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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May 06. 2024

ESG 경영이 소비로 확대된다면

웹소설 소재 정리하는데 뜬금없이 ESG 경영이라니. 글 쓰는 저도 조금 황당합니다. 즐겁고 상쾌하고 유쾌한 소설에 갑자기 회사 얘기 하면 약간 당황스럽긴 하죠.


뭐, 저는 SF나 판타지나 19금 야설만 쓰지는 않습니다. 가끔 기분 내키면 현실생활과 관련된 소설을 쓰기도 하죠. 상업적으로 폭망하는 것만 각오하면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현실 회사생활과 관련된 소설 소재를 정리해 보려 합니다. 상업적으로 폭망하는 건 이미 각오했습니다...



(1) ESG 경영 요약


다들 아시겠지만 잠시 ESG경영에 대해 읊어 보겠습니다.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기업지배구조 영역에서 착한 일 많이 하고 그걸 정량화시켜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얘기라고 합니다. 좋은 말은 다 모아 놨죠.


특히 요즘은 'E'가 강조되는 추세입니다. 지구 환경이 심상치 않거든요.


지구온난화의 최대 원인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난 건 화석연료 때문입니다.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많이 쓰면 이산화탄소가 더 늘어나므로 결국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결론으로 이어지는데요.


이게 참 애매한데... 완제품을 판매하는 최종 단계의 회사들은 그 회사 자체적으로는 화석연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애플이 직접 반도체공장을 운영하진 않죠. 애플 입장에서는 이미 화석연료를 사용해서 만든 반도체를 사서 쓰기만 하면 됩니다.


또한 금융업이나 대부업 등등의 업종도 그 업종만 놓고 보면 화석연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무이자 무이자 무이자~~ 노래로 전국을 강타(!)했던 '러쉬앤캐쉬' 같은 회사는 채권추심 하러 갈 때 자동차 타는 거 빼면 거의 화석연료 쓸 일이 없죠. Social 부분을 제쳐놓고 Environmental만 따지면 대부업체는 매우 친환경적인 회사입니다;;


물론 ESG 경영 이론을 만든 사람들은 다 똑똑한 사람들이니 이런 걸 잘 보완합니다. 최종 단계의 회사 하나만 놓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부가가치 생산의 전 과정'에서 ESG를 판단해야 하고, 최초 생산 단계에서 과도하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각 거래 단계에서 구매자인 회사들이 이전 단계 기업의 ESG 운영 현황을 파악한 뒤 그걸 고려해서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거죠.



이렇게 '구매자가 ESG를 고려해야 한다'면, 최종 단계에서는 '소비자'가 ESG를 고려하게 됩니다. 애플이나 삼성의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스마트폰 제조 과정의 ESG 요소를 살펴볼 것이고,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사는 사람이 바람직한 소비자겠죠.


자, 그런데 말입니다.


소비자는 물건 구매하는 것 말고 ESG를 실천할 방법이 없을까요? ESG 준수 여부를 살피는 게 소비자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가 될 수는 없을까요?


각 개인이 강제로 환경보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부터는 상상의 영역입니다. 항을 바꾸어서 서술하겠습니다.



(2) ESG 가 소비자 개개인의 의무가 된다면


예전 BBC 다큐멘터리에서 봤는데, 미국 사람들은 개발도상국 사람들보다 몇백배 많은 에너지를 쓴다고 합니다. 영국도 만만치 않구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자동차를 탈 수는 있지만, 전기차의 전기를 뭘로 만드느냐의 문제가 있죠.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으로 전기를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이건 '간헐적으로만 전기를 생산한다'는 문제가 있어서 결국 겨울이나 장마철 등등에는 천연가스 등으로 화력발전을 해야 합니다. 배터리를 만들 때의 환경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구요.


저 BBC 다큐멘터리에서 꽤 비중 있게 다뤘던 건 '무선청소기'였습니다. 인구 2억 명이 넘는 '나이지리아'가 최근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생활 수준이 많이 올라왔는데, 영국 기업인 다이슨이 나이지리아에 무선청소기를 대량으로 팔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영국 국영방송이 자국 기업을 억까하는 위엄)



가솔린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거나 / 무선청소기를 유선청소기로 바꾸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지구 전체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환경오염을 줄이려면 윤리적 소비를 하는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가장 좋은 건... 소비를 안 하는 겁니다.


차를 안 타고, 청소기를 안 쓰고, 에어컨 히터도 안 쓰고, (물은 안 먹으면 죽으니까) 물도 아껴쓰고, (음식도 안 먹으면 죽으니까) 음식은 최소한으로만 먹으면서 절대 음식물쓰레기 안 만들고. 그게 ESG의 끝판왕일 겁니다.


아니, 여기서 한 걸음 다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바로 인간 자체를 줄이는 겁니다.


80억 명의 지구인이 조금씩 아끼는 것보다 그냥 지구인 자체를 10억 명 이하로 줄이는 게 더 낫습니다. 물론 바로 줄여버리면 대량학살이 되니 서서히 줄여야겠죠. 출산을 자제해서 미래 지구인의 숫자를 줄이는 방식이 무난합니다.



어어, 그런데... 출산을 자제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보시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출산율입니다. 출산율 낮은 걸로 압도적인 세계1위를 하고 있습니다.


ESG의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매우 탁월하게 압도적으로 선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대한민국 자체적으로 지구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ESG가 소비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각 개인의 의무가 된다면. 지구인들이 모두 환경보호를 의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면.


대한민국은 단숨에 세계 1위가 될 겁니다. 스스로 인구를 줄이면서 환경보호에 모범을 보이는 아주 바람직한 나라가 될 겁니다.



자, 본격적으로 소설 설정 짜 보겠습니다.



(3) 에너지 사용 총량제가 적용되는 지구


가까운 미래.


지구인들은 AI에 의존하고 있고, 이 AI는 상호 통합되었다. 마침내 전 지구인들을 지배하는(!) 궁극의 AI가 개체진화 방식으로 탄생했다.


이 AI는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기존에 회사들에게만 적용되던 ESG(특히 'E' 파트)를 각 개인에게 강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하여 '에너지 사용 총량제'가 도입되었다. AI에 접속된 모든 인간들에게 매달 1000포인트를 지급한 뒤 그 포인트 내에서만 에너지를 쓰게 하고, 상한을 초과하면 그만큼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이었다.


이 제도가 도입되자, 자가용 비행기가 사라졌다. 골프 매니아들도 사라졌다. 골프 치면서 북극곰 보호하자는 사람도 없어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간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애기를 낳으면 에너지 포인트를 엄청나게 소모하게 되니까.


이 제도는 개발도상국들에게 큰 혜택을 줬는데, 선진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대한민국만 혜택을 받았다. AI가 극찬한 대한민국의 미래전략(?)이 제대로 먹히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세계 인구가 20억명 이하로 줄어들면서 환경 문제가 크게 개선되었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더 쾌적한 공기와 깨끗한 물을 마시고 쓸 수 있었다.


다만... AI가 멈추지 않을 뿐.


AI는 에너지 사용 총량제를 더 강화했다. 조금씩 조금씩 인간들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였고 결국 전등 켜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이대로면 인류는 전멸한다. 인류 전체가 살기 위해서는 AI의 지배를 받지 않는 곳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과연 가능할까? AI없이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해 봐야지. 뛰어난 주인공은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상업적으로 성공할 만한 주제는 아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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