진하였다.
셀트리온은 이 과정에서 송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급속한 성장을 이루게 되었는데 여기에도 남덕우 총리님의 지원이 있었다.
당시 미국의 세계적인 바이오기업인 제넨테크의 자회사인 벡스젠과 합작으로 탄생한 신생기업 셀트리온을 도와달라는 내 청을 흔쾌히 들어주시고 2003.3 추운 날 송도 매립지의 허허벌판에서 있은 착공식에 오셔서 축사를 해주셨고, 동서문화센터에서 있은 국제회의에 서정진 대표를 불러 발표의 기회를 주었다.
국민의 존경을 받는 남덕우 총리님의 축사는 신생기업의 신뢰에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 많은 경제부총리 및 장관 출신의 인사들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대표기업인들, 그리고 영향력 있는 경제분야 석학들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발표할 기회와 교류할 기회를 마련한 것은 오직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태동을 위하여 하셨던 남총리님의 진지하고 적극적인 지원이자 배려였다.
남덕우 총리님의 일생은 사심이 없었다.
오직 나라의 발전과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진지한 염원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만이 있었음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국가발전을 위해서 이루어내신 성과는 컸다.
그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 많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