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큐리 Jul 23. 2022

운이 좋았다

솔직히 말해 운이 좋았다. 하지만,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운의 역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직을 한 직장에서, 인맥은 커녕 뭐 하나 편하게 물어볼만한 사람도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도 두 번이나 승진을 했다. 평사원에서 팀장으로, 다시 담당(supervisor)으로 올라섰다. 200명의 영업조직 중에 다섯 자리만 있는 담당 직책에 내가 보임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사실, 전임자인 선배가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공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팀장이 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뜻하지 않게 빈자리로 남은 직책에서 내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아주 많은 경우, 빈자리가 생기는 기회조차 쉽게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운의 뒷자락을 잡고 찾아온 것은 훨씬 진지하고 무거운, 다른 차원의 세계였다.


운 좋게 승진한 나에게 찾아온 것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 더 치열하게 임해야 얻을 수 있는 보다 큰 규모의 성과였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는 성취욕은 은밀하면서도 뜨겁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제부터는 빈틈없이 촘촘하게 실력으로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운이 좋아 일이 성사되곤 하지만, 진짜 승부는 그다음부터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기도 했다.


언제나 행운을 바라마지 않았지만, 진짜 승부와 맞닥뜨렸을 때,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지 더 많은 고민을 하 되는 것이다.

운은, 뒤에 더 큰 세계를 이끌고 기 때문이다.


운은 그저 말갛게 웃는 얼굴로 오지만,

운을 맞이하는 우리는 훨씬 진지한 태도로 두 손 모아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 운을 맞이 하기 전에 더 많은 준비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운의 뒤에 온 세계의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딘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