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슬 Dec 17. 2024

차가운 얼음.

중학교 1학년때에 있었을 때에 일이었다. 날씨는 굉장히 추웠고, 그날은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었다. 나는 시험 보기 정말 2~3분 전에 화장실을 급하게 가고 싶었다. 나의 의학 소견서에는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참지 말고, 가야 한다고 써져 있기에 학교 측에서도 양해를 해주는 상황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그나마 친하게 느꼈던 아이와 담임선생님이 언쟁을 하고 있기 시작을 하였다. 그 이유는 화장실을 가게 해 달라는 학우의 의견이었고, 담임선생님은 안된다는 말이었다. 그녀들의 언쟁에 나는 괜스레 머쓱해지기도 했다. 


"다슬이는 왜 화장실을 가게 해 주는 거예요?"라는 아이의 말에 담임선생님은 "다슬이는 화장실을 아직 가리지 못해"라는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하였다. 나를 성적 수치심을 주려는 의도였을까. 무지와 무식에 처참한 상황이었을까. 대답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성적수치심이 나를 온전하게 삼켜버렸다는 표현이 그때를 회상하면 맞는 표현인 것 같다. 그 이유로는 중학교가 남녀공학이었기에 더욱 온전하게 삼키기에 쉬웠을지도 모른다. 멍한 상태로 고개를 푹-하고 숙였다. 


담임선생님의 대답은 아이들이 속닥속닥 거리기 매우 좋은 이야깃거리였다. 멍한 상태로 고개 숙인 나는 어느 새부터 얼굴이 붉어지고 목이 뜨거워지며 눈도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름에 장마처럼 미친 듯이 눈물이 고일 새도 없이 주룩주룩 흐르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계속 휴지로 눈물을 닦으면서 첫 번째 국어 시험을 본 것 같다. 하지만 그 긴 지문들은 내 머릿속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겨우 추스르고, 시험은 본 것 같지만 두 눈이 빨갛게 충혈이 될 정도로 울고 나서 본시험이라 무슨 정신으로 보았는지 모르겠다. 


분했던 것일까. 억울했던 것일까. 나는 선생님께 "선생님 때문에 여자애들, 남자애들 제가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로 낙인찍혔어요. 수치스러워요."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지만, 선생님의 반응은 무응답으로 어깨를 모르겠다는 의미로 으쓱거리고선 종례를 하고 나가셨다. 나는 하교를 하면서 분개와 억울 또는 창피함 많은 감정을 떠안고 있었어야만 했다.


그렇게 하교를 하고 빨간 나의 눈을 보고나선 엄마는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다. 천천히 이야기를 하였다. 집으로 가서 엄마는 내게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과 함께 간식과 편한 옷으로 갈아입기 전에 씻는 것을 도와주셨다.


몇 주 뒤 정기적으로 가는 대학병원에서 소견서를 다시 써달라고 교수님께 이야기를 드렸다. 교수님의 표정은 갸우뚱이여서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간추려서 말씀을 드리니 한숨을 푹-쉬시며 소견서를 써주셨다. 그렇게 받은 소견서를 들고, 다른 타과를 갈 때에도 약물을 복용하는 사유와 어떠한 점이 불편한지 그전에는 부드럽게 써주셨다면 주치의 교수님들이 마치 얼음처럼 딱딱하고 차갑게 써주셨다.


그 딱딱한 시리도록 차가운 소견서들을 읽고 선생님들이 달라지셨다. 


시리도록 아프지만, 학교를 다니는 다른 아이들과 같은 사춘기학생이라는 것을 종이에 적어야만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 슬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