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재학생들의 주장은 법률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겁니다
제목 보시면 대충 아시겠지만 동덕여대 사태와 관련한 겁니다. 뭐 본관을 점거하는 게 집회시위의 자유네 어쩌고 하는 헛소리가 있길래 조금 따져 볼까 합니다.
법공부 하신 분들은 들어 보셨을 것 같은데, 소송 등등 분쟁에서는 '당사자적격'이라는 게 있습니다. (조금 거칠게 말하면) 사건과 아무 관련 없는 잡것들이 Dog나 Cow나 기어들어와서 왈왈 짖지 말고 나대나대 나대지 말고 딱 사건과 구체적으로 이해관계 있는 사람들만 소송에 참가해라, 뭐 그런 거죠. 동덕여대 사건의 주동자(?)들이 '상관없는 남자들은 관심 갖지 말라구욧 빼애애액!'을 시전하는 것과 일맥상통하기도 합니다.
저 사건 주동자 측에서 '상관없는 남자들은 관심 갖지 말라'를 시전했으니, 남녀공학전환 논의가 현재의 여대 재학생들과 상관 있는지 따져 보는 작업도 필요하겠죠. 모순을 견디는 게 뷔페미니즘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의 일반인들은 그런 모순 따위 허용하지 않습니다.
자, 경우의 수를 나눠 보죠.
(1) 내년에 곧바로 남녀공학전환되는 경우
(2) 일단 검토기간을 두고 검토한 뒤 최소 4년 후에 남녀공학 전환을 시작하는 경우
뭐 경우의 수는 두 개만 따지면 되겠네요. 당장 하느냐, 검토 및 공지를 충분히 거친 후에 하느냐.
(1)번 경우대로 내년에 바로 남녀공학 전환하겠다는 거면 여대 재학생들에게 당사자적격이 인정되긴 할 겁니다. 특히, 지금 저들이 주장하는 대로 "여자들끼리 모여서 공부해야만 안전하다구욧 빼애애액!'을 시전하는 상황이라면 뭐 주장 자체로는 당사자적격이 있겠죠. 그 주장이 합리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면 패소(기각)당할 수는 있어도 일단 소송 개시도 못 한 채 드랍(각하)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2)번의 경우라면?
최소 4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4년 후에 시행한다면, 현재 여대 재학생들은 거의 다 졸업하게 됩니다. 몇몇 바닥에 꼬라박은 유급생들은 4년 뒤에도 졸업 못하겠지만 그건 뭐 아몰랑. '여자들끼리 모여서 공부해야만 안전하다구욧 빼애애액'을 시전해 놓고 여자들만 있는 4년 동안 졸업도 못 했다면 그건 개인의 능지 문제죠. 교육부나 학교재단 측에서 신경쓸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유예기간 동안 충분한 검토와 공지를 거쳤다면, 이 기간 중에 입학한 여대생들은 '아 우리 여대는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구나 막판 몇 년은 남자들이랑 같이 공부하겠네.' 라는 걸 알고서 여대에 입학하게 됩니다. 즉, 차고넘치는 수준으로 예측가능성을 보장받게 되죠.
판례검색으로는 딱히 이런 사안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위 (2)번처럼 충분한 유예기간과 검토기간과 공지기간을 부여했다면 최소한 '남녀공학 전환 이전에 졸업하게 되어 있는 졸업예정자'들에게 당사자적격이 인정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입니다. 특히, 그 졸업예정자들이 주장하는 게 '여자들끼리 모여서 공부해야만 안전하다'는 논리라면 더더욱 그러하죠. 본인들이 여대에서 공부하는 동안에는 남자가 없고 졸업한 후에 들어오는데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상관없는 남자들은 빠지라구요? 상관없는 너네가 빠져야겠는데요?
뭐, 이렇게 얘기하면 '회전하는 죽음의 별'을 돌려서 논점일탈하겠죠. 졸업예정자는 '여대'라는 정체성에 대해서도 주장할 권리가 있다느니, 여대를 여자만의 공간으로 지켜 나가는 건 사회 전체를 위해 필요한 가치라느니, 졸업을 해도 해당 학교의 선배로서 학교의 가치가 유지되는지에 대해 관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느니 등등 온갖 듣보르자브 뇌피셜 주장이 쏟아질 겁니다.
이렇게 시시때때로 말 바꾸는 듣보잡들에게 휘둘리지 말라고 법(法)을 만드는 겁니다. 민사법체계와 형사법체계를 양 축으로 하여 당사자적격을 따지고 주장의 적법성을 따지고 입증책임을 부과해서 뇌피셜 주장을 배척하는 겁니다.
4년 후에 남녀공학 시행하는 걸로 계획했다면 현재 여대 재학생들은 이에 대해 다툴 당사자적격이 없습니다. 현재 권리침해가 없고 장래에도 졸업생으로서 기분나빠 웅앵웅 따위로는 권리로 인정받을 여지가 없어요. 이건 더 따져볼 필요도 없이 명백합니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예전에 서울대학교를 법인으로 전환할 때 약간 반대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이 때 당시에 서울대 졸업한 선배들 및 졸업예정자인 재학생들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모교 국립 서울대학교는 법인 전환 따위를 수용할 수 없다구욧 빼애애액!"을 주장하면서 서울대 행정관을 점거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 '여윽시 서울대다워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여!' 라고 칭찬해 줄까요? 아니면,
- '아니 C발 이게 뭔 짓거리야 졸업하면 끝이지 니들 학교가 법인 되든말든 무슨 상관이야 헛짓거리 하지 말고 당장 해산해!' 라고 할까요?
답은 이미 나와 있죠. '당장 해산해!'가 95% 이상 나올 겁니다.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며 여대 본관을 점거하는 게 '집회결사의 자유'라구요? 남성우월주의 집단에서 조두순 사면을 주장하면서 여성가족부 건물을 점거해도 집회결사의 자유 인정하시렵니까? 레알? 트루?
법률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뇌피셜 권리로 타인(대학재단도 법인으로 법인격이 있습니다)의 재산을 무단점거하고 그 효용을 해하고 있으면 당연히 불법행위입니다. 뇌피셜을 법적 권리로 착각하지 마세요. 그런다고 법 바뀌는 거 아닙니다.
무슨 총학생회니 여대생 대표니 어쩌고 직함 달고 나와서 사람들 선동하려면 최소한의 법적 지식은 갖추고 나대세요. 뇌피셜로 '회전하는 죽음의 별' 돌려 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제발 공부 좀 하세요. 이해 안 되면 외우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