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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무개 Dec 13. 2023

연말의 고민 : 브런치 글쓰기

   나는 브런치 최신글과 추천에 뜬 글을 자주 읽는다. 최근에 내 취향에 맞는 작가를 발견하여 글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읽고 있다. 그가 쓴 글은 분명 잘 쓴 것이 맞는데 읽을수록 버겁다. 과식을 한 것처럼 기분 나쁜 배부름이 뒤따랐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속이 더부룩했다. 아는 단어가 늘어나고 좋은 문장을 갈망할수록 나도 저렇게 되겠지 싶었다.

   내 글에 꾸미는 말이 늘어났다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끼적인 몇몇 개의 글이 뇌리를 스쳤다.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글을 쓸 줄을 몰라 거지같이 썼는데,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라 좋다 했다. 고마웠다. 그러나 투박한 글만 계속 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작가라 불리고 그 작가들의 글은 화려하거나 알찼다. 삼천궁녀를 거느리 듯 많은 팔로워들이 있고 수백 개의 라이킷과 댓글이 달렸다. 그 화려한 궁궐 같은 곳에 머물다 오면 내 공간은 초가집 같았다. 박탈감에 마냥 주저앉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나는 대책 없이 초가삼간을 태우고, 성을 쌓기로 했다. 조급한 마음으로 좀 더 나은 단어와 문체를 탐구하다 보니 내실 없이 문장만 과해졌다. 나는 이 말에도 흔들리고, 저 말에도 흔들리고, 그냥 나부끼는 바람에도 흔들렸다. 취미로 글 쓰는 짓에 수시로 포기를 들먹였다.

   더부룩한 그의 글을 다시 읽었다. 속이 메슥거리기까지 했다. 열심히 볶고 지졌을 그의 요리에 대한 평을 이따위로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하다. 그는 자신이 만든 요리에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하는 듯해 더욱이 유감스럽다. 긴 글일수록 더 느끼하고 물렸다. 느글거리는 그의 문장 틈에서 부리나케 뛰쳐나오니 체기가 가셨다.

   그런데 어쩌면 그가 내 해답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와 미래는 결국 내 것이 아니므로 현재의 내가 하는 일에 발 걸지 않는 것. 그리하여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고, 지속하는 와중에 돌아본 과거에 언제든 침을 뱉을 수 있는 것 말이다. 느끼한 글을 만들어낼지언정, 자괴감에 글쓰기를 포기하는 일 따위는 없을 테니 그는 정말 지혜로운 사람일지도. 개소리다. 왈왈. 요리조리 생각을 전환하려 해 보는데 쉽지 않다.

   글이라는 것은 정나미가 딱 떨어져 손을 놔버렸다가도 문득 줄줄 쓰인다. 잘 읽히면서도 진심이 담긴 온전히 내 말을, 내 마음을 쓰고 싶다. 자학과 우울로 얼룩진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도 괜찮다면 나는 이런 고민을 거듭하여 삶의 마지막에 가서도 글을 쓸 것이다. 마지막으로 쓴 글은 유서일 듯싶은데 그조차도 한 문장 한 문장 고심하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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