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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우린 Feb 17. 2024

이런 게 직장생활인 건가요?

또르륵…

이내 덜덜 떨리고 긴장되는 몸과 함께 눈물 한줄기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일찍 일어나려 이불자리에 누워있었지만,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한다 생각하니 심장이 턱 막힌 듯 괴롭고 힘들었으며 잠이 오지 않았다.

직장생활도 어느덧 1~2주 정도 지났고 나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밤이면 매일같이 온전히 잠들 수가 없었다. 이 감각은 트라우마처럼 아직도 몸이 기억한다.

 아마 나는 그때 공황장애를 겪기 직전이거나 겪고 있는 중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중소기업 판넬유통 영업직


첫 출근을 하는 하루정도는 괜찮았다.

다들 바쁘신지 전화받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그렇게 전화받는 상사분들 사이에서 가만히 앉아 상사분이 건네주신 판넬에 관련된 목록표를 보고 있었다. 하루는 그렇게 끝났다.

그날 점심을 먹으며 상사분들께 들었던 이야기는 전화량이 많아 정말 바쁘니 내가 일을 얼른 배워야 한다였고 막내이니 아침에 일찍 와 청소를 해야 된다와 사무실에 음료나 차는 각자 알아서 마시면 된다 정도였던 것 같다. 나는 첫회사생활이니 만큼 열심히 배워서 상사분들께 얼른 도움이 돼드려야겠다 생각했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바와 달리 첫날은 그렇게 무난히 지나갔다.


그러나 출근을 하고 이틀 삼일 사일 오일 하루하루가 점점 지날수록 나는 사무실에 앉아있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고 주위를 살피고 조금 여유로워 보이면 화장실에 들어가 울거나 숨을 골랐던 것 같다.

입사할 때 내 희망과 달리 그 회사의 일이 정말 안 맞았다. 판넬들의 종류를 외우는 건 둘째치고 거래처들의 전화를 받으며 판넬의 종류와 두께 길이 가격을 계산하고 발주를 받거나 보내는 것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정확하게 해내야 하고. 실수하나 용납되어선 안 됐다.

한 삼일째부터였나 나는 전화를 받기 시작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받은 전화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몰라 대처하기 어려웠고 상사분들께 전화를 돌리거나 메모를 해서 전달했는데 신입이라 미숙한 점이 많았다. 어떤 거래처인지 듣고 적으면 내 귀가 이상한 건지 거래처 쪽 사장님의 발음이 이상한 건지 내가 적은 거래처 메모는 항상 상사분들께 보여드리면 이건 없는 거래처인데? 이 상호가 정확히 맞아? 이 판넬 비난연인지 몇 T짜리인지 왜 안 물어보고 안 적었어? 이런 식으로 계속 혼났다.


상사분들은 나에게 전화를 받으며 화가 나도 절대로 화내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하라 했지만 지금도 그렇고 그때 당시에도 그렇고 내 성격은 본래 사람에게 화를 낼만큼 베짱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화를 내지 않는 건 절대 자신이 있었지만, 전화선을 타고 나한테 꽂히는 “이 시발 말귀 못 알아들어!?”, “아 됐고 다른 사람 바꿔!” 등 고함소리와 욕은 내면에 깊은 상처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내가 메모를 제대로 하지 못해 꾸중을 들었던 것도 다시 물어보면 고함소리 나 욕을 들을까 봐 무서워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던 부분이 컸다.


날이 가면 갈수록 내 실력은 좋아지기는커녕 그 자리 그대로였으며 저평가받았고 상사들이 나를 혼내는 강도도 세졌다.

어떤 날은 일을 알려주는 직속상사가 대놓고 내게 고함을 지르며 분노했고, 어떤 날은 다른 상사에게 일을 물어봤다가 아직도 이걸 몰라? 하며 싸늘한 시선을 받았고 어떤 날은 제일 높은 분에게 기대와 달리 정말 실망했다는 말과 함께 비난을 들었다.

이 정도쯤 되자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보단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었다.

 내가 욕받이인지 노동자인지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게 직장생활이라면 다른 직장인들은 어떻게 버티는 것인가 궁금할 정도였다. 내가 너무 나약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혐오도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일을 못하니 직장 내에서는 그 적은 인원에도 은근한 따돌림을 받았고 나는 출근하는 날이면 나를 향한 비난과 분노를 생각하며 매일같이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이쯤 되면 퇴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쉽게 퇴사를 생각하지 못했던 건 부모님께 실망과 함께 비난이 올 것만 같았고, 이 일을 그만두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고통스러워도 미련하게 그만두지 못하고 버텼던 건 그만둔 후의 다가올 어둠과 그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었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운 생각 때문이었다.


3주쯤 되었나 내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 지칠 대로 지쳐버렸고 나는 이대로는 더 이상 이 회사에서 일을 못하겠다는 생각에 부모님께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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