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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무개 Dec 01. 2023

흉작

가물어 퍼석퍼석 갈라진 마음

아, 채워지지 않는 슬픔이여


눈 돌리면 기깔나게 자란 황금빛 벼와 알찬 배추 같은 것들이 시야를 채운다

“너희들 땅은 항상 풍족하고 윤기마저 흐르는구나! “


엉-엉-

엉-엉-

메마른 밭고랑에 홀로 주저앉아 훔쳐대는 눈물이라


“어찌 올해도 나는 흉년이냐! 에이 쭉정이 인생! “

되풀이되는 흉작에 주저앉은 농부의 한탄 같은


엉-엉- 어엉-


이날 위해 비축해 둔 숨 푸우욱 몰아쉰 다음

바짓단 툭툭 털고 몸을 일으켜 세운다


눈물은 좀 더 흘려야지

이것으로 고랑에 물을 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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