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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 Dec 18. 2023

무식, 무지 그리고 앎

진정한 탐구와 공부에 대하여


언젠가부터 글을 읽지 않고, 생각을 하지 않고, 말을 하지 않고 지냈다. 책을 보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정확히는 공부가 하기 싫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았고,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지극히 사적이고 내적인 세계로만 파고들다. 외부 세계에 관심을 두지 않고 신경을 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에 대한 무관심과 자학을 의미하기도 했다. 것이 연히 세상 속에 존재하고 있는 나라는 실체와 실존을 무시하고 배제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없고 인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타인과 세상에 대한 실제적인 앎도 없게 되는 것이 자연적인 이치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무식하고 무지했던 시간은 고스란히 가해가 되어 돌아왔.


어쨌든 시간은 계속 흘러 뭐라도 읽어야겠다 싶은 날이 왔다. 책장 가득 무작위로 꽂혀있는 책들을 일정 기준으로 분류한 뒤 몇 권은 거실에 두고, 어떤 것들은 서재에 가다두었다. 그 뒤 구미가 당기는 정보류의 책 사읽었지만 두세 번 펼쳐볼 만큼의 흥미를 유발하지는 않았다. 단편적인 지식 금세 휘발되었고, 그 과정에서 가슴 온갖 경험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온 나만의 참된 지식들 천천히 퇴색되고 있었다.




다시금 펼쳤던 책에서 답을 얻지 못하자 밖으로, 네모난 핸드폰 안의 세상으로 돌아다았다. 책 속의 활자보다 생생하고 씹어 먹기 쉬웠으며 재미가 있었다. 그곳에는 온갖 유희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들은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만큼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실생활에 사용하기가 마땅치 않고 장기전으로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흩어져있는 단편적 지식들은 그 자체로는 쓸모가 별로 없거니와 그것들을 모아 하나의 패치워크로 만들어 활용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 필요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패치워크도 요가 별로 없다. 이미 세상에는 없는 것이 없으며 모든 것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식정보란 습득 기간이나 종류보다도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관건이라는 말이 된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등의 행위는 누구나 한다.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인간으로서의 삶을 지속하려면 말하고 생각하고 읽고 쓰는 행위를 지속해야 한다. 그러한 지적 동을 멈추면 누구라도 퇴행할 수밖에 없다.

무지에 휩싸이는 동안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무의식은 그것을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다.

다행히도 알고 만들고 궁금증을 던지려는 것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그저 지속하기만 하면 된다.


무엇이든 공부하지 않으면, 배우고 익히려고 하지 않으면, 알려고 애쓰지 않으면 런 존재도 되지 않는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 사유와 의미 있는 행위와 가치 실현을 잃는다. 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모르 을 모른다는 것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해가 된다. 그러니 나와 사람과 사물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놓지 말아야겠다. 그것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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