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뒤면 중간고사
9. 오히려 방학 때가 나았다
벌써 중3이 되었고 2주 뒤면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다. 3월 개학과 동시에 모든 것이 stop 되었다.
지나고 보니 오히려 방학 때가 좋았다. 나름 하루 계획도 세워서 과제도 하고, 수학학원도 방학이라 주 3회 다니고 주말엔 과학 학원도 다녔다.
심지어 어떤 날은 이렇게만 생활하면 문제없겠다. 무난하게 잘하고 있고 아주 nice하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그런데 개학을 함과 동시에 모든 것이 멈추었다
아들의 변심. 먼저 과학학원을 끊었다. 주말에 누가 학원을 가냐며 애들은 맘대로 노는데 왜 나만 주말에 못 놀게 하느냐는 핑계를 앞세워서..
일주일 뒤 수학학원도 끊어버렸다. 학원이 자기랑 안 맞는단다. 수학은 집에서 하겠다는 핑계로..
어쩔 수 없이 나도.. 이젠 포기.. 하기로 했다. 방학 때 잠시나마 가졌던 희망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 무슨 황당한 일인지..
이제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중학교 입학해서부터 지금까지 정말 할 만큼 했다. 이건 남편도 인정해 주는 바이다.
환경도 바꿔주기 위해
이사에.. 전학에.. 상담도 받아봤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란 걸 이젠 받아들일 수 있다. 이젠 인정해야만 했다. 그냥 저 아이가 그런 아이라는 걸..
학교가 끝나면 PC방으로 바로 간다
용돈이 떨어졌을 때는 집으로 곧장 오지만 잘 때까지 게임과 핸드폰만 한다.
하아.. 내 한숨 한 번에 수명이 얼마나 단축되는 건지..ㅠ
난 그냥 놔둘 수밖에 없어서 지켜보자니 답답하고 속이 썩어 들어간다.
처음엔 미친 듯이 화가 났다
뭐 저런 녀석이 다 있나. 마음속으로 온갖 욕을 다 해대곤 했다.
지금은.. 그냥 불쌍하고 안타깝다
물론.. 아들 데리고 혼자 사느라 외로운 나도.
지방에 떨어져 혼자 사는 남편도 불쌍하다.ㅠ
왜 저 아이는 작은 방 안에 틀어박혀서 이 시기를 저렇게 밖에 보낼 수가 없는지..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나야 좀 더 성숙해질 수 있는지.. 그날이 오긴 하는 건지..
요즘은 그저 중학교 졸업만 잘해라.
밖에서 사고 치고 다니는 거 아니니 그냥 내버려 두자. 답답하면 내가 밖에 나가 동네 1시간쯤 걸어준다. 마음을 비우러..
2주 뒤에 있을 중간고사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아이.. 그냥 이번 기회에 바닥을 쳐보길..
이 시기의 시작이 고등학교 때가 아닌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미리 마음먹을 수 있어서 그나마 덜 충격적인 듯하다.
이제 학원, 숙제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서 편하긴 하다. 이게 내려놓음이라는 건가.. 아직 완벽하게 내려지긴 했지만..
그동안 학원에 빠질 때마다 또는 당일날 갑작스럽게 학원을 그만둘 때마다 연신 학원에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뒤처리들을 해왔다. 수업료 정산이며 환불이며 이것저것..
학원 끊는다고 할 때 나도 아들에게 경고해 주었다
이제 다시는! 학원 등록은 없을 것이라고!!
이제 다시는! 내 입으로 학원 얘기를 내뱉지 않으리..