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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희 MBRI Jun 22. 2024

군 내외에서 MAH에 대한 책임론 부상, 그의 대응은?

2024년 2월 미얀마 Hot Issue

국가안전보장위원회, 비상사태 6개월 연장 그리고 모든 반 군정 세력 진압 약속

Myint Swe 대통령 권한대행은 1월 31일 열린 국가안전보장위원회(이하 NDSC)에서 국가 비상사태를 6개월 더 연장한다고 발표하면서 필요하다면 8월에 국가 비상사태를 다시 연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yint Swe는 군정이 향후 6개월 동안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며 비상사태 연장 필요 여부는 그 결과에 달려 있다고 벍혔으나, 사실상 8월에 국가 비상사태를 다시 6개월간 연장할 것임을 미리 선언한 셈이다. 

Min Aung Hlaing(MAH) SAC 의장도 이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일부 EAOs 및 PDF 테러리스트들이 국민의 사회 경제적 삶을 악화시키고 국가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려고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시도함에 따라, 지역 민병대를 포함한 국방 및 안보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SAC의 최종 목표는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민주 총선거를 실시하는 것이며, SAC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민의 투표권을 보호하고 전국의 모든 지역(Regions)과 주(States)에서 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비상조치 연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국적인 총선 실시를 위해 센서스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군부가 통제권을 상실한 30개 이상 타운십에서는 인구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전국적인’ 센서스 계획은 비현실적인 공언으로 들린다. 

NDSC가 비상사태 기간 연장을 선언한 다음날인 2월 1일 MAH는 국영 TV를 통해 반 군정 세력과 EAOs의 연합이 전례 없는 진행을 보이는 가운데 군정은 ‘국가를 안정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군정에 반대하는 모든 반대 세력을 진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북부 Shan주를 거점으로 하는 EAOs의 ‘1027 작전’이 개시된 이후 패퇴를 거듭하고 있는 군정이 국경지역 일원의 통제력도 상실한 상태에서 MAH의 ‘모든 세력 진압 약속’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MAH에 대한 공개적 비난 발언 잇따라                             

1월 16일 국방사관학교가 위치한 Mandalay Pyin Oo Lwin 언덕 광장에서 그동안 군정을 지지해온 국수주의 성향의 승려 Pauk Ko Taw가 특이하게 MAH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북부 EAOs의 ‘1027 작전’으로 군정이 연이어 패퇴한데 대한 책임을 지고  MAH는 일선에서 물러나고 SAC 부의장인 Soe Win이 군정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 군정 성향의 승려가 MAH를 비난하고 나선 것에 대해 BBC 등 여러 국내외 언론들은 이를 이례적인 사건으로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국수주의 승려와 군정 지지자들이 조직한 집회는 군정이 대중들에게 불교 민족주의를 부추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개최되었 온 경향이 있기 때문에 Pauk Ko Taw의 이러한 발언이 극히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었다. Pauk Ko Taw는 집회 연설 후 1월 19일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일 오후 페이스북 생방송을 통해 자신은 무사히 석방되었다고 알렸다. 생방송에서도 자신이 집회에서 한 발언이 잘못되지 않았으며 국가와 불교를 위해 한 발언이라고 계속 주장했다. 불교 옹호자로 자처하며 군정 집권의 정당성을 강화하려고 노력해온 MAH가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국수주의 승려들로부터 비난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군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는 건 승려들 만이 아니다. Japan Times는 1월 31일자 기사를 통해 친 군부 언론인이자 유명 블로거인 Ko Maung Maung이 MAH를 "무능하다"고 말하며, 그의 치하에서 국가는 역사적 규모의 손실과 수치를 겪었으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사임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BNI는 1월 19일자 기사를 통해 친 군부 커뮤니티 내에서는 MAH를 제거하고 결정적인 조치를 취할 용기가 있는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친 정부 뉴스 플랫폼 Thuriya Nay Wun을 운영하는 Moe Hein이 1월 6일 군부의 대규모 패전 이후 군 고위 지도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MAH와 군부를 지지했던 친 군정 지지자들이 EAOs와의 전투에서 연 이은 패배의 책임을 MAH에게 묻고 나선 것이다. Mizzima는 1월 19일자 기사를 통해 군부 내에도 불만과 내부 불화가 있다는 정치 평론가인 Thein Soe Naing의 발언을 보도했다.                     


사기가 떨어진 군 내부 

군 내부의 사기도 극도로 저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1월 4일, 장군 6명과 200명 이상의 장교를 포함한 약 2,389명의 정규군과 가족 1,601명이 MNDAA에 항복하는 등 EAOs와 교전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패전을 기록하자 군의 위상과 군 내부 사기는 극도로 저하되었다. 

북부 Shan 주에서의 굴욕적인 항복과 패퇴로 군 내부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EAOs에 항복한 지휘관들은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들이 SNS에 올라왔다. 이에 군정은 1월 20일 군사법정을 통해 패전의 책임을 물어 Laukkai 사령관 Moe Kyaw Thu 준장, Kokang 자치구 사령관 대행 Tun Tun Myint 준장, 55사단 사령관 Zaw Myo Win 준장에게 "부끄럽게 자신의 직무를 포기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했고, 작전본부장인 Aye Min Oo 준장, Thaw Zin Oo 준장, Aung Zaw Lin 준장 등 3명에게도 종신형을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들은 MAH가 이처럼 지휘관에 대해 가혹한 처벌을 내리는 이유는 다른 사령관들이 그들의 요새를 포기하고 항복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군정 대변인은 1월 23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장군들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근거 없는 허위보도라고 강조했다. 해당 군부대가 항복하여 Laukkai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안전과 지역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군대를 재배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EAOs에 항복’과 ‘군 지휘관에 대한 엄벌’은 변명의 여지없는 사실로, 이로 인해 군부의 위상과 군인들의 사기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지휘관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군 내부의 동요를 불러올 것은 분명하다. Shan 주는 물론 Chin 주와 Rakhine 주에서도 군부가 패퇴하면서 군인들의 사기 저하로 인한 탈영이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몇 달 동안 EAOs와 반 군정 민병대와의 전투에서 연이어 패배한 많은 군경들이 이웃 국가인 중국, 태국, 방글라데시와 인도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rrawaddy는 1월 22일자 기사를 통해 미얀마 전역 30개가 넘는 타운십이 EAOs와 반 군정 세력의 통제 하에 들어 감에 따라 군 내부에서조차 Rakhine 주, Karen 주 등에 주둔 중인 군대가 싸울 것인지, 중립을 유지할 것인지, 타협할 것인지를 놓고 분열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전격적 병역법 시행을 통한 강제 징집 시작

군정은 2월 10일 ‘공고 제27/2024호’를 통해 2010년에 제정된 ‘병역법(People's Military Service Law)’을 2024년 2월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병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된 ‘병역법’에 따라 18~35세 남성과 18~27세 여성은 모두 최소 2년 동안 군복무를 해야 하며, 의사나 기술자 등 전문가의 경우 남성은 18세~45세, 여성은 18세~35세 미만이 징집대상이 된다. 군정은 ‘병역법’ 이행과 관련한 필수 내규, 절차, 공지, 명령, 통지 및 지침 등을 곧 추가 공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역법’은 2010년 11월 4일 Than Shwe 군정 하에서 제정된 법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었으나 SAC가 2월 10일 전격 시행을 발표한 것이다. ‘병역법’에 따르면 비상사태 시 복무 기간은 최대 5년까지 연장될 수 있으며, 소환에 응하지 않는 사람은 복무 기간만큼 징역형을 받게 된다.     군부의 이러한 강제 징집 조치는 국민들의 군정에 대한 반감만 더욱 확산시키고 해당 연령대의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수천명의 군인들이 교전 상황에서 항복하고 해외 탈영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정의 강제 징집 조치는 청년들을 더욱 반 군정 세력으로 결집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징집 대상 청년들은 징집을 피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반 군정 세력에 합류하여 무기를 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그동안 군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병력을 충원해왔다. Irrawaddy는 2월 8일자 기사를 통해 Ayeyarwaddy 지역 주도인 Pathein 소재 4개 대학 교수와 학생들을 보조군으로 투입하기 위한 훈련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Pathein 대학교 군사 훈련 첫날에 Pathein대학, 공과대학, 컴퓨터대학, 사범대학 등 3개 대학과 1개 단과대학 소속 교수 및 학생 116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 군부 소식통들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군사훈련 과정에 참석한다고 홍보했지만 학생들의 군부에 대한 반발만 더욱 확산시킬 뿐이다. 또한 군정은 병력 확보를 위해 Pyu Saw Htee로 널리 알려진 친군 민병대를 모집하여 훈련 및 무장을 시키고 있다.

부족한 병력을 확보하기 위한 군정의 다양한 강제 징집 조치는 전 국민이 군부에 더 환멸을 느끼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군정의 무리한 조치들은 그만큼 군부 상황이 나쁘다는 반증이며 그로 인해 군정 통치 기반이 그만큼 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MAH의 책임론과 경질에 대한 전망들  

NUG와 Chin National Front, Karenni National Progressive Party 및 Karen National Union 등 3개 연합 단체는 1월 31일 ‘군사독재 타도와 연방민주연합 창설을 위한 혁명투쟁에 참여하는 연합단체들의 공동 입장 성명’을 발표하며 군부의 정치 개입 금지를 비롯한 6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군부와 협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NUG의 Duwa Lashi La 임시 대통령은 쿠데타 3년이 되는 지금 봄 혁명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날이 갈수록 승리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cot Marciel 전 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는 저항세력이 군부에게 권력 포기를 조건으로 제시할 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고 이제 군부를 물리칠 수 있다는 실질적인 기회가 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쿠데타 발발 3년이 되는 지금 군부는 EAOs와 교전에서 패퇴와 영토 장악력 상실 그리고 대규모 항복 사태와 탈영 등으로 그 위상과 사기 하락으로 그 어느때 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그동안 군부를 지지해 왔던 세력은 물론 군 내부에서도 군부의 위상하락과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며 MAH 책임을 거론하기에 이르렀다고 보도하고 있다. MAH의 책임과 그의 거취에 대한 논의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IISS) 브리핑에서 Morgan Michaels는 “MAH를 축출하는 것은 군 고위인사들에게 있어서 군부의 신성 불가침적인 오랜 규범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면서 군부 내부의 동력만으로 MAH를 물러나게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risis Group의 미얀마 선임 고문인 Richard Horsey도 “쿠데타 발발 3년이 지난 지금, 군부의 권력 장악은 지난 60년 중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 그러나 다른 장군이 감히 그에게 도전할지, 아니면 정말로 그를 대체하고 싶어할지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유보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향후 전망 

현재 군정과 군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MAH의 거취에 대해 관계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지만 군정과 군부가 전례없는 위기상황에 직면한 것은 분명하다. 

 잇따른 교전에서의 패퇴와 항복, 탈영 등으로 병력 부족에 직면한 군부가 병력 보충을 위해 그동안 잠자고 있 병역법을 갑작스럽게 시행하며 강제징집에 나설 정도로 궁지에 몰린 것이다. 군정과 군부의 다급함을 보여주는 이러한 조치들은 국민들의 군부에 대한 혐오감을 더욱 키울 수 있으며 그나마 남아있는 군부 지지세력조차 MAH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MAH가 스스로 권력을 넘겨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MAH는 1월 31일 NDSC 회의에서 언급한 것처럼 총선을 실시하고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처럼 군 내부에서 MAH를 대체할 세력이 급부상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MAH는 현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시간 확보가 급선무이다. 우선적으로 교전 상황을 소강국면으로 이끌고자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군정에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중국, 태국 등 이웃국가들의 중재 지원을 바탕으로 한 EAOs와의 협상을 빌미로 군부를

재정비할 시간을 벌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ASEAN과 관계 개선을 통해 5대 합의 사항 이행을 명분으로 국내 상황을 정비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군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고 지지세력 규합을 위해 군부 세력 개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력 구도가 MAH 의중대로 개편될지는 미지수이다. 군 내부에서도 MAH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각 세력들간 견제와 이합집산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MAH와 군부는 막다른 길에 몰려 있으며 이를 빠져나갈 전략 마련에 필요한 시간이 절실하다. 보통 6월부터 시작되는 우기가 빨리 와서 교전 상황이 소강국면이 되길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늘이 도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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