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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Nov 29. 2024

'정상'을 함부로 규정짓지 않았으면

세상 사람 사는 모습 다 다르니까요

얼마 전 인스타 릴스에서 'normal life'라는 제목을 단 외국 영상을 봤다. 어질러진 방, 대충 먹는 식사, 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하는 직장 일. 이런 것들을 'real'이라는 표현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좋아요가 몇십만이 넘는 영상도 있었으니 많은 공감을 산 영상임이 분명했다.


반감이 들었다. 기분이 나빴다. 'normal'이라는 단어는 평범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정상적인'이라는 의미도 있다.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정상 범위로 규정지으면 그 외의 것들은 자연스레 비정상이 되어버리는데, 경솔하고 배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상이 왜 등장했는지는 알 것 같다. 해외에선 한동안 'that girl' 트렌드가 유행했다.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히 운동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며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이 'that girl'의 이미지다. 'normal life' 영상은 정돈되고 어찌 보면 빈틈없이 완벽해 보이는 소셜 미디어와 'that girl' 트렌드에 대한 저항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 영상에 반감이 들었던 이유는 내가 'that girl'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찍 일어나고,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을 신경 써서 만들어 먹고, 도서관에 가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한다. 물론 늦잠을 잘 때도 있고 운동을 안 갈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내 일상의 모습은 이렇고 난 이렇게 살고 싶다.


'normal life' 영상은 내가 사는 일상과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식적(unreal)이고 건강하지 않은 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마치 사람마다 책 읽는 이유가 가지각색인데도 '텍스트 힙'이라 묶어 칭하며 그것이 전부 지적 허영심을 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듯이 말이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다. 단지 내가 어느 한 곳에 해당된다고 해서 그것이 'normal'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속한 것을 '정상', 속하지 않은 것을 '비정상'이라고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는 상당히 위험하다.


누군가의 생각이나 행동이 교과서적으로 느껴진다고 해서 그것이 꾸며낸 것이나 젠체하기 위함인 것은 아니다. 정말 책을 영화만큼 재밌게 느껴서 읽는 사람이 있고 아침의 고요함이 좋아서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라이프스타일이 갖기 어렵고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비정상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이런 삶의 모습이 그동안 쉬이 남용되었기 때문에 진정성을 잃은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안 좋아하는데 입사지원서 취미란에 독서를 쓴다던가, 돋보이기 위해 자소서에 사실이 아닌 습관을 더해 쓴다던가. 서로 속고 속이는 거짓말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내 기준에 대단한 습관을 가진 사람을 좋게 볼 때도 그 행위 자체보다 그 안에 들어있는 속성을 집중해서 봤으면 좋겠다. 새벽 러닝을 하는 사람이라면 '새벽 러닝' 행위 그 자체보다 러닝을 하기로 한 그 사람의 '결심', 매일 아침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는 '실천력', 지속하는 '강한 의지'를 더 궁금해하고 높게 샀으면 좋겠다.


그것이 왜 좋은지 생각하기보다 좋은 걸 먼저 정해버리고 따라가는, 선후관계가 바뀐 듯한 요즘이다. 그러다 보니 'normal life' 영상처럼 '사회나 소셜미디어가 좋다고 말하는 것'에 대한 저항도 생긴 거겠지. 하지만 그 또한 누군가에게는 normal이 아닌 previliged 한 삶으로 보일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비교의 끝은 없으니 normal, abnormal 구분 짓지 말고 그냥 'my life'를 사는 게 어떨지. 누구든 정상에 대한 규정을 함부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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