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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재 Mar 21. 2024

전 지구적 동거

캄보디아 풍토기 #7  : 동물

동물




몬돌키리 코끼리, 개미,  앙코르사원 매미, 씨엠립 제비, 개구리와 여치





언제부터인지 혼자 하는 여행이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지구가 차츰 빛을 거두는 찬연한 장면 앞에 자연이 던지는 거대한 의미를 홀로 목도하고 있는 것이 어쩐지 나는 쓸쓸하고 고독했다. 자연이 던지는 물음과 답은 오롯이 고독 속에서라야 헤아릴 수 있는 것이었지만 함께 아름다운 것을 보고, 함께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달리는 자전거 바구니에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는 여치 한 마리가 들어가 있거나 개구리가 앉아 있었을 때 나는 코 끝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져서는 여치, 개구리와 함께 자전거를 탔다. 같이 자전거를 타는 마음으로, 어디론가 달아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며 천천히 자전거를 몰았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여치는 멀리 날아가고 개구리도 폴짝 자전거에서 내렸다. 그래도 잠시나마 함께 자전거를 탔다는 벅찬 마음이 들어 위안이 순간이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동물들은 모두 한가하고 여유로웠으며 무한히 자유로웠다. 초원 위의 흰 소나  물 소, 길 가의 개나 고양이, 새끼 병아리들을 거느린 닭들도 가두어 기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동물과 곤충들의 몸집이 작다고 생각했다. 모기도 작아서 눈에 잘 보이지 않았으며 매미도 소리만 들었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모기의 마리 수로 따지자면 서울 인왕산기슭에 자리한 방충망 없는 우리 집이 훨씬 많다. 비둘기도 우리 땅의 그것보다 몸집이 작았다.  이들의 동물에 대각별한 마음은 아마도 종교적인 것으로부터 비롯되고 이어 진 마음이 풍습으로 자리 잡은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걸어서 물길이 닿는 곳의 끝까지 걸어가야 코끼리를 만난다. 이 숲 어딘가에 코끼리가 살고 있다.



코끼리


몬둘키리의 센모노롬 근처의 정글에서 한 시간쯤 걸어 들어가자 거대한 코끼리의 몸이 빼곡한 나무 사이에서 드러났다. 거대한 동물이 숲 속에서 서성이며 나를 향해 걸어오는 장면을 보자 제주의 문섬 앞바다에서 스쿠버장비를 메고 들어간 바닷속에서 본 갈치가 떠올랐다. 세로로 서서 물속으로 비추어 드는 햇살에 반짝이던 갈치 떼를 만나던 순간처럼 오싹하고 신비스러운 것이었다. 이 정글은 물 속도 아니고 스쿠버장비를 착용한 것도 아닌데 숨을 잠시 쉴 수가 없었다. 소리도 내지 못했다.  거대한 나무들 사이에 사는 육중한 짐승이 움직여 나를 바라보았다. 긴 속눈썹을 가진 눈을 맞추었지만 눈은 그대로 코의 움직임으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코끼리의 코를 통해 인사했고, 코를 통해 먹이를 건네었으며 코를 통해 우리가 서로 해치지 않는 마음을 가진 너와 나임을 확인했다.







코끼리는 캄보디아  부농족이 자연과 함께 신처럼 생각하는 동물이다.  지금도 숲에 기대어 사는 민족인 부농족은 코끼리와의 연대가 아주 긴밀하다.  부농민족과 코끼리는 영혼을 주고받는 동물이라고 생각해서 코끼리와 부농 서로가 순리를 바탕으로 한 어떤 관계의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서로 큰 화를 입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몬둘키리에서 코끼리와 만나는 일은 다른 지역에서 처럼 훈련된 코끼리를 마주하고 그들을 타고 숲은 다니거나 하는 관광이 아니다. 코끼리가 사는 정글로 들어가서 코끼리와 교감하고 그들이 사는 생태계를  관찰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코끼리는 그 숲에 사는 부농족 사람들과 오랜 연대를 이루어 특정 부농사람들이 주인으로 있기는 하지만 야생에서 스스로 먹이를 찾으며  살고 있고 부농 모두의 코끼리처럼 서로 교감을 이루고 있다 했다. 코끼리를 만나러 가는 길의 산 위에서 우리를 인솔하던 가이드는 어떤 소리를 세네 번쯤 크게 외쳤다. 코끼리들에게 우리가 거기로 간다고 신호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먼 산에서 코끼리와 소리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 내가 사람들을 데려가니 너무 놀라지 말라고 먼 정글을 향해 던지는 신호. 어쩐지 마음이 뭉클했다. 관계에 관한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나와 너의 관계가 물질이상의 것으로 셈하여지지 않는 척박한 경험들이 떠올랐다. 까마득해 보이는 정글의 입구에서 동물에게 외침으로 배려하는 마음을 전하는 관계를 보고 아름다운 것은 이런 것이지 않느냐고, 관계란, 배려란 이런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야생의 코끼리는 잠을 거의 자지 않는다. 1시간 정도 잠을 자는 듯 서있지만 의식은 깨어 있다. 나머지 23시간은 먹는다. 코끼리 들은 사람들이 던져주는 바나나를 먹거나 코로 나무껍질을 뜯어내고 부드러운 속을 먹었다.  간혹 코끼리를 만나러 가는 외부인이 코끼리친해지려면 바나나를 들고 가서 친절하고 부드럽게 건네면 된다. 코끼리는 가까이 다가와서 바나나를 가지고 가고 그의 몸을 내어 준다.  코끼리의 피부는 상당히 두껍고 거칠다. 그 거친 피부를 뚫고 공격하는 정글의 모기는 따로 있어서 코끼리들은 수시로 흙을 몸에 뿌리고 물속으로 들어가 몸을 식힌다.  바나나를 받아먹는 코끼리의 코는 상당히 섬세한 손 같았다. 코는 마치 몸의 한 기관이 길게 뻗어 나와 몸을 접하지 않고도 나와 교감하는 셈세한 촉수 같다.  

바나나를 주다가 콧물이 손에 묻었는데 그것이 상당히 끈적였다. 물로도 잘 닦이지 않을 것 같았는데, 가이드는 코끼리의 몸에 닦으라고 했다. 코끼리의 몸은 거친 나무토막 같았고 그 두터운 피부 너머로도 온기가 느껴졌다.  코는 상당히 힘이 세었다. 코로 무언가를 휘감 제법 두터운 나무도 쉽게 작, 부러트리는 것을 먼발치에서 보았다. 그것을 보고서는 가까이 가기기 쉽지않았지만, 짧은시간동안 서로 믿음을 갖는 것이 중요했다. 가끔 발굽을 굽힌 채  다른 발에 기대어 서 있기도 하는데  커다란 덩치를 가진 동물이 마냥 귀여웠다. 온몸이 두텁고 둔해보이지만 유연한 코의 움직임, 가볍게 펄럭이는 귀, 나무들 사이를 잘 거니는 유연함이 코끼리라는 동물의 이미지를 달리 생각하게 했다.


코끼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이 익숙한 설렘에 대해 곱씹어 물었다.  설익은 바나나를 들고 코끼리를 향해 다가가는 마음은 먼 숲에서 앙코르 톰의 바이욘사원을 발견하고 다가가는 설렘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거대한 숲 속을 향해 차츰차츰 걸어 들어가 만나는 전설 같은 장면들. 사람도, 동물도, 건축물도 서로 누군가에게 전설처럼 의미 있고 신비로운 기운을 전하는 고귀한 존재였을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직조개미


몬둘키리의 정글에서 큰 나뭇잎을 반쯤 접어 그들의 집으로 삼은 붉은 개미를 보았다. 가이드 행은 영어로 잘 설명하기가 힘들었으므로 먹을 수 있다고만 이야기하며 내게 맛을 보라고 권했지만 우글우글 모여있던 개미를 한 움큼 집어 손바닥에 놓고 비벼 으깨서 내 입 앞에 건네는 개미를 도저히 입에 넣을 수가 없었다. 돌아와 찾아 본 것은 붉은 개미가  만들어 내는 가는 실로 직조하듯 나뭇잎 접어 잇는 것 때문에 직조개미라 불리며 캄보디아 음식의 굉장한 별미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유충은 계란 오믈렛에 넣어서 요리하고 개미는 튀겨 조리하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가이드 행은 잊을 수 없는 맛이 될 거라고 했는데, 그때 맛을 보지 않은 것이 지금은 무척 후회가 된다.










원숭이


앙코르 사원은 거대한 나무들과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깊은 숲에는 원숭이가 많다. 그리고 아주 많은 새끼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다. 몸집이 크지는 않다. 작은 원숭이가 더 작은 새끼원숭이를 배에 달고 다닌다. 가끔 사람을 공격하는데, 내 가방을 뺏으려고 해서 원숭이와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앙코르 톰의 바푸온 앞에 사는 원숭이들. 떼를 지어 살고 있다. 마릿수가 엄청났다.  영상에 들리는 기계음 같은 소리가 매미 소리이다.



매미


앙코르 사원에서 자주 들리는 소리가 있었는데, 그 소리가 매미소리라고 상상히지 못했다. 주파수를 이용하여 모기퇴치를 위해 켜둔 소리라고 믿었다. 맴-맴- 하고 울지 않고 밍--------- 하고 이어지는 기계소리 같았다. 그 깊은 숲에 모기가 없는 것이 이상했고, 관광객을 배려하여 모기 퇴치기가 설치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소리가 매미 소리인 것을 알고 놀랍다고 생각했다.   밍---------하고 들리는 소리가 기계소리였다면 아마 무척 불편했을 텐데, 이소리는 심하게 거슬리지 않았다. 자연이 내는 주파수가 달라서일까.  실제로 모기 쫓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매미 소리 일지 모른다.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캄보디아의 매미도 우리나라의 여름 매미보다 조금 더 작을 것 같다고 상상했다.





제비 


우리나라 제비보다 자그마한 체구를 가지고 재빠르게 난다. 한국의 제비와는 다르게 생겼지만 굳이 분류를 하자면 제비에 가까울 것 같다.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한국 제비의 울음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제비는 소리 없이 다녔던가. 어릴 때는 참 흔한 새였던 것 같은데 어느 날부터 참 귀해졌다.








오후 4시쯤에는 소도 퇴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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