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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Apr 23. 2024

하이브-어도어 사태 : 창작자의 저작권 범위

(*어제~오늘 간 기사 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글 중에 실명이 등장하긴 합니다만 언론기사에 보도된 팩트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므로 별 문제 없습니다.


** 저녁에 퇴근하고 다시 읽어 보니까 앞부분에 이름을 잘못 썼네요;; 중간에 새로 뜬 기사를 읽은 후에는 제대로 썼지만 앞부분에는 잘못 기재하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사실관계를 다룬 기사를 중심으로 제 의견을 덧붙인 것이므로 실명을 제대로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잘못 쓴 이름을 고쳤습니다.)



1. 개요


다들 알다시피 하이브는 ‘방시혁’이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입니다. 기존 Big3를 뛰어넘어서 이제 곧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될 정도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최근에 얘기 나오고 있는 ‘어도어’는 아티스트 ‘민희진’이 설립한 회사인 것 같은데, 정확한 설립 배경은 저도 잘 모릅니다. 아티스트가 개인사업자 내서 운영하면 세금 및 정산 문제 등이 번거로우니 회사를 만들었겠죠.


어도어는 하이브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 또한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습니다만 총 161억원의 투자가 있었다고 하네요.


이 투자금은 어도어 소속 걸그룹을 키우는 데에 집중적으로 쓰였을 겁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저희 집 아이들이 잘 아는) 걸그룹 ‘뉴진스’가 어도어 소속이라고 하네요.


하이브가 어도어에 투자할 당시 약정을 맺었을 텐데, 언론에 보도된 약정 내용은

- 민희진을 어도어 대표이사로 임명. (아마도) 소속 연예인 양성 및 회사 운영에 자율성 보장

- 민희진에게 스톡옵션 부여. 이후 민희진이 이를 행사하여 어도어 지분 20% 확보

- 하이브가 어도어 최대주주. 처음에는 거의 100%였으나 민희진 측이 스톡옵션 행사해서 추가 주식을 취득하면서 80% 주주가 됨

정도입니다.


이 상황에서 분쟁이 생겼죠.


하이브 측은 ‘민희진 및 어도어 경영진이 회사의 기밀정보를 누설했다’며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했고, 아마 이 주총에서 현재 어도어 경영진을 해임하거나 / 하이브 측 이사를 추가할 것 같습니다. 지분이 80%니 다 결의 가능하겠죠.


민희진 측은… (개인적으로 이게 제대로 된 대응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티스트의 저작권 침해 주장을 하고 나왔습니다. 뉴진스의 컨셉을 그대로 따라하는 신흥 걸그룹 ‘아일릿’이 있고 이 아일릿은 하이브 측이 별도의 회사에 투자해서 키운 걸그룹인데, 아일릿을 데뷔시키는 과정에서 문희진 측에 어떠한 동의나 자문을 받은 바 없으므로 저작권 침해다, 뭐 이런 주장인 것 같습니다.


글쎄요. 아래에서 다시 쓰겠지만, 자본주의 주식회사 제도 하에서 저런 저작권 침해 주장이 먹힐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요에서 이미 결론을 써 버렸네요. 항을 바꾸어 좀 더 자세히 서술하겠습니다.



2. 창작자의 저작권 범위

저작인격권은 개인에게 귀속될 수 있으나 ‘법인’을 통해 저작물을 만들었다면 저작재산권은 당연히 법인으로 귀속되고, 저작인격권도 법인(회사)에게 귀속될 수 있음.


창작(創作)은 당연히 적극적으로 보호해 줘야 하고, 창작활동으로 저작물을 만들어 낸 창작자는 그 저작물에 대해 강력한 권리를 보유하게 됩니다. 크리에이터(Creator)라는 말이 신(神)의 의미도 갖고 있는 만큼, 창작자는 그 저작물에 대해 신에 버금가는 지위를 갖는다고 봐야죠.


다만… 이 신적 지위는 팔아버릴 수 있습니다. 신의 지위를 판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튼 팔아버릴 수 있습니다.


또한, 신이 1명이 아니라 여러 명일 수도 있죠. 그리스신화 / 북유럽신화 같은 다신교 신화에서는 주신이 다 해먹을(?) 수 없습니다. 가끔 다른 신들과 대립하기도 하고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대의 창작활동은 1인의 자연인이 다 하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의 협업’으로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웹툰 시나리오 작가와 그림작가가 협업을 하고, 걸그룹 안무와 프로듀싱과 기타등등 활동을 수십명의 협업으로 이뤄 내기도 하죠.


이런 협업활동의 경우, 각 자연인이 공동 명의로 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렇게 하면 수십명이 협업할 때 번거로워집니다. 창작 대상 저작물이 복잡해지면 수백 수천 명이 개입할 수도 있는데 이러면 공동명의로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 됩니다.


이럴 때에는 ‘법인(法人)’을 설립하고 그 법인의 이름으로 하는 게 낫습니다. 법인 중에서는 ‘상업적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 ‘회사(會社)’가 제일 간편하죠. 회사의 지분구조를 쉽게 정하고 지분을 자유롭게 양도하려면 주식회사가 제일 낫구요.



제가 신입사원일 때 받은 교육에서는 [주식회사는 인류의 4대 발명품에 들어간다. 불, 바퀴, 금속제련술 다음이 주식회사다.] 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뭐 이 정도로 높게 평가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주식회사 제도가 편리하긴 합니다.


그리고, 주식회사 제도가 수백년간 이어져 오면서 각 나라들은 다양한 회사제도를 마련했습니다. 그 중 ‘세금혜택’이 중요하죠.


개인이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고 수익을 얻으면 최대 33%까지 과세됩니다. 반면 회사가 내는 법인세는 25%가 상한이고, 중소기업의 경우 감면혜택이 많습니다. 즉, 똑같은 돈을 벌어도 개인사업자보다 회사가 세금을 적게 내는 거죠.


이 세금혜택 때문에 ‘순수한 개인 창작자’도 법인(회사)을 설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계 쪽은 잘 모릅니다만 연수익 7500만원을 넘을 정도의 창작자라면 회계분리 처리를 위해 회사를 설립하는 게 더 낫다고 하더군요. 기안84, 이말년 등 상위 창작자들은 개인 회사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세금혜택을 받는다고 해도 ‘회사 이름으로 돈이 묶여 있을 때’ 적게 낼 뿐이고 회사의 이익을 각 주주들에게 배당할 때 다시 배당소득에 대해 과세하므로 최종적으로 개인이 받게 되는 돈은 거의 비슷해집니다. 다만, 당장 세금을 적게 내니 회사에 유보해 놓은 돈이 많아질 것이고, 그 돈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죠.)



이렇게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의 이름으로 창작활동을 했다면. 창작 결과물은 ‘처음부터’ 회사에 귀속됩니다. 설사 1인 회사로 자연인 개인이 모든 창작활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처음부터 회사 명의로 창작활동이 이루어졌다면,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이 모두 회사에게 귀속됩니다. 각 개인 창작자의 성명을 병기(倂記)해 줄 수도 있지만 회사 단독 명의로 쓴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에요. 재산적 가치는 당연히 회사 소유겠죠.


창작 당시에는 자연인 1인이 개인 명의로 했다고 해도, 회사를 설립한 뒤 그 회사에 저작재산권을 넘겼다면 이 또한 회사가 저작재산권을 행사합니다. 물론 별도의 특약이 있다면 그에 따르겠지만 그런 게 없다면 재산권 전부를 인수한 회사가 저작(재산)권자가 되겠죠.


회사 명의로 저작물을 기획하고 여러 아티스트가 공동으로 저작물을 만들었다면, 이 또한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회사가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다 갖겠죠. 각 아티스트들은 그 기여도 및 최초 계약조건에 따라 회사주식 / 임직원 급여 / 계약대금 등등을 받아 가는 것으로 끝이고 저작권 자체는 회사에 귀속됩니다.


회사 얘기를 길게 썼는데 이쯤에서 줄이기로 하고. 어도어 대표 민희진 씨의 주장이 타당한지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3. 걸그룹 컨셉에 저작권이 있는지 의문. 있다 해도 회사로 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


개요 말미에 썼듯이, 어도어 대표이사이며 아티스트인 민희진 씨는 ‘소속 걸그룹 뉴진스의 컨셉이 도용당했고 대주주 하이브는 본인의 허락 없이 뉴진스의 컨셉을 표절해 신흥 걸그룹 아일릿을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은 (당연히) 민희진 씨 개인에게 뉴진스 컨셉에 대한 저작권 기타 창작자 권리가 귀속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구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민희진 씨는 개인사업자로 뉴진스를 키운 게 아닙니다. 어도어라는 ‘주식회사’를 만들고 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및 주주(스톡옵션 행사 후)로 있으면서 뉴진스를 키운 거죠.


또한, 민희진 씨가 뛰어난 아티스트고 걸그룹 컨셉과 성장 방향을 잡는 데에 탁월하다 하더라도 민희진 씨 혼자서 모든 걸 다 만들어 내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무대에서 공연하는 건 각 걸그룹 멤버고, 그 전에 안무 / 노래 / 분장 / 홍보 등 다양한 역할이 개입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걸그룹 컨셉’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10대 후반 ~ 20대 초반 소녀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다이어트하고 예쁜 척 하는 게 얼마나 차별화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즉, 표절이라고 판단할 만한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비슷한 컨셉’이라고 하면 대략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비슷한 컨셉이 있었습니다.

(아재 티를 내면서 옛날이야기를 하면) S.E.S가 뜨고 나서 핑클이 나왔고 베이비복스가 나왔으며 몇 년 후에 원더걸스가 나오고 SM의 필살기로 칼군무 연습을 한 소녀시대가 등장했는데, 저 때 당시에도 나이 많은 사람들은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라고 했어요. 지금 저도 TV 보면 누가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걸그룹이 다 비슷한 컨셉인 것 같아요.


즉, 특정 노래 가사 / 특정 안무 등을 따로 떼내어 구체적으로 저작권 침해 주장을 한다면 몰라도 ‘전체 컨셉’을 두리뭉실하게 묶어서 표절이라든가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안 먹힙니다. 그 전체 컨셉 자체에 대해 구체적인 권리가 인정되지 않아요.


아티스트의 권리, 창작자의 특권이라는 건 두리뭉실한 아이디어나 컨셉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소설 제목이나 결말만 구상한 게 저작권으로 인정되지 않듯이, 음악/댄스 분야에서 컨셉 잡았다고 해서 그게 저작권이 되는 건 아닙니다. 컨셉은 컨셉일 뿐이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컨셉을 구현할 때 ‘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의 이름으로 진행했다면… 회사에 소속된 각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창작 권리를 인정받을 여지는 대폭 줄어듭니다. 특히 ‘정당한 보상’을 받았다면 더더욱 그렇겠죠.


문희진 씨는 어도어의 대표이사로서 그에 상응하는 연봉을 받았을 것이고, 스톡옵션으로 회사 주식의 20%를 받았습니다. 상세한 계약 내용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될 겁니다. 아티스트 개인의 역량과 컨셉을 회사에 기여하고 회사의 무형자산인 걸그룹 뉴진스를 양성/운영한 노하우는 이미 보상을 받았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한 대주주를 상대로 ‘문희진 개인의 저작권을 인정해 달라!’고 주장한다? 통할까요?


저작권은 팔아도 팔아도 계속 생겨나는 마법의 만능지팡이가 아닙니다. 팔아버리면 땡이에요. 처음부터 팔기 싫은 컨셉이 있었다면 외부 투자를 받지 말고 개인사업자로 소중히 키웠어야 하고, 최소한 1인회사로 운영하면서 본인이 100% 지분을 확보했어야 합니다. 외부 투자를 받고 그 회사에 컨셉과 노하우를 기여하는 형식으로 운영했다면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개인의 저작권이 인정되긴 어렵죠.


물론, 과도하게 낮은 단가로 후려쳐서 저작권을 탈취했다면 이건 문제가 됩니다. (최종 패소하긴 했지만) 구름빵 그림작가님 사건, 정말 안타깝지만 검정고무신 원작 작가님 사건 등은 ‘과도하게 낮은 단가’가 문제되었었죠.


그런데, 대표이사 연봉 + 스톡옵션 주식 20%가 ‘과도하게 낮은 단가’일까요? 저 금액은 3급 공무원으로 시작하는 판사가 평생 벌어도 못 벌 돈일 텐데, 혹시 소송으로 진행된다면 판사가 ‘어익후 문희진 씨 개인의 아티스트 역량은 최소 10조원 가치가 있으니 이딴 푼돈 몇백억은 과도하게 낮네요 허허허.’ 라고 판단해 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그럴 가능성은 낮겠죠?



4. 향후 예상 : 하이브가 이길 것 같습니다


하이브 측은 이미 어도어 지분 80%를 들고 있고, 이는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을 넘습니다. 정관에서 별도의 특약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게 없다면 하이브는 독자적으로 어도어에 대한 ‘모든 결의’를 할 수 있어요.


그 모든 결의 중에는 ‘합병’도 포함됩니다. 즉, 하이브가 자회사인 어도어를 흡수합병할 수 있죠.


이렇게 흡수합병을 한다면, 현 대표이사+부대표 측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 20%는 하이브의 주식으로 교환됩니다. 아마 하이브 전체 지분의 1% 미만일 거예요.


그리고, 흡수합병에 따라 어도어가 보유한 일체의 유형/무형 자산은 하이브로 넘어갑니다. 걸그룹 뉴진스에 대한 계약관계, 운영 노하우 등도 당연히 하이브 자산이 되겠죠. 하이브가 그 자산을 활용해 후속 걸그룹을 만드는 것도 아무 문제 없구요.



제3자는 그냥 지켜보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관심이 가긴 하네요. 어쨌든 크리에이터(Creator)니까요. 컨셉의 상업적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하지만 그래도 저 자신이 창작자인 이상 기사 찾아보게 되네요.


나름 회사 일 한 것 같습니다. 이건 이것대로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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