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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Sep 15. 2023

미라클모닝과 새벽반

독서 X 수영

 이름을 짓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닌 행위다. 뭔가.. 뭔가 있다! 그러니까 나무와 소나무 사이의 거리만큼, 소나무와 늘푸름이의 거리만큼. (늘푸름이라는 이름은 창 밖의 나무에게 방금 내가 지어준 이름이다.)


 이름 짓는 이야기를 왜 했냐. 미라클 모닝을 말하려고.

자기 개발서 붐이 한창 불고, 나도 그에 심취해 있던 시절에는 <미라클모닝>을 정말 감명 깊게 읽었고 여러 번 읽었다.

7시에 일어나서 출근하던 사람이 새벽 5시에 갑자기 일어나서 안 하던 짓을 한다. 그게 자신의 삶과 정신, 육체건강 등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운동, 독서, 명상, 공부 따위를 한다. 그걸 꾸준히 한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단어가 없던 시절에는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지금도 미라클 모닝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어도 아침 일찍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미라클 모닝이라고 명명하고 나니. 단어가 그 행위를 규정하고 의미를 독점해 버렸다. 페이스북이 미국에서 한창이었던 시기에 저자가 유행시킨 단어라고 기억하는데, 요즘 인스타에도 미라클모닝 챌린지는 계속되고 있다.


 수영강습을 다니기 시작한 지 4개월 차다. 처음 시작하면서는 이 정도 배우면 장거리 수영도 4대 영법도 척척다 할 수 있을 거라 상상했는데. 아직도 언뜻 보면 허우적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구조요청으로 오해하지 말기를.

 처음 수영장에 강습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 수업 시간을 정해서 신청해야 했다. 내 가능한 선택지는 새벽반 아니면 저녁반이었다. 저녁시간에는 수영을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았다. 새벽에는? 나에게 그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무조건 잠들어 있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미라클 모닝에 대한 과거의 독서 경험과, 어떤 동경 같은 것이 없었다면 새벽반을 과감히 선택하지 못했을 것 같다. 6시에 시작하는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5시 20분에 일어나야 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나가서 새벽 공기를 마실 때면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하다고 느꼈다. 우리 사회는 부지런함, 성실함은 좋은 가치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주입해 주니까. 첫 한 달까지는 그랬다. 이제는 아무 감흥도 없다. 그저 잠에 드는 시간이 조금 일찍, 일어나는 시간이 조금 일찍 당겨졌을 뿐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부지런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고 게으르다고 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냥 생활 패턴이 다를 뿐이다.


 <미라클모닝>을 쓴 할 엘로드의 인생은 충분히 미라클 하다. 사실 미라클모닝 자체는 그렇게까지 ‘미라클’ 한 일은 아니다. 미라클 모닝에서 중요한 건 일찍 일어나서 뭔가를 하는 행위 자체라기보다는 삶을 대하는 그 태도에 있다.


 이 글의 결론은 어디로 향해가는가. 어쨌든 수영은 재밌는 운동이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해야겠다.라고 매일 다짐하면서 살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것은 내 삶에 들어와 있었다. 책장을 정리하면서 <미라클모닝>을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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