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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 Feb 18. 2024

생산성의 역설


여기저기에서 생산성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보인다. 워라밸이라는 문화가 생겨나면서 좀더 여유로운 일상이나 휴식도 중요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빨리빨리 문화의 잔재 남아있는 것 같다. 문득 일의 최종 목적은 일을 하지 않는 데에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떠오른다. 결국 다들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빠르게 일을 한다는 뜻일까.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지라 꽤 급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으나 무엇인가 시도하고 활동할수록 그런 부분에 대해 스스로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다소 허탈했다. 무의미와 효율성의 굴레에 갇혀있기 때문이었다. 뭔가 좀더 의미있는 것, 실효성 있는 것을 찾아 헤매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행위들 자체 생각보다 큰 의미랄 것이 없었고 심지어는 무의미를 재생산해내고 있었다. 결국 나는 별 것 아닌 스몰톡서툴러지게 되었고, 수많은 만남과 기회를 내 손으로 떠나보냈으며, 일상 속의 소소고 따스한 재미들을 놓치고 말았다.


가끔은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지 않나 생각하기도 한다. 어차피 도달해야할 목적지라면, 언제든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성취한 뒤에 또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다시금 끝없이 움직여야한다면 잠시 숨을 고르며 걸어가도 되지 않을까. 어떤 결과물들은 단순하고 가볍기 때문에 더 밀도있고 그럴듯하게 느껴지기는 것들도 있다. 그림에서 여백의 미로 완성되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멋지고 그럴싸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렸지만 다름 아닌 완벽한 글을 쓰고 싶다는 그 마음 자체가 방해가 되고 있었다. 그렇게 매일 몇 문단도 되지 않는 허술한 글을 쓰다 말다를 반복했고, 어떤 글들은 활자로 내뱉어보지도 못했으며 결국은 미완된 작품도 참 많이 있었다. 래서 이제는, 아니,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럴듯한 글을 만들고 조금이라도 더 분량을 채우기 위노력도 조금은 내려놔볼까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알맹이의 속사정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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