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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Sep 14. 2023

평일엔 아들과/ 주말엔 남편 더하기

1. 사춘기 아들과 둘이 산다는 건..

주말부부로 지낸 지 8년째. 난 평일엔 혼자서 아들을 키운다. 표현은 주말 부부지만 남편 직장이 주말 보장된 직장은 아니다 보니 일이 있을 땐 못 오고,  코로나를 겪을 때에는 2달 동안이나 집에 못 온 적도 있었다.  아들은 중2. 극심한 사춘기가 찾아온 거 같다. 2학기 개학하고 아침에 등교를 위해 깨우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제때에 못 일어난다. 말은 머리가 아프다, 속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내가 보기엔 그냥 일어나기 힘들거나 귀찮거나 졸리거나.. 이럴 때마다 담임선생님께 오늘도 등교가 늦는다고 문자를 보내기가 이젠 민망할 지경이다.


아들이 등교를 제대로 안 하기 시작한 건 중학교 입학하고부터다. 처음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를 갔으니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싶었지만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아침에 병원에 갔다가 등교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이런 생활이 반복된 지 벌써 2년 6개월이 지나고 있다.  나는 파트타임으로 오전 중에만 일을 했었는데 이럴 때마다 빨리 학교를 보내고자 하는 마음에 병원을 먼저 데려갔고, 일하는 곳엔 사정이 있어 늦는다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이런 일도 한두 번이지.. 난 기간제 근로자였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다음 해에는 일하지 못하게 되었다.


아들은 다니던 영어, 수학 학원도 그만두었다. 이젠 초등학생이 아니니 엄마를 무서워하지도 하지도 않고, 안 간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갈 수도 없었다. 단 한 번도 본인이 알아서 숙제해 간 적이 없었고, 말하지 않으면 숙제를 안 해가고, 숙제를 안 했으니 안 가고 싶어 하고, 어떤 날은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한두 번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더 이상은 안 가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2학기가 되고부터는 원을 그만두고는 노는 아이들과 어울리며 미친 듯이 놀러 다니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을 빼고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매일 PC방과 노래방을 오가며 놀기 시작했고, 용돈이 떨어진 날이면 친구에게 빌려서라도 가고야 만다. 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에서 제때에 식사하는 것이 어려웠고, 밖에서 군것질을 많이 하게 되고, 밤에 먹게 되고, 늦게 자고, 아침엔 일어나는 걸 힘들어했다. 집에 와서는 잘 때까지 폰 삼매경에 빠지다 잠들곤 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난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출산과 동시에 남편은 대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매일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왔다. 부모님도 일을 하였기 때문에 육아를 맡길 수도 없었고, 내가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독박육아가 시작된 것이다.. 육아에 전념하다 아이가 유치원 다닐 즈음엔 파트타임으로 잠깐씩 일하곤 했었지만 시간이 았고 사정상 오래 할 수 없었다. 가정주부의 삶을 살면서 살림하고 자식 돌보는 게 내 일인데.. 자식을 잘 키우는 게 내 성적표 같았다. 요즘의 내 성적은 꼴찌인 기분이다.


오늘도 하교 후 '놀다 올게' 문자 한 통 보내고 저녁 9시가 넘도록 집에 안 들어오고 있다. 내 속은 타들어 간다. 아들과 정 반대의 성향인 나는.. 성별까지 다른 나는.. 정말 미칠 것만 같다. 저 애는 아무렇지도 않다. 나 혼자 미치고, 나 혼자 화내고, 나 혼자 울고, 나 혼자 지치고 나만..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 배틀그라운드 게임이 미치기 시작하면서부터 게임에 미쳐 1년 6개월을 보냈다. 할 만큼 했는지 게임에서 좀 멀어지나 싶었는데 이젠 노는 거에 미쳤다. 머리도 더 커져서 부모의 말 따윈 머릿속에 안 들어온다.  그저 내가 알아서 한다는 말만 반복할 뿐..

난 놀지 말라고 한 적도 없고,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한 적도 없다. 단지 할 건 해가면서 하라고 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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