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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큐리 Jun 05. 2022

무릎, 안녕

얼마 전 무릎 수술을 했다. 

연골을 받쳐주는 반월상 연골판이 파열되어 들어내야 한다는 말에,

네. 그래야겠네요.

쉽게 동의하고, 수술 날짜까지 바로 잡아서 나왔다. 무려 3년 넘게 아프던 무릎이다. 살살 달래 봤지만 별 수가 없었다.

다행히 큰 수술은 아니고, 내시경으로 살짝 구멍 내고 들어가면 된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찢어져 나풀거리는 연골판을

내시경이 찍어온 사진으로 만났다. 

마음 너덜너덜, 아니 웅성웅성했다.


수술을 하고 나도 사실 나아진 건 별로 없지만,

이제 운동하고 재활하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거란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하고 힘없이 대답한 것도 같다.  

평생 운동에는 담을 쌓고 살았지만, 어쩌겠는가. 살려면 해야지.


나이 마흔일곱.

혈관이 감당하기엔 너무 진해진 콜레스테롤 수치, 슬금슬금 어나는 뱃살, 그만큼 늘어난 몸무게.

당뇨 위험 수치에 근접해가는 혈당 수치.

숫자들은 명징하게 내 몸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무심한 줄 알았던 내 삶을 교란시킨다.

그 숫자들은 마치 내 꿀 통을 노리고 몰려드는 개미떼 같다.


그러고, 한 달.


꿀통을 탁 엎어버리고, 분연히 일어선다.

(라고 상상해봤다)


무릎, 고생했다.

이제 근육이 대신하여 무게를 받쳐준단다.

삶의 무게를 숫자가  받쳐주겠는가.

내 몸의 하중을 온전히 받쳐 올리는 건 숫자 따위가 아닐 것이다.

늘 그렇듯, 삶을 받드는 건 담담한 마음이다.


웅성웅성, 큰 소리도 못 내고 웅성웅성, 나풀거리던 마음에게,

들으란 듯이 큰 소리로 말한다.

괜찮아.

잘 안 들릴까 봐 한 번 더 말한다.

괜찮다고.


불처럼 화내고, 슬퍼서 잠도 못 자게 보채던 스물, 서른의 마음은 그저 기다릴 뿐 방법이 없었지만,

마흔의 마음에게는 들으란 듯이 큰 소리로 말한다.

풀 죽어 숨지 말라고.


그리고, 담담한 목소리로 인사도 한다.

무릎,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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